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육아일기10-은아보기 '참 쉽죠잉'을 꿈꾸며
 타잔
 2009-09-02 21:43:31  |   조회: 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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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에 딱 맞아 단골 외식메뉴 1순위인 ‘양푼왕갈비’를 뜯으러 갔다. 아내와 은아와 함께였다. 은아의 폭력을 익히 아는 터라, 부러 자리를 구석에다 잡았다. 한쪽은 세로 벽으로 막혀있어서 테이블과 가로 벽 사이에 내가 앉으면 인조 울타리가 돼 ‘은아용 우리’가 생길 터였다.

‘교육효과’의 발로다. 이미 우리가족은 그곳에서 여러 번 식사했다. 은아와의 동행외식은 매번 악몽 같았다. 성격대로 ‘차분하게’ 숟가락을 입에 들락날락 이동시킬라치면, 은아는 어느새 쌩~ 식당을 휘젓고 다녔다. 고깃집이어서 테이블마다 구이판이 설치돼 있는데, 우리 깡패아가씨는 ‘방방곡곡’ 누비며 구이 뚜껑을 열어젖히고 불판장치도 조각조각 분해시켜 놓고 만다. 숟가락 통은 일찍이 엎질러져 알맹이를 방바닥에 다 뱉어놓은 참이다.

이날 나의 신선한 ‘꼼짝 마라’ 발상은 아쉽게 실패로 끝났다. 은아의 ‘울음’이란 무기를 간과했던 탓이다.

▲예전 한 선배의 돌잔치에서 후배의 서너 살 된 사내아이와 처음 조우했다. 까불림의 내공이 장난 아닌 꼬마였다. 뷔페를 온통 휘저으며 풍선 터트리기는 예사고 유리잔, 음료와 술병도 대여섯 개 와장창 깨트리는 게 아닌가.

난, 제수씨를 낀 후배를 향해 대뜸 날선 충고를 날렸다. “너무 심하다. 아이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냐?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할 것 아니냐!” 후배는, 자식 새끼 다루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피식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안 그래도, 난 일본을 들먹이며 ‘한국부모들은 자식을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아이들이 버릇, 싸가지, 예절을 모두 갖추지 못하는 삼무(三無)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는 사회적인 공분대열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였다. “요즘 어린 애들은 말이야”하며 쯧쯧 혀 차기를 즐겼었다.

은아가 딱 그 짝이다. 아니, 막무가내 행패의 단수가 후배 아들보다 한 수 위임에 틀림없다.

▲텔레비전은 멀리하나 개그프로그램만큼은 본방이건 재방이건, 지상파건 케이블TV건 일절 안 가리고 시간표까지 체크하며 즐겨본다. 예전엔 만사마의 웃찾사가 최고였는데 요즘은 단연 개그콘서트가 재미 만점이다.

역사를 자랑하는 마무리코너 ‘봉숭아학당’에 출연하는 박지선이란 못 생긴, 그러나 고학력인 여성 개그우먼을 볼 때마다 자꾸 ‘희망’을 떠올리곤 한다. 추녀들을 대변해서 틈새(연애)시장을 공략한다며 그녀는 스텝 원 투 쓰리별 전략을 전개하며 매번 강조한다. “참 쉽죠잉~”

주제는 다를지언정 그녀에게 꼭 한번 부탁하고 싶다. 말썽꾸러기 아이 공략법도 스텝 1, 2, 3에 걸쳐 소개해달라고. 참 쉬울 리는 결코 없을 테지만.
2009-09-02 2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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