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길 따라 오름 따라 087> 억새를 찾아 - 손지오름
 김승태
 2010-10-01 18:28:38  |   조회: 5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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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문이 발간하는 '생글생글' 제258호에선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지구온난화 해결책은 없을까?’란 제하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뚜렷하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의 수위가 올라가 해안선이 바뀌고 홍수, 가뭄, 태풍, 이상고온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상기후의 원인이 산업화 이후 무분별하게 사용한 화석에너지의 부산물인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세계 최대 인구 보유 국가인 중국과 인도는 오히려 고도화되는 형국이라 화석연료 사용량이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는 이대로 가다간 약 50년 후인 2060년에는 각종 재해로 지구상의 인구가 지금보다 현저히 감소할 것이며, 100년 후인 2110년에는 인간이 멸종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가 현재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략>

지구온난화의 심각함은 제주도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제주 산야를 물들였던 억새를 쉬 만날 수 없음도 그 한 예라 보아진다. 제주의 가을 관광을 대표하는 억새를 관광 자원화하기 위해 1993년 애월읍 이시돌 목장 인근에서 처음으로 열린 ‘억새꽃잔치’는 그 이후 제주경마장, 탑동해변공연장, 교래리 일대, 새별오름 등에서 매년 개최되었지만 올해부터 폐지한다는 관계당국의 발표도 있었다.

이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제주의 관광이 세태에 편승해 다양화 측면도 있겠지만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제주 억새가 그 원형을 잃어감에도 원인이 있다고 보아진다. 억새가 군락을 이뤘던 ‘따라비, 손지오름, 새별오름, 산굼부리’ 등의 오름들에서도 해마다 억새가 사라져감을 확인할 수 있다. 머지않아 억새를 구경하기 위해 ‘육지부(영남알프스, 천관산(장흥), 화왕산(창녕), 명성산(포천), 민둥산(정선)’로 관광을 떠나야할 처지가 될는지도 모른다.

억새 찾아 떠나는 발길, 손지오름(손지봉 孫岳 孫枝岳 孫支岳, 구좌읍 종달리 산 52번지, 표 고 255.8m, 비고 76m)에도 그 많던 억새는 사라져 가고 있다. 손지오름은 중산간도로(1136번)와 비자림로(1112번)가 만나는 송당사거리에서 수산리 쪽 4.8㎞ 지점 (오름 입구) 또는 거미오름 입구(오름 표지석)를 지난 곳에서 오를 수 있다.

오름의 모양이 한라산과 비슷하므로 한라산의 손자라는 뜻에서 손지(손자의 제주어)+오름․봉, 이를 한자로 손악(孫岳), 손지악(孫枝岳․孫支岳)이라고도 하고 있다. 이 오름의 모양새나 어원적인 측면에서는 한라산이 아니라 오히려 표선면 가시리의 따라비의 손자로서 손지오름으로 불려진 게 아닐까 한다.

이 오름의 가운데는 600여m의 타원형 굼부리가 형성되어 있고, 비탈은 평평한 등성이를 이루고 있는데 X자형으로 구획되어 삼나무가 조림되어 있다. 오름 등성이에는 억새가, 그 아래쪽 초원 지대에는 야생 더덕(沙蔘)도 군데군데 자라나고 있다. 이외에도 산자고(까치무릇), 보랏빛제비꽃, 노란솜양지꽃, 남산제비꽃 등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억새가 피어날 때 그 향기와 너울거림을 담뿍 안고 정상으로 등정을 하다 보면 또 하나의 멋을 만끽할 수 있다. 이 오름의 할아버지가 한라산이 되어도 좋고, 아니면 따라비가 되어도 좋다. 사랑스런 손자로서의 명분을 잃지 않고 영원히 고귀함과 사랑스러움을 지니고 있으면 그게 최고의 가치일 것이다.
2010-10-01 18: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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