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걸어제 제주 속으로 (1100도로편 2)
 김승태
 2010-02-07 13:55:21  |   조회: 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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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제주 속으로 2’의 2일째인 10월 18일 아침, 풍랑주의보가 해제되면서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탈바꿈하기 시작했고 구름 속에 가렸던 한라산도 1100고지휴게소에 도착할 즈음에 그 장엄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살랑거리는 바람,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 오색으로 물들어가는 단풍들은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 주었다.

제1일에 비하면 거리도 짧고, 시가지를 통과하지 않아도 되고, 거기에다 내리막길이어서 전혀 예상하지 않은 갯거리오름과 거린사슴오름, 그리고 중문관광단지 내의 배릿내오름을 등정하고 나서 천제연3단폭포와 선임교(천제연계곡을 가로 지르는 128m의 아치형 철교)까지 답사하는 여유를 가졌다.

단풍철의 백미로 꼽히는 영실 등산로를 찾아가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면서 이어졌는데 육지부에서 방문한 등산객들은 영실입구(삼거리)에서 어디로 갈지 몰라 망설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정표의 중요성을 실감하기도 했다. 갯거리오름 등정을 마치고 거린사슴전망대에 도착하니 꽤 많은 관광객들이 눈 아래 펼쳐진 서귀포시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있었다.

거린사슴오름 정상,
실로 장관이었다.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한라산은 영실기암을 정점으로 대자연의 멋을 맘껏 뽐내는 것만 같았고, 서귀포시 앞바다는 널따란 깁을 펼쳐 놓은 듯 은빛의 호수(?)였다. 거린사슴오름은 조망권이 빼어나므로 실효성 측면에서 볼 때 이 오름에 산책로와 전망대를 함께 개설한다면 제주관광에 또 다른 멋을 제공해 줄 것이라 보아졌다.

법정사 입구엔 10월 18일에 중문JC가 주관하는 ‘항일운동 재연’ 행사가 열린다는 현수막과 안내 게시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 운동은 91년 전인 1918년 10월에 승려와 주민 400여 명이 일제에 조직적으로 항거한 사건으로서 학계에서는 3․1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나가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회수마을 입구의 동그라미식당에서의 점심 식사는 또 하나의 얘깃거리가 되었다. 매일 11시부터 2시까지 1인당 6천 원만 지불하면 돼지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식단은 특별함이었다. 신선함을 주는 마당 분위기, 맛깔스런 돼지고기와 여러가지 찬 제공은 제주 그 어디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함이라서 다음에 기회를 마련해서라도 한번은 꼭 찾아가고픈 곳이었다.

회수마을을 거쳐 종착지 중문초등학교 입구 사거리에는 출발 5시간 30분(오름 등정 및 점심시간 포함)이 소요된 14시 25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거리는 15.5Km, 보조거리 2.0km를 포함해 모두 17.5km였는데 그 여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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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고지휴게소(08:55) - 영실입구(09:51) - 서귀포자연휴양림(10:40) - 갯거리오름입구(10:50) - 갯거리오름(11:00) - 거린사슴오름전망대(11:10) - 거린사슴오름(11:25) - 법정사입구(11:40) - 산록도로갈림길(12:05) - 탐라대입구(12:22) - 점심/동그라미(12:50 ) - 회수사거리(14:10) - 회수입구(14:20 ) - 중문초등교입구(14:25)

조선 중기의 문신 신흠(申欽, 1566~1628)은 ‘야언(野言)’이란 글에서. “서리가 내려 나뭇잎이 성긴 숲 속을 홀로 거닐다 나무 등걸에도 앉아 본다. 붉은 단풍잎은 흰 소매 위에 떨어지고 산새는 가지에 날아와 유심히 내려다본다. 이 쓸쓸한 대지가 오히려 나에겐 오히려 맑고 넓기만 하구나. 문을 닫고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것, 문을 열고 마음에 맞는 손님을 맞는 것, 문을 나서서 마음에 드는 경치를 찾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람이 추구해야할 세 가지 즐거움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2일에 걸쳐 11시간 20분 여 동안 호젓한 산길(1100도로)을 거닐면서, ‘독서를, 손님맞이를, 그리고 얼마나 많은 경치를 찾아 나서고 있는가?’를 자성해 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모학교 재직할 때 원보훈련의 일환으로 거닐었던 그 길을 30년 세월이 지나 다시 한번 걸어봄에 의미를 두기도 했다.
(2009. 10. 19.)
2010-02-07 13: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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