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국은행의 발표에 의하면, 제주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경기가 크게 악화되거나 부진이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한편, 제주의 경우 관광객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소비 및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상승세가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그런 여파 때문일까? 요즘 들어서 유명 관광지보다는 한라산과 오름을 찾는 관광객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좋은 계절에 둔지오름을 오르내리며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음악당에서 봄맞이 교향악을 흥겹게 불러봄은 삶의 청량제가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 이다.
둔지오름(屯地峰 屯地岳 屯旨峰, 구좌읍 한동리 산 40번지, 표고 282.2m, 비고 152m)은 비자림과 덕천리를 잇는 길가에 기슭(한동리사무소에서는 8.0㎞, 비자림 입구에서는 2.5㎞, 덕천리 복지회관에서는 2.8㎞) 오름 표지석이 있고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 덕천리 쪽으로 400m를 가서 왼쪽의 길을 따라 500m를 더 가면 등정로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이 오름의 유래는 확실하게 알 수 없으나 전하는 바에 의하면, 둔지는 제주어로 평지보다 조금 높은 곳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러한 둔지가 주위에 많이 있음에 연유하여, 또는 풍수지리설상 말떼를 거느린 둔마의 우두머리 형상이라 하는 데 연유하여 둔지오름이라고 불려지고 있다. 한자로는 둔지(屯地, 屯旨)라 표기하고 있다.
주위에 오름이 많지 않아 멀리서도 식별이 용이하며 비자림과 송당리를 연하는 도로에서 보면 거대한 야외음악당을 연상하리만큼 멋을 담뿍 안은 오름이다. 고절(高絶)한 모양이 지나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이 오름의 진미(珍味)는 비스듬한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며 천연과 인공의 만남을 바라보는 것이다.
예로부터 명당이라 전해져서 그런지 굼부리의 앞쪽에 유독 묘가 많이 자리 잡고 있다. 묘지의 특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봉긋봉긋한 자그마한 언덕(용암 암설류 : 굼부리 일부분이 용암 유출 등에 의해 붕괴되어 비탈 아래로 흘러서 생긴 작은 언덕)들은 자연의 묘이고, 그 언덕마다는 사방으로 향한 인위의 묘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질박(質朴)한 동심의 나라, 오름의 나라를 보는 듯하다.
모든 비탈은 가파른 편이며 북쪽에는 소나무와 삼나무가 조림되어 숲을 이루고 있고 남쪽 비탈에는 소나무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있으나 듬성듬성하다. 정상으로 이르는 등정로를 따라 자라난 띠(茅)는 너울거려 색다른 느낌을 준다.
옛 기록에 ‘둔지악악하중봉기복형여둔진(屯旨岳岳下衆峰起伏形如屯陣 : 둔지오름 아래의 많은 봉우리들이 기복을 이룬 것은 마치 군대가 둔친 듯하다.)’이라 했음은 그 형상을 실감 있게 표현한 것으로 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