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영외외출과 구두솔
 강병익
 2012-02-23 12:40:01  |   조회: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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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외외출과 구두솔

논산훈련소에서 5주간의 신병교육을 수료하는 아들 녀석의 면회를 가기 위해 몇 일전부터 항공권 및 숙소예약, 차량 렌트 등으로 부산을 떨었다.

2월 중순, 봄을 시샘하는 매서운 한파 속에서 33여년전 논산훈련소에 입대하던 오래된 기억을 더듬으며 집사람과 함께 훈련소를 찾았다. 산천은 변하였지만 훈련소는 그 장소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훈련소 입구에서 신분확인을 마치고 수료식장으로 향하였다. 수료식장은 중대별로 정열이 잘 되어 있어서 안내장에 표시된 대로 쉽게 아들 녀석을 찾을 수 있었다.

멀리 바라보이는 아들 녀석은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걱정이 되었다. 입대 전에도 기침을 자주하곤 하였는데, 아직까지 감기가 안 떨어졌나 하고 걱정이 앞섰다. 수료식장은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훈련병들의 할머님, 부모님, 동생, 여자친구 등 다양한 면회객들로 북적거렸고 진행순서에 따라 국민의례, 우수훈련병 표창과 연대장 훈시, 부모님에 대한 경례와 마지막으로 자식에게 계급장 달아주기로 이어졌는데 5주 만에 아들 녀석과 상봉하면서 한층 늠름해진 모습을 보고 그 동안 훈련받느라 고생하였다며 격려해 주었다.

논산훈련소는 몇 년 전부터 수료식을 마치고 나서 오후 5시까지 영외외출이 허락되고 있어 아들과 같이 훈련소 밖으로 나와 예약해둔 식당에서 갈비와 냉면을 맛있게 먹었는데 자장면과 탕수육도 먹고 싶다 하여 근처에 있는 중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자장면과 탕수육을 사주었다. 아들 녀석이 피곤해 할 것 같아 따뜻한 곳에서 잠깐이라도 쉬게 하려고 인근에 있는 숙소를 찾아들었다. 숙소에서 아들 녀석과 훈련기간 동안에 있었던 여러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아들 녀석은 체격이 커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입대 후 처음 훈련할 때 선착순 달리기에서 뒤에서 3번째였는데 수료식 바로 직전의 선착순에서는 뒤에 30여명이 있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옷은 처음에 115사이즈를 입었는데 지금은 체중이 많이 줄어 105크기를 입고있어 훈련복이 너무 커 못 입겠다는 등 훈련소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떠는 녀석을 바라보면서 그 동안 걱정했던 모든 것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러면서 아들 녀석이 훈련복 상의 주머니에서 꺼내든 것은 먹고 난 빈 우유팩 속에 든 구두솔과 구두약! 웬 구두약과 구두솔이냐고 묻자 아들 녀석 왈, 엄마 아빠 구두를 닦아드리고 싶어서 챙겨 가지고 왔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찡 해왔다.

내 구두는 6여년 전에 산 것으로 너무 낡아 밑창도 거의 떨어지고 내다 버릴 지경이 되었는데 평소 그것이 안스러웠던지 5주 훈련을 끝내고 몇 시간 주어진 영외면회를 나오면서 챙겨 가지고 나온 구두솔과 구두약을 보고, 자식의 기특한 생각에 고마운 마음과 한편 자식을 너무 엄하게 키운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으로 눈물이 핑 돌아 얼른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고 말았다.

면회를 가면서 날씨가 너무 추워 구두대신 트래킹신발을 신고 가는 바람에 아들 녀석은 엄마 구두만이라도 닦아 드려야겠다면 맨 바닥에 앉아 구두를 닦는 모습을 보면서 훈련소에서 훈련병들에게 인성교육도 잘 가르쳐준 것 같아서 고마움이 앞선다. 앞으로의 자대생활도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까지 갖춘 것 같아 5주간의 훈련소 생활에 많은 수고를 해주신 훈련소 연대장님을 비롯한 장병 여러분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영외외출을 마치고 훈련소로 복귀하는 길에 차가 너무 밀려서 아들 녀석은 부득이 중간에 내려 뛰어 귀대하는 바람에 제대로 작별도 못하고 왔지만 짧은 시간동안의 면회를 통해 군 입대를 앞두고 걱정하고 계신 부모님들께 훈련소 생활에 대한 걱정은 크게 안하셔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꼭 전해 드리고 싶다.

제주특별자치도지방노동위원회 강병익
2012-02-23 12: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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