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걸어서 제주 속으로(5.16도로편 1)
 김승태
 2010-02-12 18:07:22  |   조회: 6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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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방은 지난 10월 3일 이후 근 한달 동안 가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11월 8일 새벽부터 11월 10일까지 3일 동안 다소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 예보(10~24mm, 실제는 6mm임)하였다.

11월 8일은,‘걸어서 제주 속으로 2(부제 한라산을 넘어서)’의 제3일째로 5․16도로(1131번)편 첫날이다. 비 내림은 걷기에 영향을 주겠지만 타들어가는 대지를 위해서는 더 많은 비가 내렸으면 했다. 08:00 만남의 장소인 제주시청주차장에 도착할 즈음에 빗방울은 다소 굵어졌다. 빗 속의 거닒도 멋진 추억을 남길 것이라 생각하면서 10여 분 늦게 목적지 성판악휴게소를 향해 출발했다.

5.6도로는 제주시 관덕정(현 제주시청 내 제주시 원표)에서 구 남제주군청사(현 서귀포시 제1청사)를 잇는 41.2Km(수정 40.6km)의 지방도로(1131번)이다. 이 도로는 1932년(1943년 지방도 지정)에 임도(林道)로 개설되어 사람들의 왕래가 시작되었고, 1956년에 부분적으로 정비를 시작했으며, 1961년 5.16 이후 본격적으로 확장해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국도(11번)로 지정되면서 5.16도로라 명명되었다고 전해온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휘호로 쓴 도로명비가 산천단 북쪽에 세워졌고, 이 도로 건설을 추진한 당시 김영관 도지사의 공적비는 이 도로 정상부인 성판악휴게소 입구에 세워졌다.

1962년 3월의 도로 기공식은 제주도청(현 제주시청사) 앞 공설운동장에서 거행되었는데 해군군악대, 의장대를 비롯해 박재란 등의 인기가수까지 참가한 축하 공연은 KBS(임택근 아나운서)에 의해 전국에 실황중계까지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7년 후인 1969년 10월에 공사 진도는 70%였으나 5일 후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미리 개통식을 가졌다는 일화도 전해온다.

이후 도로 확포장에 따른 계획은 관계당국과 자연보존협회 등과 서너 차례의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개수 및 포장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1972년 4월부터 1982년 12월까지 통행 차량에 대해 통행료(폐지될 당시 대형버스 400원, 중형버스 250원, 소형승용차 200원, 화물자동차 150원, 소형화물차 100원)가 징수되기도 했었다. - ‘제주도지(도로편)’ 참조

한라산 성판악휴게소를 정점으로 하여 산북 지역과 산남 지역을 연결시킨 이 도로는 제1횡단도로라 불리기도 한다. 도로 기점에는 제주시 중심 시가지, 종점에는 서귀포시 시가지가 있다. 한라산 원시림을 뚫어 만든 길이어서 도로 곳곳에서 사계절 원시림을 접할 수 있다. 산천단곰솔(천연기념울 제160호), 한라산등산로(관음사/성판악), 한라산생태숲, 제주마목마장(천연기념물 제347호), 제주상효동한란자생지(천연기념물 제432호)등과 연결되며, 제1논고교와 제2논고교 구간은 숲터널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걸어서 제주 속으로 2’의 제3일째는 제주시청에서부터 성판악휴게소까지였다. 주거리는 18.0Km, 보조거리 1.0km를 포함해 모두 19.0km였으며 소요시간은 5시간 5분이었는데 그 여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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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청(08:15) - 제주여고입구(08:51) - 아라초등학교/아라동사무소(09:14) - 목석원(09:33) - 남국사(09:44) - 제주대학교입구(10:04) - 산천단(10:23) - 제주산업정보대학(11:01) - 상명대학교제주수련원(11:07) - 제주봉개동왕벚나무자생지(11:40) - 한라생태숲(11:49) - 제주특별자치도축산진흥원목마장(11:59) - 비자림로갈림길(12:18) - 성판악휴게소(13:20)

예보와는 달리 약한 비는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면서 변덕스러웠지만 걸음에 장애가 되지 않았다. 5.16도로가 개설될 당시의 옛길과 5.16도로명비(碑), 그리고 송덕비 뒷면의 ‘가파른 산을 뚫어 잠자던 들판에 생명을 불어넣은’이란 추모 글귀를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을과 겨울 사이의 5․16도로의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껏 누리면서 3곳의 천연기념물(산천단곰솔/왕벚나무자생지/제주마)을 만날 수 있음은 걸음이 준 또 하나의 매력이었다.

'좋은 인연입니다’
남국사 일주문 안쪽에 내걸린 현수막에 새겨진 문구를 보면서 인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불교에서의 인연(因緣)은 인(因)과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서 곧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과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이라 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라 풀이하고 있다. 어떤 게 좋은 인연일까? 사전에서는 ‘좋은 인연’을 양연(良緣) 또는 선연(善緣)으로 대역하고 있다.

사람은 한 평생 살다보면 만나야 될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항다반사(恒茶飯事)다. 길을 걸으면서, ‘나의 삶에 좋은 인연을 엮는 사람들은 누구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기억 저 편에서 잔잔한 그리움을 안겨다 주는 이와의 ‘좋은 인연’이 오래오래 지속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 하루이기도 했다.
(2009. 11. 08.)
2010-02-12 1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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