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117) 오름/곶자왈 - 논오름
 김승태
 2012-10-03 12:30:41  |   조회: 29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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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길목 제주는 지난달 ‘볼라벤(BOLAVEN)’과 ‘덴빈(TEMBIN)’의 겹태풍에 이어 제16호 산바(SANBA)가 관통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초속 40m 이상의 강풍에다 지역별로 800㎜ 이상의 폭우는 제주섬 곳곳에 많은 피해를 남겼다. “뻥 뚫린 하늘…물폭탄 맞았다(제주일보), 태풍 '산바' 제주섬 물폭탄 세례(한라일보), '산바' 사상 최대 단수사태 초래(제민일보), 3연타 태풍'에 맥 풀린 農心...'어찌 살아야 되나요?'” 등의 제하의 기사들은 그 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올해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산바를 포함해 4개로 1962년 이후 50년 만이라고 한다. 극심한 가뭄과 폭염, 폭우, 태풍까지 그 어느 때보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경험했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태풍 발생 위치가 북상하면서 한반도로 들어오는 태풍이 많아짐에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계절과 지역을 막론하고 기상 이변은 점차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재해는 어쩔 수 없다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할 것 같다.

한가위를 전후하여 우리 곁에는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이 찾아왔다 김원룡은 ‘한국의 미’에서, “여름에는 때때로 하늘을 덮고 우레 소리로 사람을 놀라게 하지만, 추석이 되면 동산에 떠오르는 중추 명월(仲秋 明月)에 자리를 비켜주는 그런 구름이다. 세상 또 어디에 흰 구름 날아 간 뒤의 맑은 한국 하늘의 어여쁨이 있을까! 이 맑은 하늘 밑 부드러운 산수 속에 그 동심같은 한국의 백성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미(美)다."라고 표현했는데 대한 산하 어느 곳을 배경으로 삼았는지 모르지만 요즘의 제주섬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대목인 것 같다.

이 좋은 계절 가을에 논오름을 오르내리며 한라산~산방산의 조망, 그리고 화순곶자왈과 최근에 개장(9월 22일)한 '서광이 비치는 숲길'을 걸어보면서 나름대로 가을 분위기를 만끽해보자.

논오름(畓岳 論岳, 안덕면 화순리 12번지, 표고 186m, 비고 56m, 형태 말굽형)은 중산간도로(1136번)변의 서광동사거리(1136번 도로와 1135번 도로가 만나는 서광서사거리에서는 800m․1136번 도로와 1116번 도로가 만나는 상창교차로에서는 2.5㎞임)에서 화순리 쪽으로 1.2㎞를 가면 왼쪽에 성일레미콘 입구가 있고 이 곳에서 오름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400m를 더 가면 정상부에 도착할 수 있다.

오름의 굼부리 안에 논이 있다고 하여 논오름, 이를 한자로 답악(畓岳), 논오름을 표음화하여 논악(論岳)이라 표기하고 있다. 또한, 옛날 이 오름 일대에서 활을 쏘며 놀았다는 데서 '노은+오름'이라 불려지다가 논오름으로 축약되었다고도 한다.

굼부리 안의 감귤원, 층층이 조성된 농경지, 그 틈새에 어우러진 팽나무 군락, 정상에서 바라보는 널따란 자연림의 수림(樹林), 그 너머 마라도까지 펼쳐진 풍광들이 이 오름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요소들이다. 등성이 여기저기에는 일제 시대 때 파놓은 미로형 땅굴 10개소가 남아 있다.

남동쪽으로 향한 말굽형 굼부리는 ㄷ자 형으로 구부러지면서 여느 오름에서 볼 수 없는 꽤 긴 거리를 이루고 있다. 굼부리를 중심으로 북쪽 등성이는 자연림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남쪽 등성이는 인공폭포․계단․정자 들이 어우러진 산책로를 마련해 놓았고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다.

논이 있었기에 논오름으로 불려졌다고 하나 주위 여건으로 볼 때 논농사는 어려운 것으로 보아진다. 이 오름 주위의 곶(산속의 숲 지대)은 다른 지역의 곶에 비해 규모나 정경에서 결코 뒤서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달리하는 곶의 극치를 이 오름 정상부에서 만끽할 수 있다.

논(畓), 활을 쏘며 놂, 일본군 주둔, 농경지 조성, 관광업, 곶의 조망 등등. 이 중 이 오름의 이미지를 대신할 수는 있는 것은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곶자왈의 조망일 것이다. 이 오름을 중심으로 1.5km의 '화순곶자왈과 2.3km의 '서광이 비치는 숲길(서광동리곶자왈 생태 탐방로)'이 개설되어 있다.
2012-10-03 12: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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