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걸어서 제주 속으로 1(제주-김녕)
 김승태
 2009-03-15 20:50:28  |   조회: 6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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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두어 살부터 시작된 걸음마는 초, 중등학교의 등, 하교로 이어지며, 성인이 되면서는 상황과 시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걷기가 시작된다. 걸음을 대별하면, 갈지자걸음(몸이 좌우로 쓰러질듯 비틀대면 걷는 걸음), 게걸음(게처럼 옆으로 걷는 걸음), 까치걸음(두 발을 모아서 뛰는 종종 걸음), 잔걸음(발걸음을 작게 자주 떼면서 걷는 걸음), 종종걸음(발을 가까이 자주 떼며 급히 걷는 걸음) 등이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 나라에도 웰빙(well-being -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걷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아침, 저녁 시간을 이용한 인근 공원의 산책 또는 운동장 걷기, 주말을 이용한 정기적인 걷기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의 최상은 도보여행이 아닌가 한다. 우리 나라의 도보여행 원조는 누구일까? 이에 대한 정답은 없겠지만 조선시대 풍류시인으로 일컫는 김삿갓=김병연[金炳淵](1807~1863)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두 다리(속칭 11호 자가용)에 의지하고 잠깐이나마 일상에서 훌훌 벗어나 자연과 맘껏 호흡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쉬엄쉬엄 거닐면서 사색에 빠져들어보기도 하고,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그 무엇에 홀린들 그 누가 뭐라 하겠는가?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면 되는 것이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나면 행선지나 목적지를 바꿀 수도 있는 게 도보여행의 매력 중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제주섬 한 바퀴를 걸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그 역사적인 첫날을 2009년 90돌의 3.1절로 잡았으며, 그 주제를 '걸어서 제주 속으로'라 명명했다. 이는 단순히 걸음에 주안점을 두는 게 아니라 가능하면 자동차가 잘 다니지 않은 길을 거닐면서 제주의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고자 함이었다. 그 첫날의 목표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김녕까지를 잡았으며, 그 여정은 다음과 같았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출발(07:10) - 광양사거리 - 영락교회 곁 - 고마장터 - 제주국립박물관 - 제주대학교교육대학 - 오현고/동제원전적지(08:00) - 화북비석거리 - 해신사 - 화북진 - 화북마을 - 화북(별도)연대 - 새각시물 - 삼양해수욕장 - 중부발전소 - 동부양식센터 - 남생이못습지 - 닭머르(11:25) - 신촌마을 - 신촌향사 - 신촌포구 - 대섬 - 점심(12:20) - 조천교 - 조천만세동산(13:20) - 조천비석거리 - 연북정 - 조천연대 - 관곶/태양의언덕 - 왜포연대 - 신흥리방사탑/이팝나무자생지(14:25) - 해신제단 - 팜비치 - 함덕해수욕장 - 서모(서우봉)입구 - 너븐숭이 4.3 유적지 - 상생,평화,번영의탑 - 북촌교 - 북촌리사무소 - 꿩동산공원 - 동복리 - 동복체험어장 - 송덕비 - 람지쉼터(16:40) - 김녕항 - 백련사 - 김녕교/중(17:05)

주거리는 30.2Km였고, 보조거리(이동 경로에서 벗어나 다시 주거리로 돌아온 거리를 보조거리라 임의 표기) 2.4km를 포함하면 모두 32.6km를 걸었다. 즉, '걸음의 맥'을 이룬 셈이다. 그곳엔 차를 타고 오가면서 가끔씩 보았던 세상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인생의 의미가, 아니 지금껏 알지 못했던 역사의 흔적들이 살아숨쉬고 있었기에 걸음에의 힘듦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 주요 역사의 현장
0 고마(雇馬)장터 : 중앙에서 오는 관리나 지방관인 목사와 현감의 행차에 필요한 고마를 기르던 곳 - 동광로와 동문로가 만나는 국립제주박물관 주변
0 동제원전적지 : 삼별초와 고려관군이 결전을 벌인 격전지 - 오현중/고 정문 부근
0 화북비석거리 : 제주 목사(牧使)나 판관(判官) 등의 치적을 기리는 13기(基)의 비석(시도기념물 제30호)의 비석이 남아있다. 주위에 화북진, 해신사(지방기념물 22호), 화북포구, 환해장성, 화북(별도)연대 등이 남아있다.
0 남생이못습지 : 습지 식물, 동물, 곤중 등을 볼 수 있는 곳으로 2003년 7월에 생태공원으로 준공하였다.
0 닭머르 : 닭이 흙을 파헤치고 그 안에 들어 앉은 모습을 닮았다 한 곳으로 수려한 기암괴석이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0 연북정 : 객사(客舍)로, 원래 조천성(朝天城) 밖에 있었다고 하나 창건 연대는 미상이며, 1590년(선조 23)에 이옥(李沃) 절제사가 성을 동북쪽을 물려 쌓고 그 위에 옮겨 세워 '쌍벽정(雙碧亭)이라 하였다. 제주도유형문화재 제3호이며, 주위에 조천비석거리, 조천연대, 조천포구 등이 있다.
0 관곶 : 해남 땅끗마을과 가장 가까운(83km) 곳으로서 조천관으로 가는 길목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위에 왜포연대가 있고 해안도로의 수려함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0 이팝나무자생지 : 세게적으로도 흔치 않은 이팝나무자생지가 함덕해안도로에서 신흥리로 이어지는 길가에 있다. 주위에 신흥리방사탑 안내문이 있다.
0 너븐숭이 4.3 유적지 : 4.3 위령 성지로서 현기영의 '순이삼촌'의 배경이 된 곳이다. 위령비, 상생, 평화, 번영의탑 등이 있다.
0 송덕비 : 김녕리민들의 소망을 담아낸 비로서 해안도로가에 세워져 있다. '목지곶의 시 한수'와 건립에 따른 기록도 새겨져 있다. 바닷가 쪽으로 두 개의 정자도 최근에 세워져 해변산책에 도움을 준다. 김녕리 쪽으로 김녕항과 람지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상쾌함, 코발트빛의 바다, 전형 예상치 못한 역사의 현장 확인, '그저 그럴 테지...'란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뜨려버리는 현실, 오가는 길에서 마추진 제주사람들의 삶의 현장 등 10시간의 투자치고는 너무나 값진 것들을 얻었기에 이 대장정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009-03-15 20: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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