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걸어서 제주 속으로(5.16도로편 2)
 김승태
 2010-02-22 17:31:33  |   조회: 6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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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제주 속으로 2’의 제4일째 5.16도로편 마지막 날인 11월 14일 08:40. 성판악휴게소 주차장에는 한라산을 찾은 등산객들로 대만원을 이뤘다. 찬바람은 체감온도를 영하로 떨어뜨리는 것 같았고 박무(薄霧)까지 곁들여지니 말 그대로 스산한 분위기였다. 출발에 앞서 기념 촬영과 처음으로 참가하는 분들에게 기념 깃발을 나눠주고 종착지 <비석거리>를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악한 생각을 하면 괴로움이 따른다.’라는 구절이 문득 떠올랐다. 이는 지난 8일의 ‘걸어서 제주 속으로 2’ 때 남국사 경내에 새겨진 부처님 말씀(법구경)인데 원문은 다음과 같다. - 心僞法本(심위법본)/心尊心使(심존심사)/中心念惡(중심념악)/卽言卽行(즉언즉행)/罪苦自追(죄고자추)/車轢于轍(거력우철). 마음은 모든 법의 근본이 되어/주인으로 모든 일을 시키나니/마음 속에 악한 일을 생각하면 말과 행동 또한 그러하리라/그 때문에 괴로움은 그를 따르리/수레를 따르는 수레바퀴 자취처럼 -

출발 5분 여 지날 즈음에, 언제 그랬느냐 듯 차거움은 사라져 버렸고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 잎사귀들은 파아란 하늘과 조응되면서 만추(晩秋)의 정서를 연출하고 있었다. 5.16도로의 자랑인 숲터널을 지날 때에는 동심으로 돌아가 쌓인 나뭇잎 한 움큼을 집어 허공으로 날려 보내기도 했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들이 동행하였다. 오르미 자매단체인 부산운봉산악회 정태욱 부회장 내외. 그의 친구인 박승태 사장 내외, 그리고 오르미홈을 보고서 서울에서 일부러 내려온 이경주 씨였다. 오르미들도 다른 때보다도 많은 13명이 동참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5.16도로는 제주시 관덕정(현 제주시청 내 제주시 원표)에서 구 남제주군청사(현 서귀포시 제1청사)를 잇는 41.2Km(수정 40.6km)의 지방도로(1131번)이다. 제3일째에 이어 제4일째의 계획은 성판악휴게소에서 서귀포시제1청사까지였는데 5.16도로가 <비석거리>에서 동일주도로와 만나므로 목표 지점을 <비석거리>로 수정하였다. 주거리는 19.1Km, 보조거리 1.0km를 포함해 모두 20.1km였으며 소요시간은 6시간 3분(점심시간 포함)이었는데 그 여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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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판악휴게소(08:55) - 동수교(09:29) - 숲터널(09:41) - 논고교(10:27) - 거믄오름입구(10:25) - 신례리왕벚나무자생지(수악교(10:47) - 수악교(11:02) - 수악입구(11:25) - 예이츠산장입구(11:35) - 서성로삼거리(12:00) - 선돌/선덕사입구(12:03) - 하례입구(12:35) - 영천오름입구(12:40) - 서귀산과고/돈내코입구(12:45) - 서귀포온성학교입구(13:04) - 토평입구(13:20) - 점심 - 나비박사석주명기념비(14:33) - 비석거리/동일주도로교차점(14:58)

4일 동안에 걸쳐 한라산 백록담을 정점으로 북-남을 연결하는 1100도로(1139번)와 5.16도로(1131번) 걷기를 마쳤다. 지난 3~5월의 ‘걸어서 제주 속으로’의 ‘걸어서 제주 섬 한 바퀴’에 이은 ‘걸어서 한라산 정상까지’의 감동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자동차를 타고 수없이 지나쳤던 그 길을 걸으며 두 곳의 도로에 얽힌 사연들을 비롯해 가까이에서 제주 문화의 일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음은 걷기가 가져다 준 가르침이었다.

한편으로는, 조선 중기의 문신 신흠(申欽)이 ‘야언(野言)’에서 밝힌 ‘사람이 추구해야 할 세 가지 즐거움(문을 닫고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것, 문을 열고 마음에 맞는 손님을 맞는 것, 문을 나서서 마음에 드는 경치를 찾아가는 것)’에 대한 자성(自省), ‘山 같은 인연’과 ‘좋은 인연’에 대한 숙고(熟考)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계절의 순환에 따른 자연의 섭리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살아가면서 평소 악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그리움이 머물다 간 그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2009. 11. 15.)
2010-02-22 17: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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