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걸어서 제주 속으로 4(토산-서귀)
 김승태
 2009-04-06 20:12:54  |   조회: 6217
첨부이미지
어제(3월 21일) 발효된 제주지역의 호우주의보 때문이었을까? 출발지인 토산2리 앞바다는 얕은 해무(海霧)가 거친 파도를 뒤덮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07:00에 동광초 정문에 모여 출발지인 토산초 입구까지 승용차를 이용하였고, 도착 목표 지점은 칠십리시공원까지였다.

출발 5분 만에 만난 모자상(母子像)에 새겨진 글을 보면서 토산2리민들의 보은(報恩)의 미덕은 삭막한 현실에 귀감이 되고도 남을 것 같았다. 표선면과 남원읍의 경계(제3송천교)를 벗어나니 신흥리와 태흥리가 이어지고 일주도로는 남원해안도로와 연결된다.

남원해안도로 끝닿은 곳에는 큰엉산책로(신영박물관)가 이어진다. 2.2km(구럼비-황토개)의 길이에 15-20m의 높이의 기암절벽은 우리 나라 최고의 해안산책도로로 정평이 나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서 탄성을 지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일주도로의 위미리로 접어들어 가로수로 이용된 귤나무 지역을 벗어나니 꽃망울을 머금은 벚꽃들이 즐비해 있었고, 위미항 입구에 세워진 고망물상(像)은 물이 귀했던 시절의 어려움을 시사해 주었다. 위미항에서 공천포까지의 간조대에는 기암괴석과 넙빌레가 어우러져 색다름을 주었고 중간중간의 검은모래사장은 파란 바다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예촌망(오름)을 동-서로 가로지를 때 바라본 바다쪽 풍광은 한 마디로 압권이었다. 이에 대한 보전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효례교(남원읍과 효돈동 경계) 아래 쇠소깍다리를 넘어들어 쇠소깍에 이르렀다. 쇠소깍 관광을 위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대한민국 최남단 도시 서귀포. 그 이미지는 무엇일까? <걸어서 제주 속으로 4>의 여정 중 쇠소깍에서 보목동을 거쳐 칠십리시공원에 이를 때까지 내내 그 대표성의 단어(문장 포함)을 생각해보았지만 마뜩한 단어가 떠오르질 안했다. 가수 조미미가 부른 '서귀포를 아시나요'란 노랫말과 현재의 서귀포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 같다. 서귀포의 상징어는?

일주도로와 해안도로를 넘나드는 <걸어서 제주 속으로 4>의 주거리는 32.4Km이며, 보조거리 2.2km를 포함하면 모두 34.6km인데 그 여정은 다음과 같다.
--
토산초교입구(07:50) - 모자상 - 제3송천교/표선남원경계(07:57) - 태흥3리사무소 - 태흥2리체육공원 - 남원포구 - 큰엉입구(09:38) - 큰엉 - 위미2리사무소 - 위미여인상/고망물 - 넙빌레(11:53) - 점심 - 망장포 - 예촌망(13:20) - 쇠소깍다리 - 쇠소깍(14:06) - 제지기오름입구 - 보목항(14:54) - 제주대연수원 - 보목하수처리장 - 백록정(15:43) - 간첩장비은닉장소 - 정방폭포입구(16:10) - 서복전시관 - 소남머리 - 자구리담수욕장 - 서귀항(16:30) - 천지연광장 - 남성마을삼거리/칠십리시공원(16:55)
-
주요 역사의 현장
0 모자상(母子像) : 2002년 12월 김승률 씨가 기증한 것으로 1948년 4.3사건 때 살아남은 어머님들이 한평생 동안 자녀 교육과 마을 발전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음을 기리기 위한 것임
0 큰엉 : 길이 2.2km(구럼비-황토개), 높이 15-20m의 기암절벽이 성을 두루듯 서 있고, 아열대 북방한계선으로 다양한 조류와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우리 나라 최고의 해안산책도로임 - 엉(바닷가나 절벽 등에 뚫린 바위그늘/언덕)을 일컫는 제주어
0 고망물 : 구멍에서 나오는 물로서 상수도가 개설되기 전에 주민들의 음용수로 사랑받던 곳임 - 1940년대 이 물을 이용하여 소주(항하소주)가 생산되었다고 함
0 넙빌레 : 넙(넓다) + 빌레(암반지대/너럭바위를 뜻하는 제주어)
0 공천포 : 1211년경 현재 신례 1리를 중심으로 현청 및 관청이 설치되어 식수와 제사 등 행사시 청정제수로 '맛이 좋은 샘물을 바친다'는 뜻으로 지명이 공샘이(공세미:貢泉味)라 하였음/공천에 딸린 포구 - 신례2리 마을 홈페이지에서 인용
0 망장포 : 고려조 말엽 제주도가 몽골의 직할지였을 당시 이 포구를 통하여 제주에서 세금이란 명목으로 거둬들인 물자와 말[馬]등을 원(元)나라로 수송했던 데서 연유한 이름. 이후 일제강점기 당시 「강장포」라고 바꿔 불렀는데, 구전에 의하면 이곳이 바닷가 마을로 그물을 많이 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예전에 왜구의 침입이 잦으니 이곳에서 왜구의 동태를 살펴 봉화를 올리는 등 방어시설이 있었던 데서「망장포」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음 - 하례리 마을 홈페이지에서 인용 - 1984년 9월에 내항공사가 이뤄짐
0 예촌망 :「호촌(狐村)봉수」, 즉「예촌망」이 있던 터로 이 지역의 지형지세가 마치 여우와 닮았다 하여 연유한 이름. 애초에는 <호아촌(狐兒村)봉수 >라고 불렸는데, 고려시대에 이 일대에 <호아현 >이 있었던 데서 연유했다고 하며 서귀진에 소속되어 북으로 「자배봉수」, 서로「삼매양(三每陽)봉수」에 응소했다고 함. 1960년대에 감귤원이 조성되면서 사라져버림 - 하례리 마을 홈페이지에서 인용
0 쇠소깍 :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한 효돈천 끝 지점에 위치한 소(沼)로서 쇠(효돈) + 소(沼) + 깍(끝을 의미하는 제주어)으로 분석됨. 또는, 소(沼)의 물을 주로 소(牛)의 급수용으로 이용하였던 데서 연유한 이름이라고도 함 - '쇠소깍전설'이 전해옴
0 제지기오름 : 오름 남쪽에 굴에 절이 있다고 하여 절오름, 또한 이 절에는 절지기(절을 지키는 사람)가 있었다 하여 절지기오름이라 불렸던 것이 와전되어 제지기오름이라 일컬어졌다고 함
0 보목항 : 매년 수산일품자리돔축제가 열리고 있음 - 테우(떼배의 제주어)와 도대불(등대) 등이 상설 전시되고 있음
0 보목하수처리장 : 1993년 7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서귀포시에 의해 시공된 것으로 지상에는 공원과 체육시설들이 들어서 있음
0 백록정 :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궁도장으로서 바다를 건너 활을 쏠 수 있다는 풍광 때문에 찾는 이들이 많고 전국대회도 열림
0 간첩장비은닉장소 : 1992년 9월 서울에서 검거된 간첩 황인호에게 전달하기 위해 장비를 은닉했던 곳으로서 사각수류탄 등 각종 장비 159점이 발견되었음
0 서복전시관 : 중국 진(秦)나라 때 불로초를 찾아 제주도에 온 것으로 전해지는 서복(徐福)을 기념하여 조성된 전시관으로 2003년 10월에 개관함 - 서복전시실과 서귀포시역사관으로 나뉘고 쉼터와 전망대 등도 있음
0 소남머리 : 지리학상으로 소의 머리처럼 생겼다 하여, 또는 소나무가 많이 자라난 동산이라 하여 소남머리라 불려졌다고 함
0 자구리담수욕장 : 옛날에 소나 돼지 등의 가축을 잡던 도축장
0 서귀항 :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항구로 어항(漁港)과 관광항 기능을 갖는다. 문섬, 새섬 등이 천연의 방파제 구실을 하고 있음 - 새섬까지 다리 공사가 진행 중임
0 칠십리시공원 : 2008년 12월에 서귀포시에 의해 조성된 '시노래공원' - 서귀포를 주제로 한 유명시인 작품 13편과 노래 3편을 오석, 화강석, 애석 등 자연석에 새겨 산책로변에 세워놓았음

천혜의 자원과 따뜻한 기후로 인해 서귀포는 관광과 감귤이 발달해 있고, 2002월드컵경기 이후 스포츠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이제 서귀포는 축제를 위한 축제가 아닌,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대한민국 최남단 도시의 자존을 걸고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춘 관광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 1996년 8월에 미국 보스톤의 '자유의 길(Freedom Trail)'을 거닌 적이 있다. 이 길은 미국 건국 사적을 돌아보는 역사 산책의 코스로 보스톤을 찾는 여행객들이 안내자 없이도 붉은 선(line)을 따라 가면 되는데, 약 2.4 km의 코스에 16개의 역사적인 장소를 연결시키고 있어 도보관광으로는 너무나 좋은 항목(item)으로 기억된다.

이를 '미항(美港) 서귀포시'에서 벤치마킹(benchmarking)하여 '서귀포트레일(?)'을 개설함도 하나의 방안이라 생각된다.
(2009. 03. 24.)
2009-04-06 20:12:54
122.202.225.4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