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걸어서 제주 속으로 7-제주섬 종주(관음사~냇새오름)
 김승태
 2013-04-01 13:43:17  |   조회: 6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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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제주 속으로 7'의 제주섬 종주도 어느덧 4일째를 맞이했다. 제4일째 당초 계획은 한라생태숲~관음사~1100도로를 잇는 한라산둘렛길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제3일째 마침 장소가 관음사이다보니 제4일째(관음사~1100도로~냇새오름)는 둘렛길의 묘미가 다소 반감된 것 같기도 하다.

산림청은 국민들이 '웰빙문화의 확산과 여가 시간의 증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져 가는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지리산둘렛길(274km, 2008~2012), 울진 금강소나무숲길(69.2km, 2009~2013)에 이어 세 번째로 한라산둘렛길 개설을 추진했다. 이 길은 한라산 해발 600m~800m 중턱을 한 바퀴(서귀포자연휴양림~한라생태숲~천아오름수원지~돌오름 연결) 도는 80km 코스를 일컫는다.

산림청과 제주특별자치도는 2010년에 연차적인 계획을 세워 2011년 4월에는 1단계로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 서귀포시 돈내코에 이르는 9㎞ 구간에 대한 사업을 마무리해 개통식까지 열었다. 이 곳에서는 울창한 자연림과 인공림, 일제 강점기 자원 수탈 통로였던 병참로(일명 하치마키 도로), 숯 가마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6월에 제2단계(거린사슴∼돌오름 5.6km) 개통에 이어 제3단계(서귀포시 숫오름~수악교, 5㎞) 공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둘렛길에 대한 평가와 보완 작업, 그리고 전액 국비로 추진되는 예산 확보와 둘렛길에 포함된 시험림 등을 관리하는 관계기관과의 협의 등 여러 문제가 야기되면서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이와 함께, 한라일보에서는 창간 20돌(2009년)에 즈음해 3월부터 약 5개월 동안 '한라산 환상숲길을 가다'란 특별 기획 탐사를 마련해 제주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가치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한라산 둘렛길을 걷는 제4일째 출발지인 관음사까지 승용차로 이동했으며, 도착지인 냇새오름 입구까지는 12.0km였다. 3시간 35분이 소요되었는데 그 여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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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08:20)~탐라계곡(09:24)~천산(09:51)~충혼각(11:10)~어승생수원지(11:22)~어승생소공원(11:27)~어승생제2저수지(11:33)~냇새오름 입구(11:55)

---- 주요 역사의 현장

0 탐라계곡 : 제주시 3대 하천의 하나인 한천(漢川)의 상류로서 약 3㎞에 달한다. 한라산 백록담 북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용진각대피소, 장구목과 삼각봉, 개미목 동쪽으로 흐르는 동탐라골의 물과 삼각봉 아래쪽에서 발원하여 개미목의 서쪽으로 흐르는 서탐라골의 물이 능화오름의 동북쪽에서 합쳐져 용담동 바다로 흘러감

0 천산 : 제주 오름 368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정상부에 자리한 묘비에선 '천산'으로 명명되고 있다. 정상부의 광활함은 탄성을 자아내고 제주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음

0 충혼각 : 호국영령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곳임

0 어승생수원지(저수지) : 제주 지역 유일의 상수원 저수지로서 1966년 6월 당시 제주도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제주도 수자원 개발 기본 구상도를 직접 그려 한라산 고지대 수원 개발 방안을 지시하면서 본격화되었다. 1967년 4월 20일 착공된 어승생 수자원 개발 사업은 당시 돈으로 10억 2000만 원이라는 막대한 공사비가 투입되었다. 이 공사는 당초 5개년 계획으로 추진될 예정이었으나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971년 12월에 완공되었으며, 완공 후 박정희 대통령은 이 저수지를 넓고 크다는 뜻으로 '한밝저수지'라 이름 붙였으나 일반적으로 어승생저수지라 부르고 있음

0 어승생소공원 : '물허벅' 안내문에는, "제주도에서 물을 길어나르는 물동이. 허벅이라고도 한다. 지름 30-40cm 정도의 공 모양의 둥근 항아리로 주둥이가 병처럼 좁아 출렁거려도 물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물허벅을 짊어지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대바구니를 물구덕이라고 하는데 넓적하게 쪼갠 대나무로 바닥이 엮어져 있어 물구덕을 짊어지는 밧줄인 물배로 멜빵을 해 짊어지기 편하도록 되어 있다. 물동이를 머리에 이어 나르는 내륙지방의 부녀자들과는 달리 제주 여성들이 등에 물을 지고 나르는 까닭은 바람과 돌이 많은 고장이어서 자칫하면 돌에 채이고 바람에 쓰러질 우려를 방지한 데서 생긴 풍습이라 짐작된다.
한편 물허벅은 제주도 특유의 타악기이기도 한데 남녀가 모여 노래를 부르고 즐길 때 물허벅을 두르려 장단을 맞추기도 하고 주둥이를 손바닥으로 두드려 은은하면서도 무게있는 소리가 울려나오게 하기도 하며 한쪽 손으로 불룩한 배를 두드려 소리를 내기도 한다."라고 소개하고 있음

0 어승생제2저수지 : 저수용량 50만t 규모로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총 사업비 458억 원을 투입해 2010년 4월에 시작해 2013년 2월에 완공함

0 냇새오름 : 제주오름 368엔 포함되지 않은 오름이다. 장구목과 웃세오름 부근에서 각각 발원한 물은 민대가리오름을 사이에 두고 Y계곡을 형성해 모아지면서 광령천이 되고, 이는 다시 살핀오름 부근에서 발원한 물과 이 오름 부근에서 합쳐져 외도동 바다로 흘러간다. 일부 지도에서는 이 오름을 '냇새오름'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내+ㅅ+사이+오름'으로 분석할 수 있음

숲길~계곡~목장~공설묘지~충혼(忠魂)~물(수원지)~물허벅상 등 짧은 시간에 제주 문화의 단면을 접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숲속 그 어디에선가는 끊어질 듯하다가 이어지고 이어졌다가 다시 끊어지기도 했지만 길은 다시 길로 이어지게 마련이었다. 천산, 그 정상이 어디쯤일까? 정상부의 드넓은 들녘을 가로지르면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장엄함 그대로였다.

한편, 걷는 길 조성 사업에 참여하는 중앙 부처는 행안부를 비롯해 모두 5곳이라고 한다. 그 중 가장 먼저 나선 산림청은 19곳의 산림문화체험 숲길을, 이어 환경부는 29곳의 국가생태탐방로를, 문광부는 39곳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를, 국토부는 30곳의 누리길을, 그리고 행안부는 127곳의 우리마을 녹색길을 각각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조성한 길까지 합하면 전국에 조성된 걷는 길은 1000곳에 육박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길의 홍수(?)라 해도 좋을 것 같다.

걷는 길을 조성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일단 만들고 보자.'가 아니라 제대로운 길을 만듦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길을 개설하기 전에 소요 예산, 운영과 관리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예견함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조급함보다는 여유를, 지역 이기주의보다는 배려를, 그리고 이용자의 입장을 조금만 헤아린다면 사랑받는 길, 의미있는 길이 분명 탄생할 것이다. 한라산 둘렛길, 지리산 둘렛길(274km)과 북한산 둘렛길(71.8km)처럼 완전 개통할 날은 언제쯤일까? 아니, 개통은 할 수 있을까?
(2013. 03. 17.)
2013-04-01 13: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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