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095) 멀리 보며 즐겁게 산책하는 길 - 베리오름
 김승태
 2011-02-02 15:09:53  |   조회: 6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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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새해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이 지났다. 제주 유일의 풍습인 신구간(新舊間)이 끝나면서 계절의 순환은 봄 기운을 움트게 하고 있다. 신구간은 24절기인 대한 5일 후부터 입춘 3일전까지 약 일주일 동안을 말하는데 제주 토속 신앙에 따르면 일년에 한번씩 신신(新神)과 구신(舊神)의 인사 이동 기간으로 이 때는 지상의 모든 신들이 옥황상제께 새로운 임무를 부여 받기 위해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신들의 부재 기간 신구간에 이사를 하거나 해묵은 집을 수리하면 동티(액)를 막을 수 있다고 전해오고 있다.

유난히도 추운 올 겨울, 일석 이희승 선생의 '딸깍발이'에서, "요놈, 요 괘씸한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은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마는, 어디 내년 봄에 두고 보자." 하고 벼르더란 옛날 남산골 '딸깍발이'의 앙큼한 자존심을 소개하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구제역이, 얼어붙은 경기가, 폭설과 한파가 우리들의 몸을 움츠려들게 하고 있지만 이럴 때일 수록 활짝 펴고 베리오름을 오르내리며 2011년 한달의 반성과 함께 즐거운 설맞이도 하자. 베리오름(別刀峰 禾北峰, 화북동 4,472번지, 표고 136m, 비고 101m 형태 원추형)은 제주시 우당도서관, 사라봉, 화북동 쪽에서 쉬 오를 수 있다.

세인들에게는 별도봉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지만 원래 이름은 베리오름이다. 그 어원의 해석에 대해서는, 벨(벼랑의 제주어)+도(길목의 제주어)로 벼랑에 이르는 길목, 예전에 육지를 드나드는 포구가 있었음에 유래하여 배의 길목인 뱃+도, 이 오름이 소재한 화북동이 벼를 재배하던 곳이었으므로 그 마을의 뒤인 볏+뒤의 변이, 그리고 포구가 있었음에 관련지어 이별의 슬픔이 칼에 베이는 것과 같다 하여 별도봉(別刀峰), 화북에 위치하여 화북봉(禾北峰)이라고도 한다.

제주의 관문 사라봉과 맞닿은 오름으로 오름의 기슭에서는 두 오름이 잘 분간되지 않는다. 그 까닭은 사라봉과 이 오름 사이에 또 하나의 알오름이 능선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산책로가 개설되면서 사라봉과 더불어 제주시민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타이어매트와 계단 등으로 다져 놓은 산책로는 사람의 발길이 잦아 일부 지역은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름의 서쪽 비탈에는 깨끗한 화장실이 있고 산책로를 따라 오름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바다 쪽의 천인단애가 있는 곳은 속칭 '자살바위'라 불리는 곳이다.

어느 젊은이가 여기서 자살함에 명명되었다고 하나 이에 대해 확실히 전하는 바는 없다. 예전에 이 바위에는 '한번 더 생각합시다.'라는 글귀가 페인트로 쓰여 있었으며 '자살터'로의 명성(?)을 오늘날에도 지니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아래로는 사시사철 검푸른 파도가 넘실거려 장관을 이루던 곳은 국토해양부의 '해양관광 · 레저 활성화 방안'에 따라 2006년에 착공하여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대역사(大役事)가 진행 중에 있다.

우당도서관 쪽 진입로에 세워진 <별도봉장수산책로> 안내문에는 그림과 함께 산책로(총연장 1.8km, 소요 시간 40분 내외)를 소개하고 있는데 내용도 빈약하거니와 실제와 그 위치도가 틀려 초행자들에게 헷갈림을 주고 있다. 그리고 <사라봉 산책로>와의 연계도 어딘가 매끄럽지 못하고 주요 역사 문화에 대한 소개도 미흡해 많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세계무형문화유산(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인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진지동굴, 화북비석거리(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30호), 별도봉정수장, 궁도장 등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글과 그림을 통해 보완했으면 하고, 사라봉과 사라알오름과의 연계와 정상에는 조망도도 세워졌으면 좋을 것 같다.
2011-02-02 15: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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