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걸어서 제주 속으로 3(서광~무릉)
 김승태
 2010-06-20 17:26:33  |   조회: 5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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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와 짓궂은 비는 4월 첫날에 최고 150mm의 폭우가 한라산을 비롯한 제주도 산간에 내렸다. 계절은 봄을 향해 가고 있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지난 달 26일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발생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참사는 계절의 순환마저 멈춰 버리게 한 걸까? 완연한 봄 기운이 여기저기에서 솟아나야 할 시기이건만,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이라고 읊은 엘리엇(T.S Elliot)의 시구(詩句)가 아니더라도 그 잔인함을 실감하고도 남음이 있다.

‘걸어서 제주 속으로 3’의 제6일째인 4월 4일, 오랜만에 화창하게 개었다. 작년에 이어 가파도에서 열리는 제2회 청보리축제 참가를 위해 08:00 한라체육관 주차장에 모여 출발지인 모슬포항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했다. 축제 참가와 대정에서의 점심 식사를 마치고나서 출발지인 서광서리까지 차량으로 이동했으며 서광서리교차로에서 무릉2리(로터리)까지는 1시간 42분이 소요되었다. 주거리 7.2km, 0.4km를 포함해 모두 7.6km였는데 그 여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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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모슬포항(09:00) - 가파도항/청보리축제(09:15) - 모슬포항/점심(12:15) - 서광서리교차로(13:45) - 안덕면/대정읍경계(13:51) - 구억리검은굴(14:04) - 보성초구억분교(폐교)/제주옹기배움터(14:17) - 구억리복지회관(14:26) - 보성초신평분교(폐교)/신평리마을회관(14:50) - 1136번*1120번도로교차점(15:20) - 무릉2리로터리(15:27)

-- 주요 역사의 현장
0 가파도:가파도는 면적 0.9㎢, 해안선길이 4.2㎞, 최고점 20.5m이다.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5.5㎞ 해상에 위치하며, 남쪽에 마라도(馬羅島)가 있다. 개도(蓋島), 개파도(蓋波島), 가을파지도(加乙波知島), 더우섬, 더푸섬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1653년 네덜란드인 하멜이 제주도 부근에서 표류되어 조선에서 14년을 생활하다가 귀국한 뒤에 쓴 ‘하멜표류기(漂流記)’에는 ‘케파트(Quepart)’라는 지명으로 소개되고 있다. 1750년(영조 26년) 제주 목사가 조정에 진상하기 위하여 소 50마리를 방목하면서 소들을 지키려고 40여 가구 주민들의 입도를 허가하였다. 섬 전체가 접시 모양의 평탄한 지형을 이루고 토양의 풍화도가 높아 농사짓기에 유리하며, 제주 부속도서 중 용수 조건이 가장 좋고 주변 해역에는 어로 자원이 풍부하다. 전복, 소라, 옥돔, 자리돔 등의 특산물이 유명하며, 유적으로는 조개무지, 선돌, 고인돌군 등이 있고 해녀 노젓는 소리, 방아질 소리, 맷돌질 소리 등의 민요가 전해진다. - 참조:두산백과사전

한편, 2009년 가파도 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제1회 가파도청보리축제가 열렸(2010년에는 4월 1일부터 4월 5일까지)는데 이 축제는 60만여㎡에 심어진 청보리밭 샛길 걷기, 어장 체험, 소라구이 무료시식, 난타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여 참가자들에게 봄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0 구억리:250여 년 전에 <다리논물>이라는 곳에 조씨(趙氏), 문씨(文氏) 등이 살면서 옹기를 만들기 시작 것이 설촌의 시초라 알려지고 있다. 1915년 안성리(安城里)에서 분리하여 구억리(九億里)라 불리고 있다. 이는 안성리 상동(上洞) 북쪽 <가래동산> 옆에 큰밭이 있었는데 그 밭 구석이 9개가 되어서 <구석밭(九角田)>이라고 했고, 이 밭 주위에 사람이 살았기 때문 <구석밭>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며 한자음으로 구억리(九億里)라 표기했다고 한다. - 참조:마을 홈페이지

0 신평리:1862년 경 보성리 서쪽 <도로못>근처에 20여 가구가 모여 작은 동네를 이루고 있어 <웃날외 / 웃날래>라 했는데 1864년에 보성리일부와 일과리 일부를 떼내어 한 마을을 구성하여 신평리라 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신평리는 이 마을이 자리 잡은 지대가 평평한 지형임을 감안하여 평지에 들어선 새 마을이란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 참조:마을 홈페이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을 웰빙(Well-being)이라 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늙는 것을 월에이징(Well-aging) 이라고, 그리고 사람이 사람답게 죽는 것을 월다이잉(Well-dying)’이라고 한다. 가파도의 청보리길을 따라 거닐면서 1년이란 시간을 되뇌어 보았다. 결코 짧지 않은 그 1년이란 세월은 그리움을, 그 어느 때는 행복을 안겨다 준 것 같다.

드넓은 구억~신평~무릉을 가로지르는 중산간도로 여기저기에 피어난 들꽃들을 보면서는 살아감이 무엇인지, 그리고 천안함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다 순직한 고(故)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 소식을 들으면서 살신성인(殺身成仁)을 생각해 보았다. 살아간다는 것, 기다림 속에서 나타나는 크고 자그마한 일들의 이어짐인 것 같다. 우리네 인생, 어쩌면 죽는 그 날까지 기다림과 여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0. 04. 04.)
2010-06-20 17: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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