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길 따라 오름 따라 030> 아듀! 2008 - 수월봉
 김승태
 2008-12-22 21:51:50  |   조회: 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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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해가 저물어간다. 해마다 이맘때 쯤,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무엇일까? 다사다난(多事多難), 송구영신(送舊迎新), 근하신년(謹賀新年), 아듀(안녕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등. 가고 오는 게 시간이지만 섣달그믐(除日, 大晦)과 새해아침(元旦, 歲旦, 元辰, 元朝, 正旦,正朝)은 사뭇 다른 것 같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수월봉에 올라 수평선 너머 빨갛게 물드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지난 2008년을 되돌아보고 희망의 2009년을 설계해 봄은 어떨까? 수월봉(노꼬물오름 물노리오름 高山, 한경면 고산리 3,763번지, 표고 78m 비고 73m)은 제주의 가장 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 오름으로서 일주도로(1132번)변에서 오름 쪽으로 연하는 도로를 따라 1.7㎞를 가면 오름 중턱의 주차장에 이를 수 있다.

이 오름 기슭에 노꼬물이라는 샘이 있기 때문에 노꼬물오름, 벼랑에서 물이 떨어져 내리므로 물노리오름, 오름의 모양이 물 위에 뜬 달과 같고 석양에 비친 반달과 같다고 하여, 또는 수월이와 노꼬라는 오누이의 애틋한 사연의 전설에 연유하여 수월봉(水月峰), 그리고 조선 시대 지도에는 마을 이름과 병행하여 고산(高山)이라 기록되기도 했다.

드넓은 고산 평야 서쪽에 남~북으로 길게 누운 이 오름은 예부터 영산(靈山)이라 알려지고 있다. 오름 기슭의 해안단구는 신석기 시대의 선사 유적으로서 사적 제412호(1998년 12월 23일)로 보호되고 있다. 2000년 11월에는 이 오름 중턱에서 1757년(영조 33)에 제주목사 남지훈에 의해 세워진 조선영산비(朝鮮靈山碑)가 고산리민들에 의해 발견(한라일보 2000년 11월 21일 참조)되고 같은 해 12월 31일에 이를 복원하여 정상에 수월봉영산비(水月峰靈山碑)를 세웠다.

병든 어머니를 위해 약초를 캐러 왔다가 동생 수월이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자 오빠인 노꼬가 17일 동안 슬피 울었는데 그 눈물은 절벽 곳곳에 솟아나 샘물이 된다는 전설과 어우러진 해안단애는 장관을 이룬다. 해식애(海蝕崖)에서는 잘 발달된 층리(層理)를 볼 수 있으며 그 아래에는 해식동(海蝕洞 : 해수에 의해 생긴 천연 동굴)도 있어 학술적인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오름의 북동쪽 기슭에는 천안사(千眼寺)가, 남쪽 비탈에는 고산기상대가 자리 잡고 있고 오름 입구에서 시작되는 해안도로는 대정읍 일과리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북쪽에는 차귀도와 당오름이 경쟁이나 하듯 제멋 자랑에 취해 있으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해안선은 오름 아래로 이어지면서 쪽빛 바다의 멋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정상의 수월정에서 한라산 쪽으로 보면 '제주도도 참 넓구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2008-12-22 21: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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