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119) 가을과 겨울 사이 - 비치미
 김승태
 2012-11-20 18:52:14  |   조회: 33507
첨부이미지
뙤약빛이 내리쬐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올 한해도 서서히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 늘 그러하듯 11월 하순이면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마무리하고자 함은 인지상정인 것 같다.

가을과 겨울 사이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지난날들에 대한 회한? 아니면 남은 한달 여의 시간을 후회없이 살아가는 것? 비치미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며 그 답을 찾아보도록 하자.

비치미(비찌미 비치메 飛雉岳 飛雉山 橫山, 구좌읍 송당리 산 255-1번지, 표고 344.1m 비고 109m 형 태 말굽형)는 번영로(97번)변의 성읍2리 버스정류장에서 마을 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700m를 가면 넓은목장 정문이 나오고 왼쪽의 길을 따라 2.0㎞를 가면 오름의 들머리에 이를 수 있다. 또한, 번영로변의 부성원 옆길, 송당리와 수산리를 잇는 도로(금백조로), 그리고 민오름 쪽에서도 기슭에 이를 수 있다.

이 오름은 꿩이 나는 모습을 한 형국의 의미를 지닌 비치(飛雉)․비찌+미․메, 한자로 대역하여 비치악(飛雉岳)․비치산(飛雉山)이라 불려지고 있는데 옛 지도에는 길게 비스듬히 가로누워 있는 형태의 뜻을 지닌 횡산(橫山)이라 표기했다고 한다.

오름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오름 중의 하나이다. 남~북으로 길게 누운 것 같지만 북동쪽으로 향한 굼부리는 좌우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고 군데군데 자리 잡은 묘들과 어우러져 고절감(高絶感)을 준다. 굼부리를 이룬 등성이는 또다시 작은 등성이를 이루어 북동쪽의 큰돌리미에서 보면 영락없이 꿩의 날개의 형상이다. 그래서 비치(飛雉)라고 했는지 모른다.

오름의 아래쪽에는 대부분 삼나무들이 자라나고 있으나 북동쪽 기슭 일부에는 자연림이 무성함을 발견할 수 있다. 정상부는 사계절 마소들이 뛰어 놀기 때문에 잔디가 곱게 잘 자라나고 있다. 맞은편의 개오름 쪽으로는 곧바로 정상에 이르나 번영로변의 부성원 쪽으로 진입하면 야트막한 능선을 넘어야 한다.

등성이를 따라 한 바퀴를 돌 수 있고 널따란 송당목장을 비롯해 주위의 오름들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구좌읍과 표선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개오름이 이웃해 있고 남서쪽의 성불오름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 오름의 북동쪽으로는 큰돌리미가 곧바로 연결되고 서쪽 너머에는 민오름이 있다. 민오름 사이에는 목장이 이어지고 중간에는 마소들이 먹을 수 있는 물이 솟아나며 그 옆에는 단일 봉분(封墳)으로는 꽤 큰 묘가 자리하고 있다. 여자의 묘(宜人金氏)로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크기이기에 눈길이 간다.

부성원 쪽 기슭엔 한산(漢山) 부종휴(夫宗休) 교사(敎師)의 묘(墓)가 자리하고 있다. 부종휴 선생님은 1926년 북제주군 구좌읍 세화리에서 태어난 선생은 초등학교 교사와 부산대, 서울대 등의 식물분야 연구원을 거쳐 76년부터 제주대 교수로 재직해 80년 작고할 때까지 줄곧 한라산 식물과 동굴 탐사 등 활동에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김녕초등학교 재직 때 학생들과 함께 탐사대를 조직해 전체 길이 7천400m, 최대 높이 25m, 너비 18m로 용암동굴로는 제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만장굴(천연기념물 제98호)을 처음으로 발견했으며, 1969년에는 길이 7천33m의 빌레못동굴(천연기념물 제342호)을 발견하기도 했다.

또한, 1962년엔 식물학자 박만규, 부종휴에 의해 진해에 주로 많은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이 아닌 제주도임이 밝혀져 벚꽃에 대한 격한 감정을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5.16이후 벚꽃 진해를 되살리기 위해 벚 꽃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12-11-20 18:52:14
59.8.45.6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