동우회 소식
<길 따라 오름 따라 075> 눈이 내릴 때랑 - 수악
 김승태
 2010-01-09 18:28:47  |   조회: 6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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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은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은 기상 관측 사상 최대 강설량을 기록하고, 최근 2~3주 동안 서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도 극심한 한파 및 폭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인도와 같은 열대 지방에서까지 한파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제주는 어떤가? 지난 12월 30일부터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산간지역에는 많은 눈이 내리고 있고, 1월 4일에는 제주를 잇는 항공기들이 무더기로 결항하는 사태도 빚었다. 강한 바람과 함께 눈발이 날리면서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어 제주 해상에는 연일 높은 파도가 일고 있어 소형 여객선들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제주의 중산간도로 또한 시시각각 통제되고 있으니 정상적인 날씨가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눈이 내릴 때 5.16도로변 수악을 찾아가봄은 어떨까? 수악(물오름, 남원읍 하례리 산 10번지, 표고 474.3m, 비고 149m)은 5.16도로(1131번)의 수악교(제3논고교)에서 서귀포시 쪽으로 1.0km를 가면 왼쪽에 제주임업시험장(1131번 도로와 1119번 도로가 만나는 서성로 입구에서는 2.5km임)으로 가는 길이 있으며 이 길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10분 정도 더 가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오름 꼭대기에 물이 고여 있어 물오름(水岳)이라 명명되었다고 하나 현재는 산정화구호를 찾을 수 없다. 성판악휴게소 건너편에 위치(수망리 산 2-4번지)한 물오름과 더불어 이 오름도 같이 물오름이라 불려지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물은 없다. 물과 연관되었기에 물오름(水岳)이라 명명되었다고 보아지는데 이 오름들에는 물이 고일 수 있는 여건인 화구호는 찾을 수 없다.

먼 옛날에는 산정 화구호가 있었던 것이 후일 수차례에 걸친 파괴 작용으로 말미암아 변형, 물이 있었던 옛 모습을 잃게 돼버린 경우라 추측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어에서 물은 물(水)이 아니라 무리(衆)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을 보면 이 오름들에서의 물을 물(水)로 해석하기보다 2곳의 물오름 사이에 동수악, 논고오름, 보리오름, 거믄오름, 이승이 등이 대열(隊列)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인해 무리(衆)의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오름 북쪽에서 동쪽을 흐르는 수악계곡은 5.16도로 건너편 선돌계곡과 함께 팔색조의 도래지로 알려지고 있고 북동쪽 기슭 12ha 일대에는 제주임업시험장 하례리시험림(채종원)이 조성되어 있다. 전사면은 자연림이 자생하고 있으며 남서사면에는 삼나무와 소나무가 조림되어 있다. 정상에는 큼지막하게 산림보호 표지판이 세워져 있으며 한국통신(KTF)중계탑과 경방초소, 그리고 삼각점도 설치되어 있다.

한라산 남쪽 자락 끝에 위치하고 있어 남원읍과 서귀포시가지 일부를 조망하기에는 제격인 오름이다. 5.16도로에서 이 오름 정상까지 도로가 개설되어 있어 오르기에도 수월하므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호젓한 산길 따라 정상에 이르면 서귀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눈 내림 또는 해넘이는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2010-01-09 18: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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