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기고)제45회 도서관주간을 맞이하며
 문세흥
 2009-04-08 12:18:02  |   조회: 2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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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도서관주간을 맞이하며

문세흥(우당도서관 사서)

직업병일까. 도서관 관련 기사는 비교적 꼼꼼하게 모니터링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자신을 떠나간 옛 애인을 찾고자 매일 도서관을 찾아 198쪽의 단서를 찾는 베일에 싸인 남자 준오, 도서관에서 198쪽만 찾는 남자를 발견하고 그 남자의 사연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여자 은수’를 줄거리로 하는 김정권 감독의 영화 「그 남자의 책 198쪽 」의 원작은 작가 윤성희의 『거기, 당신?』이며, 『바다와 나 (2003년 제2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 『세계의 문학 (2002년 가을호) 』등에도 ‘거기 당신?’이 실려 있다는 따위이다.
최근에 이러한 작업들은 ‘도서관에 대해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도서관의 사회적 성격을 규명하여, 바람직한 도서관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도서관문화 비평가, ‘사서는 이용자를 위해 존재하지만 또한 사서를 이용자로 하는 사서’라는 메타사서라는 다소 낯선 영역으로 분화하고 있다.

「취업을 원하는가, 도서관 밖으로 행군하라 서류 아닌 ‘현장 스펙’으로 유엔본부 정직원 된 25세 김씨, 토익 본 적도 없는 학부 졸업생 통역·세미나 참가하며 경험 쌓아」라는 최근의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나름의 정보 제공이 목적이었던 얼마 전 A일보의 기사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마치 도서관은 통역·세미나 참가로 얻을 수 있는 현장 스펙과는 거리가 있는 기껏 토익을 준비하는 정도의 시설이라는 다소 좁은 의미로 제목을 뽑아 도서관 현장의 한사람으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어 놓았다.
“농사짓는 부모님을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안일을 도왔던 선배의 아들이 명문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축하 전화를 걸었다. 선배는 독서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독서가 다른 무엇보다 우선순위였기에 혹시 학교 공부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초기의 조바심은 기우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전체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독서 습관이 가져다주는 포괄적인 사고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진짜 공부 잘하는 법을 스스로 깨우친 것 같다고 선배는 말했다.”는 다른 신문의「농부의 자식농사」란 제목으로 실린 외부청탁 칼럼의 내용이었다.
작은 예에 불과하다. 도서관이 청년실업 해결에 꼭 유용하다는 근거도 또한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이 독서보다 자식농사에 딱히 불리하다는 반증도 없다. 도서관 밖으로 행군하여 청년실업 문제를 돌파하던지 아니면 독서라는 해결책으로 자식농사를 잘 짓던지 선택은 물론 각자의 몫으로 돌린다.

‘제45회 도서관주간’ (4.12~18, 1주일)이 다가오고 있다. 《세상을 읽는 힘, 미래를 이끄는 힘, 도서관》, 《늘 숨쉬는 그곳, 행복을 주는 도서관》, 《도서관, 꿈과 희망이 자라는 성장 비타민》을 올해 도서관주간의 표어로 내건다.
과연 도서관이 이에 걸맞은 사명과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도서관 현장에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2009-04-08 12: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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