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길 따라 오름 따라 084> 한라생태숲길 - 족은개오리
 김승태
 2010-09-02 07:12:01  |   조회: 6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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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8월은 2000년 들어 가장 무더웠다고 한다. 평균기온 29.1도, 27일까지 매일 열대야 현상이 나타남, 15일의 낮 35.8도 등 각종 기록을 고쳤다. 제4호 테풍 ‘덴뮤’에 이은 폭염 특보에다 호우 경보 등은 한반도의 여름을 달구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주기상청 관계자는 “올 8월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열대야 발생 날이 많았다."며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푄현상이 자주 발생해 서귀포시보다 제주시가 상대적으로 더웠다"고 말했다.

지난 27~29일에는 오키나와 남쪽 60km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열대저압부(태풍보다 낮은 단계의 강풍을 동반한 저기압)가 제주도 남서쪽 해상을 지나 서해상으로 북상하는 과정에서 강풍과 국지성 호우를 동반, 준소형급 태풍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도에 초속 20.4m의 강풍이 기록됐고, 산간을 중심으로 누적강우량이 7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토록 무덥던 더위도 서서히 물러가고 이제 청명한 가을이 우리 곁으로 다가서고 있는데 최근에 개장된 한라생태숲길과 족은개오리를 오르내리면서 가을을 맞이함도 좋을 듯하다. 한라생태숲길은 제주시 5,16도로변에 위치한 한라생태숲에 ‘숫모(ㅗ는 아래아)르숲길’로 명명된 숲길인데 제주특별자치도는 ‘한라생태숲 속에 탐방객들이 자연 그대로의 숲을 걸을 수 있는 숲길 조성을 완료, 개방했다.’고 8월 22일 밝혔다. ‘숫모르’는 숯을 굽던 등성이란 뜻으로 한라생태숲 내 숲길 조성지 일대의 옛 지명이라고 한다.

이 숲길은 자연 훼손 없이 넝쿨 및 풀베기 작업만 실시한 뒤 수목 명찰, 안내 표시판, 간이화장실을 만들어 조성했는데 그 거리는 5.2㎞로 왕복 3시간 정도 걸린다. 숲길에는 산열매나무숲, 단풍숲 등 기존 13개 테마숲 탐방로와 더불어 자연 속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 탐방객들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숲길은 족은개오리오름을 오를 수 있도록 등정로도 연계시키고 있다. 족은개오리(개월오름 犬月岳, 봉개동 산 78-1, 표고 664m, 비고 79m) 5,16도로(1131번)는 큰개오리 너머에 위치한 오름으로서 이 숲길이 조성되지 않을 때는 절물휴양림과 큰개오리 쪽에서 찾아갔었다.
오름의 모양이 개오리(가오리의 제주어)와 닮았다 하여 개오리(가으리, 개워리, 개월), 3곳의 오름 중 막내라서 족은+개오리, 3곳의 오름이 개가 달을 보고 짖는 형상으로 견월악(犬月岳)이라 하고 있다.

큰개오리의 북쪽 능선이 끝닿은 지점에 또 하나의 능선이 시작되면서 샛놈(둘째의 제주어)인 샛개오리, 샛개오리 북쪽 능선이 끝나는 곳에 족은놈(막내의 제주어)인 족은개오리, 샛개오리와 족은개오리 사이에 말젯놈(셋째의 제주어), 큰개오리가 품고 있는 뾰족한 알오름을 합치면 개오리는 5곳의 오름으로 형성된 거대한 오름 가족인 셈이다.

큰개오리의 품을 벗어난 샛개오리는 원추형, 족은개오리는 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굼부리 형상을 하고 있다. 족은개오리는 비록 막내이지만 둘째인 샛개오리(표고 658.3m, 비고 58m)보다 표고나 비고에서 높다. 어쩌면 인간사의 단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큰개오리에서 시작된 능선은 샛개오리를 거쳐 족은개오리까지 끊어질 듯하다 이어지고 있으니 멀리서 보면 남~북으로 기다랗게 누운 하나의 오름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이 오름 모두를 묶어 넓적한 마름모 모양인 가오리에 비유했는지도 모른다.

예전의 초원 지대는 조림된 삼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봉우리와 능선과 평지가 교묘히 어우러지다 보니 서바이벌게임 동호인들이 가끔 찾기도 한다. 큰개오리 일부는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속하고 있으므로 국유림이지만 관리의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제주시가 위탁, 관리하고 있다.
2010-09-02 0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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