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길 따라 오름 따라 036> 봄이 오는 소리 - 삼매봉
 김승태
 2009-02-02 09:08:41  |   조회: 6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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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 길래 누가 살 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릿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제 나는 좋 데나.….”란 김동환의 시(1965)가 아니더라도 봄은 남쪽에서 오는 게 맞는 것 같다.

우리 나라 최남단 도시인 서귀포시는 북쪽으로 한라산 정상부인 백록담을 경계로 제주시, 동쪽과 서쪽 및 남쪽으로 동중국해에 면한다. 12동 3읍 2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천지연(天地淵), 정방(正房), 천제연(天帝淵) 폭포 등 유명 관광지가 산재해 있어 연중 관광객들이 찾고 있으며 따뜻한 기후 때문에 겨울철에는 각종 운동선수들이 겨울나기 훈련지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봄이 오는 소리를 가장 먼저 들을 수 있는 도시, 그 곳에는 삼매봉이 있다. 삼매봉(三美峰 紗帽山 蛇尾峰, 서홍동 809-1번지, 표고 153.6m, 비고 104m)은 관광 명소의 하나인 서귀포시 외돌개주차장에 기슭(산책로)이 닿아 있다. 오름의 모양새가 세 개의 아름다운 매화가 연달아 있는 것 같다고 하여 삼매봉(三梅峰), 이를 달리 삼미(三美), 사모(紗帽)라고도 하고 있다. 또한, 풍수지리설상 주위의 학수바위는 학의 머리, 그 좌우의 능선은 학의 날개, 하논은 학이 알을 낳는 둥지, 하논을 둘러싸고 있는 삼매봉을 비롯한 주변의 능선은 학의 알을 집어먹으려는 뱀의 형상, 이 오름은 뱀의 꼬리에 해당하여 사미봉(蛇尾峰)이라는 설도 있다.

이 오름은 서귀포시민의 보금자리이다. 1374년(고려 공민왕 23) 최영 장군이 원나라 잔류 세력을 토벌할 때 장대한 장군으로 변장시켰다고 하여 일명 장군석이라 일컬어지는 외돌개(이를 할망바우라고도 함)를 끼고 있는 오름이다. 1969년 광복절에 서호 출신 재일교포 김흥권(金興權)과 당시 서귀읍장 현희창(玄希昌)이 건립한 비석 남성대(南星臺)의 비문은 설송(雪松) 현화진(玄化珍)이 지었고 소암(素庵) 현중화(玄中和)가 썼는데 다음의 시에서 이 오름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漢拏山 精氣 뻗어 이룩된 큰 봉우리 / 세 송이 梅花 닮아 三梅峰 되었도다
七十里 푸른 굽이 외돌개로 돌아드네 / 그 옛날 倭寇들이 바다로 침노할 제
祖上님 烽火들어 四圍를 警戒하니 / 여기가 耽羅 지킨 望臺가 突然ㅎ고나
南極天 저 멀리에 老人星 반짝이고 / 壽福을 비는 길손 南星臺 메웠으니
아마도 地上仙景은 여기런가 하노라

정상부에는 각종 체력단련 시설이 갖춰져 있어 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편이고 이동통신중계소도 세워져 있다. 정상에는 예전에 삼매양봉수가 있었으나 그 자취는 없으며 지금은 남성대(南星臺), 우농송덕비(又農頌德碑), 그리고 남성정(南星亭 : 1968년 10월 준공 - 이를 기념하는 시는 華村 高應三 지음)이란 정자가 세워져 있다.

삼매봉에 올라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보자. 여유가 있으면 외돌개(잔디광장 산책로-드라마 대장금 촬영)와 오름 입구의 칠십리시공원도 거닐어 보자.
2009-02-02 09: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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