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길 따라 오름 따라 019> 오름에도 가족은 - 따라비
 김승태
 2008-10-06 06:49:15  |   조회: 5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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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아름다움, 가을이란 계절도 한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천고마미(天高馬肥)의 전형을 요즘 제주 들녘에서 만끽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 좋은 계절에 오름을 찾아 오름에서 가족의 의미를 느껴봄은 어떨까?

가족(家族)을 국어사전에서는 ‘부부와 같이 혼인으로 맺어지거나, 부모, 자식과 같이 혈연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이라 풀이하고 있다. 영어의 family는 f(father) a(and) m(mother) i(I) l(love) y(you)의 머릿글자들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제주 오름들에서의 가족은, 따라비와 삼형제(세성제)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비(따래비 땅하래비 地祖岳 多羅非 地翁岳, 표선면 가시리 산 62번지, 표고 342m 비고 107m)는 중산간도로(1136번)와 서성로(1119번)가 만나는 가시사거리까지에서 성읍리 쪽 100m 지점 왼쪽의 길을 따라 2.8km를 가면 기슭(공터)에 도착할 수 있다. 또한, 표선면 쓰레기처리장 쪽, 번영로변에 연한 남영목장 쪽, 성읍2리 버스정류장 쪽, 큰사슴이 쪽 등에서도 각각 기슭에 이를 수 있다.

주위에 모지(母地)오름, 장자(長子)오름, 새끼오름이 있는 데서 이 오름은 그 중 가장(家長)이 되어 따애비, 땅하래비라 불려지다 따라비, 따래비로의 와전, 고구려어의 다라(達乙 : 높다)+비(미 : 산)에서 경음화 되어 따라비로의 전이되었다는 설 등이 있고 이를 한자로는 지조악(地祖岳), 다라비(多羅非), 지옹악(地翁岳)이라 하고 있다. 이 오름이 오름의 할아버지라 할 때 그 손자는 구좌읍 종달리에 손지오름이 있다.

할아버지의 위용을 갖추기 위해서일까? 오름의 멋을 듬뿍 껴안고 완벽에 가까운 미의 경지를 마음껏 과시하고 있는 오름이다. 굼부리는 3개임이 분명한데 연이어지는 봉우리는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양새를 달리하므로 개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함을 지니고 있다. 만약에 이 오름이 풀밭이 아니고 나무로 채워졌다면 그 위용과 멋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오름의 아름다움은 큰사슴이, 성읍2리 버스정류장, 남영목장, 그리고 큰사슴이 쪽에서 들어와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름 쪽으로 걸어가면서 오름의 형상을 관망하는 데 있다. 끊어질 듯한 능선은 어느 새 봉우리로 이어졌다가 굼부리로 빠져들고 이는 다시 능선으로 솟아오르고. 마치 험난한 인생살이의 역정을 보는 듯하다.

들꽃들과 어우러진 민틋한 등성이, 원형과 말굽형의 복합을 이룬 굼부리와 여기저기 자리한 묘들의 조화, 그리고 이 오름을 중심으로 대가족을 이룬 주위 오름들의 배열, 이에 따라 그럴듯하게 붙여진 오름들의 이름-장자오름(큰아들), 모지오름(母子), 새끼오름(작은아들)-은 결코 우연의 소산은 아닐 것이다. 할아버지의 근엄함과 자애로움을 두루 갖추고 있는 따라비의 신비로움은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품으로 찬사를 받을 만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오름 등성이와 기슭에는 출렁거리는 은빛 억새가 장관을 이뤘었는데 요즘은 거의 사라져버렸으나 제주오름들의 할아버지의 그 전형은 고이 간직하고 있다.
2008-10-06 06: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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