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기고(청념은 말이야)
 고영길
 2020-01-13 08:31:15  |   조회: 163
“청렴은 말이야. 공무원이 돈만 안 먹으면 그게 청렴이야.”

2006년 8월,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하신 분이 한 말씀이었다. 필자가 신규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한 달이 채 안됐을 때였다. 그분 고유의 철학 일수도 이었겠거니 싶었지만 당시 복수의 선배 공무원들은 같은 뉘앙스의 얘기를 되풀이 했다. 선배 공무원들의 청렴에 대한 아주 내밀한 인식이었으리라. 선배 공무원 말이라면 철썩 같이 받아들어야 하는 줄 알았던 신규공무원이었던 나는 그것이 금과옥조라고 믿었다.

공무원 생활을 한해 두해 할 때마다 느낀 것은 청렴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굉장히 크다는 거였다. 회계시스템은 해마다 그 공개정도가 커졌고, 내가 기안한 전자문서가 전 국민이 볼 수 있는 정부 공식사이트가 생기기도 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에도 내가 하는 업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이 바뀌었고 실제로 수시로 자료를 업데이트 하기도 한다.

‘부패만 저지르지 않으면 청렴이다’라는 인식은 이제는 아주 도태된 개념이 되었다. ‘무조건 안된다’라는 소극행정에 대해선 국민과 도민은 국민신문고에 신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되었고, 또한, 정부에서는 물론 우리도에서도 적극행정에 대한 제도를 마련해 적극 권장‧증진하고 있다. 청렴의 패러다임이 완전하게 진화한 것이다.

공무원들은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를 고민해야만 청렴한 공무원이 되는 시대로 접어 들었다. 민원처리 혹은 규제완화의 가능성을 연구하는 공무원은 능력있는 공무원이 아니라 청렴한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돈만 안 먹으면 된다는 청렴은 어느새 적극행정을 해야 된다는 청렴으로 바뀌었다.
어느새 공무원 15년차. 신규 때의 금과옥조인줄 알았던 청렴의 개념은 낡은 것임을 이젠 안다. 새해가 오고 신규 공무원이 들어올 때마다, 청렴의 개념 또한 갱신되는 것임을 매해 느낀다. 새로 들어올 후배공무원에게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청렴은 말이야. 점점 새로워지고 발전하는 거야.”
2020-01-13 08: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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