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길 따라 오름 따라 035> 봄의 문턱 - 절울이
 김승태
 2009-01-28 18:14:59  |   조회: 6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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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온 천하가 겨울 분위기지만, 24절기 중 첫 번째인 입춘(2월 4일)이 도래했다. 입춘이 되면 동풍이 불기 시작하고, 얼음이 풀리며, 동면하던 벌레들도 깨어나기 시작한다. 동양에서는 이 날부터 봄이라 한다. 입춘 전날을 철의 마지막이라는 절분(節分)이라 하며, 이날 밤을 해넘이라 불렀다. 따라서 입춘을 마치 연초(年初)처럼 본다.

제주에서는 입춘(새철)을 맞아 입춘굿놀이가 열리는데 이 놀이는 예전에 제주목관아에서 목사를 비롯한 관리들과 무당들이 같이 행하던 일종의 굿놀이로서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일종의 풍년제이다. 일제강점기 문화말살정책으로 중단되었다가 1999년에 복원되어 이제는 전통문화축제(2009년은 2월 3~4일)로 자리매김하였다.

새봄의 시작인 입춘을 맞아 겨우내 생활리듬에서 벗어나 오름도 오르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아봄도 좋을 것이다. 최남단 절울이에서 가파도와 마라도, 아니면 산방산 너머 한라산을 바라보면서 새봄의 원기를 북돋워보자. 절울이(절워리, 저벼리, 松岳山, 貯別伊岳, 貯別岳, 대정읍 상모리 산 2번지, 표고 104m, 비고 99m)는 대정읍 상모리 산이수동(마라도유람선 선착장)에 위치하고 있다.

절(물결의 제주어)이 이 오름 절벽에 부딪혀 울린다 하여 절울이, 이의 변이로 절워리, 저벼리, 한자로 대역하여 저별이악(貯別伊岳), 저별악(貯別岳)으로 표기하고 있다. 또한, 소나무들이 많이 자라난다 하여 송악산(松岳山)이라 불려지고 있다.

정상에는 삼각점과 산이수동청년회장 이순재(李順栽)의 찬조로 전봉(全峰) 우영하(禹寧夏 : 초대 대정면장)가 세운 시비가 있는데 이 오름의 굼부리 능선을 따라 모슬개오름 쪽의 드넓은 들판의 정경을 시작으로 산방산~용머리~화순해수욕장~형제섬~마라도~가파도를 연이어 조망하면서 이 시를 감상하는 것은 매력 중의 매력일 것이다.

雙島雪巖 地轉激波 陳田飛機 環海削壁 峰廻屛成 摹峰電波
海女採歌 波底魚躍 二重火山 漁夫釣聲 巖上日出 千仞深釜
甑岸釣坮 白波廻灘 磊落將石 廣灘漁網 漁船歸港 赤服蛇穴

빙 둘러가며 연이어지는 굼부리 안에는 봉긋한 봉우리들이 산재해 있는데 그 수는 아흔아홉개라고 한다. 정상에 연하는 제2굼부리의 깊이는 어림잡아도 70m는 족히 되며 거의 수직으로 경사를 이루고 있어 이를 가마(釜)에 비유하고 있다. 예전에는 뱀이 많아 이를 퇴치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 오름 기슭에는 무문토기 시대 유적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상모리식토기’라 명명하고 있고 고고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한, 일제 시대 때 구축된 벙커의 잔해도 20여 개나 남아 있다.

[입춘속담]
- 가게 기둥에 입춘(立春)/흥부집 기둥에 입춘방 : 격에 맞지 않는 것을 빗대어 이르는 말.
- 입춘 거꾸로 붙였나 : 입춘 뒤 날씨가 몹시 추운 경우에 이르는 말.

[입춘방]
-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 : 입춘을 맞아 좋은 일이 많고, 봄의 따스한 기운이 감도니 경사로운 일이 많기를 기원
- 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 : 부모님은 천년 장수하시고 자손들은 만대 영화를 누리라는 넉넉한 덕담의 뜻
- 壽如山 富如海(수여산 부여해) : 수명은 산처럼 건강하고 오래며, 재물은 바다처럼 풍족하라는 뜻

--- 사진 : 절울이 등성이에서 바라본 산방산 너머의 한라산 주위(2009. 01. 28. 촬영)
2009-01-28 18: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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