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길 따라 오름 따라 089> 선현들의 숨결 - 바굼지오름
 김승태
 2010-10-20 20:02:38  |   조회: 6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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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을 오르내리다보면 산재한 문화재들을 만나게 된다. 문화재(文化財, cultural properties)란 고고학, 선사학, 역사학, 문학, 예술, 과학, 종교, 민속, 생활양식 등에서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인류 문화 활동의 소산(所産)을 말한다. 1995년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는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자료로 분류하고 종류와 가치에 따라 국보, 보물,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무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보호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바굼지오름을 올랐다가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대정향교’에 들러 선현들의 숨결을 음미해봄도 의의 있는 일일 것이다. 바굼지오름은(바구미오름, 簞山, 破軍山, 안덕면 사계리 3,124-1번지, 표고 158m, 비고 113m)은 대정읍의 대정향교의 뒤쪽에 있는데 대정향교 주차장에서 인성리 쪽 400m 지점(단산사 정문)에서 산책로(총 연장 1,070m)를 따라 오를 수 있다.

옛날 산야가 물에 잠겼을 때 이 오름이 바굼지(바구니의 제주어)만큼만 보였다는 전설에 연유하여 바굼지오름이라 불려지다 한자로 대역하여 簞(대광주리 단)山으로 표기하고 있다. 또한, 박용후(향토사학자)는 ‘정우지(靜友誌)’(1990)에서 바굼지, 바구리와 가까운 말은 바구미인데 바구미는 박쥐의 옛말로 이 오름의 모양새가 박쥐를 닮은 데 연유하고 있다고 피력하고 있다. 파군산(破軍山)은 바굼지오름의 이두식 표기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빼어난 곡선미, 가까이 다가서면 위압적인 수직의 벼랑. 온통 바위로 둘러싸여 있어 바위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 오름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지질학자들은 이 오름을 제주도 최고 연륜에 속하는 기생화산으로서 오랜 세월의 파식(波蝕), 풍식(風蝕)에 의하여 지금은 골격 단계에 이른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동~서로 이어지는 등정로를 따라가다 보면 소나무를 비롯해 여러 나무들도 볼 수 있으나 무엇보다도 퇴적층의 모습과 그 틈새에 뿌리를 내린 이름 모를 식물들, 그리고 절울이~산방산~형제섬이 연출하는 장관은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기슭에는 석천(石泉)이라 불리는 남샘(속칭 새미물), 제주교수아카데미,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 제4호(1971년 8월 26일)인 대정향교가 있다. 대정향교는 원래 1408년(태종 8)에 대정성(大靜城) 안에 창건되었는데 터가 좋지 않다고 해서 두어 차례 옮기다가 1653년(효종 4)에 이원진 목사에 의해 현 위치로 이건(移建)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는 명륜당, 대성전, 동재, 서재, 삼문(三門) 등이 있고 소장 중인 의문당(疑問堂) 현판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제주에 유배 중인 1840년에서 1848년 사이에 직접 쓴 것으로서(2001년 10월에 한국고미술협회의 감정)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의문당’이란 궁금하거나 의문이 나는 학문의 내용을 추사 선생에게 묻고 설명을 듣는 장소라는 뜻이다.

한편, 10월 31일에는 대정읍 소재 추사적거지에서 대정고을 역사문화예술 보존회가 주최하는 '대정고을추사문화예술제'가 열린다. 이는 조선 시대 서예의 대가인 추사 김정희 선생이 제주도에서 9년의 유배 생활을 보내는 동안 불후의 명작인 세한도를 남겼고 지역민의 교육에도 힘씀으로써 대정고을이 예향의 고장으로 자리잡는데 기여를 한 추사 선생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추사 선생 탄신 축하제례, 유배행렬재현' 등의 주 행사와 '걸궁 길트기, 마을풍물패 공연, 집줄놓기 재현' 등의 보조 행사로 나눠 열린다.
2010-10-20 20: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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