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걸어서 제주 속으로(제1산록도로편)
 김승태
 2010-02-26 18:48:58  |   조회: 6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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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가을과 봄 사이의 계절로, 24절기에서는 입동(立冬:11월 7일경)부터 입춘(立春:2월 4일경) 전까지를 말하나, 천문학적으로는 동지(冬至:12월 21일)부터 춘분(春分:3월 21일)까지를 가리킨다. 기상학에서는 12월~2월을 겨울이라 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겨울의 멋은 눈 내림일 것이다. 제주 지방에는 지난 11월 3일에 때 이른 첫눈(평년보다는 3일, 지난해보다는 16일 빠름)이 내리더니, 16일 한라산에는 20cm 이상의 폭설까지 기록해 등산객들에게 경이로움을 선물했다고 한다. 겨울의 길목인 11월 22일에는 ‘걸어서 제주 속으로 2’의 북~남을 넘어가는 1100도로와 5․16도로편을 마치고나서, 서~동을 연결하는 제1산록도로편을 이어갔다.

제1산록도로(第1山麓道路)는 제주시 월평동 산 3번지에서 애월읍 어음리 산 7번지에 이르는 한라산 북쪽 해발 600m 이상의 국유림 지대를 동~서 방향으로 뚫어 만든 길(1117번, 길이 22.1㎞)로서 제1한라관광도로라 불리기도 한다. 이 도로는 원래 일제 시대 때 너비 4~5m 규모의 비포장도로가 인위적으로 곳곳에 개설되어 군수 물자를 수송하거나 진지 구축 등에 필요한 군수용으로 이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74년도에 본격적인 개설 공사를 착수했고, 이듬해 7월에 1차 공사가 마무리 되었으며, 1979년 4월에 지방도 1123호로 지정(이후 1117번으로 조정)되었다. 이후 1989년에 관음사~제주시공설묘지 구간, 1995년에 1100도로~평화로 구간, 1996년에는 제주시공설묘지 북쪽 구간 공사로 완료되었으며 투입된 재원은 모두 129억 원에 이르고 있다. - 제주도지, 북제주군지 참조

이 도로는 제2산록도로와 함께 한라산을 횡단하는 5․16도로, 1100도로와 연계되면서 한라산을 정점으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제주 한 바퀴 돌 수 있는 순환 도로로서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산남과 산북 지역 곳곳을 돌아보는 사람들에게 가장 짧은 이동 경로를 제공해 줄 뿐 아니라 농, 수산물의 물류비용 절감과 중산간 일대의 개발 촉진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

'걸어서 제주 속으로 2’의 제5일째는 평화로변 어음1리교차로에서부터 5․16도로와 연계되는 산록도로입구(산천단)까지였다. 주거리는 22.1Km, 보조거리 2.0km를 포함해 모두 24.1km였으며 소요시간은 5시간 52분이었는데 그 여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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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제1교차로/제1어음교(09:05) - 웅지리조트/바리메입구(09:22) - 노꼬메입구(09:33) - 궷물오름입구/장전리공동목장/제주경찰특공대(09:55) - 천아오름/산새미오름입구(10:32) - 제2광령교(11:01) - 어승생삼거리(11:44) - 충혼묘지입구(11:59) - 노리손이오름입구(12:22) - 방선교/농촌진흥청국립축산과학원시험지(13:02) - 제주도교육과학연구원/탐라교육원(13:17) - 특전사(13:35) - 관음사등산로/농촌진흥청국립축산과학원난지축산시험장(13:45) - 관음사(13:59) - 서삼봉낙엽길(14:24) - 신비의도로(14:38) - 새미오름입구(14:45) - 산록도로입구삼거리(14:57)

제주기상청은, 올 겨울에는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갑작스레 큰눈이 내리고 포근하다가도 느닷없이 한파가 몰아치는 고약한 겨울 날씨가 가끔 나타날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1산록도로를 거니는 동안에 사계절을 넘나들었다. 제주시가지와 관탈섬 너머 수평선상의 하추자는 원근(遠近)의 조화를 이루면서 봄날의 정취를 자아내는 것만 같았고, 1100도로와 만나는 어승생유원지 부근에서부터는 잦아든 바람으로 땀까지 흘러 내렸으니 순간이나마 여름을 체험한 것이었다. 탐라교(耽羅橋) 부근에 이를 즈음의 하늘(가을)은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고왔으며, 은백색의 하얀 눈(겨울)을 뒤집어쓴 한라영봉은 그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아름다웠다.

'신비의 도로' 표석 앞과 5.16도로변 산록도로 입구에서 양손을 치켜들어 성취의 기쁨을 누리고 나서, ‘좋은 인연’의 자취를 더듬어보고자 지난 ‘5.16도로편’ 때 잠깐 들렀던 ‘남국사’를 다시 찾았다. 일주문 넘어든 곳에 '좋은 인연입니다'란 현수막은 오늘도 반갑게 마중해 주는 것만 같았다. 어떤 인연이 ‘좋은 인연’일까?

아무런 감정도 느낌도 없이 그저 바람처럼 스쳐가야 할 사람이 이런저런 연유로 인해 이웃이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하루’라는 인생의 드라마(?)에 출연하다 보면 선연(善緣)보다는 악연(惡緣)을 맺는 상황도 발생한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살이는 어느 날, 어느 시(時)에 이미 정해져 있는 운명을 영위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다양함보다는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베풂과 나눔의 삶, 그게 ‘좋은 인연-선연(善緣)’을 엮어가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그리움이 머무는 곳에 새록새록 사랑이 싹트고, 그 사랑을 한 올 한 올 엮어 좋은 인연으로 자라나게 하는 것, 그게 우리네 삶이 아닐까?
(2009. 11. 22.)
2010-02-26 18: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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