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113) 무분별한 탐방로 개설 - 괴살메
 김승태
 2012-02-12 15:31:25  |   조회: 8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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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이 어느 때부터 더욱 확산되었는지는 그 느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관계당국에서도 오름의 보전과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숭어가 뛰면 망둥이도 뛰는' 식의 오름 탐방로 개설은 심사숙고해야 할 것 같다.

즉, 전후좌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름의 탐방로 개설은 능사가 아닐 것이다. 탐방로 개설로 인해 오름의 환경이 파괴되고, 많은 예산을 들여 개설한 탐방로가 효율적이지 못한다든지 무용지물이 된다면 탐방로 개설 사업은 재고해야만 한다.

괴살메(고살미 猫山峰, 구좌읍 김녕리 369번지, 표고 116.3m, 비고 81m, 형태 말굽형)는 일주도로(1132번)변의 김녕중학교 남쪽 울타리 곁 신호등에서 조천읍 쪽 300m 지점 왼쪽에 '광산김씨세장산입구(光山金氏世葬山入口)'란 표지석이 세워진 길을 따라 1.2㎞를 가면 기슭에 도착(또는, 김녕 입구(해안도로 시작)에서 세화리 쪽 600m(김녕중학교 남쪽 울타리에서 600m임) 지점)할 수 있는데 접근하기가 다소 어려운 편이다.

오름의 모양새가 고양이가 누워 있는 모양 같다고 하여, 또는 고양이가 살았다 하여 괴(고양이의 옛말)+살(살다)+메(山)․고살미, 이를 한자로 묘산봉(猫山峰)이라 하고 있다. 이 오름은 동쪽의 삿갓오름(입산봉)과 더불어 김녕리민들의 희로애락을 담뿍 담고 있는 오름이다. 일주도로에서 보면 고양이의 등같이 구부정하게 굽어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누구의 제안에 의한 것인지 모르지만 이 오름에도 탐방로가 A/B 코스로 개설되었고 보는 이 없는 LED 안내판까지 세워져 있다. 일주도로에서 이 오름 기슭까지 찾아감도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터인데 중허리와 능선을 오르내리게까지 하면서 개설된 탐방로를 연중 몇 명이나 찾아들까?

꼭 필요했다면 기슭 따라 둘렛길을, 그리고 남동쪽 기슭에 위치한 광산 김씨(光山金氏) 묘역을 연계시켜 역사 문화의 장으로 승화시켰으면 바람직했을 것이다. 1368년(공민왕 17)에 입도(入島)한 광산 김씨(光山金氏) 제주 입도조 김윤조(金胤祖)의 묘는 고려 양식인 석곽방묘(石槨方墓) 묘형(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60-1호, 2006년 9월에 고려식 방형묘를 알리는 표석 세움)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쪽에는 그의 증조부인 김수(金須) 장군(삼별초난 때 관군의 부장(副將)으로 전사)을 추모하기 위한 사적비(높이 4.2m, 1988년 3월에 제막)가 후손들에 의해 세워져 있다.

이 오름의 굼부리는 남쪽으로 향한 말굽형으로 그 안에는 농경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오름 기슭을 빙 돌아가며 길도 개설되어 있다. 모든 비탈에는 소나무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나무들과 잡초들이 무성하다. 제주경실련이 1997년 10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오름 남동쪽 약 2.0㎞ 지점의 연못에는 우리 나라 멸종 위기종인 순채(특정야생동물 식-56)의 군락지가 있고 이 곳에는 17종의 수생식물이, 이 오름 주위에는 총 18종 123개체의 야생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 오름 남쪽 기슭 너머에는 광개토대왕을 소재로 한 역사 드라마 태왕사신기(太王四神記:김종학 프로덕션) 오픈세트장이 들어섰고, (주)에니스에 의해 1조 3백억 원이 투자되는 묘산봉 관광지 개발사업(2006년 7월 기공, 2011년 완성)이 진행되기도 했는데 지난 2월 7일 제주도는 묘산봉 관광지구 내 개발 사업자인 ㈜청암영상테마파크(공동 대표 김종학·방찬호)에 대해 개발 사업 승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업 시행 승인을 받은 지 5년 넘게 장기간 사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주 오름에 대한 보전 차원에서 관계당국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탐방로 개설과 훼손지에 대한 복원 사업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짐은 바람직하나 괴살메의 탐방로 개설처럼 다시는 이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2012-02-12 15: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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