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걸어서 제주 속으로 5(서귀-대평)
 김승태
 2009-04-11 21:00:40  |   조회: 6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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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마지막 주 서귀포시에서는 제11회 서귀포유채꽃국제걷기대회(03. 27.~29.)와 제1회 가파도청보리축제(03. 28.~29.)가 열렸다. 보도에 의하면 걷기대회에는 몽골과 러시아 등 6개국 참가자를 포함해 2만여 명이 원색의 물결을 이뤘고, 청보리축제에는 1,200여 명이 참가해 가파리 설촌 이래 사상 최대의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완연한 봄날에 축제와 함께 함도 의미있을 것 같아 제1일(3월 28일)은 07:00에 한라체육관주차장에 모여 보리축제 참가 후 출발지인 남성마을삼거리까지 승용차를 이용하였으며 도착 목표 지점은 악근교(橋), 제2일(3월 29일)은 07:00에 한라체육관에 모여 출발지인 악근교까지 승용차를 이용하였으며 도착 목표 지점은 난드르(대평)포구로 정했다. 이틀 동안에 걸친 <걸어서 제주 속으로 5>의 주거리는 33.5Km이며, 보조거리 1.5km를 포함하면 모두 35.0km였다.

관광은 명승지를 찾아가는 게 인지상정인 것 같다. 외돌개(산책로 포함)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들어 남녘의 봄을 완상하고 있었다. 목재데크의 산책로는 거닒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이어지는 망밧오름 기슭을 거쳐 출발 2시간 만에 법환포구에 도착했다.

2003년 문광부에 의해 '잠녀마을'로 선정된 법환마을에는 '잠녀상(像)' 말고도 문화역사 마을임을 알리는 표석, '막숙'을 비롯한 여러 지명들의 설명판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음은 여느 마을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라서 발길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자그마한 배려 같았지만 이러한 손길 하나하나는 제주관광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의 하나라 생각되었다. 반면에 '썩은섬'은? 불필요할 정도의 산책로가 개설됨은 사업에 따른 예산 지원이 불균형을 초래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 보아졌다.

2일째,
강정-월평-큰개(대포)로 이어지는 길은 '제주의 숨은 비경'이라 할만하였다. 원근의 조화를 이룬 조간대는 색다름을 선사했지만 무엇보다도 높고(큰) 낮은(작은) 기정(해안가 절벽을 뜻하는 제주어)들이 이어지는 풍광은 제주 최고의 절경으로 손색이 없었다. 머쟎아 이 곳에도 사람들의 손길은 닿을 것인데 개발을 위한 개발의 논리로 무모함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천혜의 자연경관, 남국의 이국적 정취, 대한민국 관광의 1번지 서귀포. 그곳엔 중문관광단지가 있다. 1978년부터 제주도종합개발계획에 따라 한국관광공사가 주체가 되어 단계별로 세계적 수준의 관광단지를 조성해 나가고 있는데 휴일을 맞아 국내외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왔었다. 관광단지와 더불어 중문해수욕장-하야트호텔산책로-갯깍주상절리-논짓물로 이어지는 곳 역시 한 마디로 경승이었다.

이름에 걸맞게 중문관광단지는 축제와는 상관없이 연중 제주 관광의 선도 구실을 해야 함이 당연하고 관광의 진면목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관광단지를 벗어나 갯깍주상절리대와 해병대길을 거쳐 논짓물에 이르렀다. 논짓물에 연하는 시멘트포장도로에 덧씌운 산책로 개설은 누구의 발상이었을까? 그 씁쓸함은 난드르(대평)포구에 이를 때까지 쉬 지울 수 없었다. 2일 동안의 여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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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제1일 : 남성마을삼거리(15:10) - 삼매봉정상(15:33) - 외돌개 - 외돌개산책로 - 호근동하수종말처리장 - 수모르소공원(16:33) - 일냉이 - 공물 - 범환포구/막숙 - 좀녀상(17:08) - 배염줄이 - 두머니물 - 황근자생지 - 썩은섬(17:40) - 악근교(18:05)
0 제2일 : 악근교(08:00) - 풍림리조트 - 강정교(橋) - 강정포구 - 생태환경체험장 - 월평포구(09:15) - 행기소 - 약천사입구 - 대포(큰개)포구 - 대포연대(11:12) - 대포주상절리 - 베릿내오름입구(11:33) - 점심(11:45) - 중문해수욕장 - 하얏트호텔산책로(13:11) - 갯깍주상절리대 - 해병대길 - 반딧불이보호지역 - 논짓물(14:01) - 동난드르쉼터 - 하예해안가 - 대평포구(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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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역사의 현장
0 삼매봉 : 오름의 모양새가 세 개의 아름다운 매화가 연달아 있는 것 같다고 하여 삼매봉(三梅峰), 이를 달리 삼미(三美). 사모(紗帽)라고도 하고 있음
0 외돌개 : 삼매봉앞 바닷가에 20m높이의 바위로서 물속에 우뚝 서있어 외따로선 바위라해서 외돌개라 함 - 드라마 '대장금'이 촬영된 이후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짐
0 일냉이 : 일곱째날(이렛날)에 다니는 당(堂)인 일냉이당이 있어 일냉이라 부르고 있으며 해돋이가 장관을 이룸
0 공물 : 평소에는 솟지 않다가 하늘에서 천둥과 벼락이 치면 솟아나는 물이라 한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물이 나고 나지 않음은 하늘에 의해 좌우된다는 뜻임
0 막숙 : 고려 공민왕 23년(1374)에 최영 장군이 이끌고 온 대규모 정예군이 막사를 치고 주둔하였던 곳 - 2000년 7월에 서귀포문화원, 법환동마을회에서 기념비 세움
0 잠녀(해녀)상 : 문광부가 2003년 4월 선정한 ‘우리 문화 · 역사마을 만들기’에 법환동이 '잠녀마을'로 선정된 후 마무리 사업으로 2005년 2월에 높이 1.8m 크기로 세운 상(像)
0 배영줄이 : 배(船) + 염(連) + 줄 + 이로 분석되어, 고려말 원나라의 마지막 세력인 목호(牧胡 : 몽골에서 온 목부)들이 난(亂)을 일으키자 이를 진압하기 위해 이곳에서 범섬까지 땟목을 이었다는 데 연유함
0 써근(썩은)섬 : 일명 서건도. 조간대 중에서도 맨 위층에 위치하기 있기 때문에 해산물도 자라거나 깃들어 있지 않아 '썩은섬'이라 불렸다고 함. 한자표기로는 부도(腐島), 서근도(鋤近島) 등 -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한달에 10차례에 걸쳐 앞바다가 갈라지는 제주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음
0 강정포구 :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사업과 맞물려 관계당국과 강정마을주민회 등과의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음
0 강정포구원체험장 : 2005년도에 교육체험을 위해 조성한 것으로서 <원>이란 바닷가에서 오목하게 들어간 평평한 곳에 제방처럼 담을 쌓고 밀물과 썰물을 이용하여 고기 등을 잡기 위해 만든 어장을 말함
0 생태환경체험장 : 환경부 지정 자연생태 우수 마을인 강정 해안도로변에 조성된 생태환경 및 철새 관측 체험장
0 월평포구 : 천연항을 연상할 수 있는 포구로서 월평해안으로 이어짐
0 월평해안 : 쇠코(마치 소의 코 형상으로 바다를 향하여 양쪽으로 바위에 구멍이 뚫려 있으며 그 안에서 듣는 파도소리는 색다른 맛을 줌), 볼래낭돌랭이(볼래나무가 자라나는 조그만 땅), 해식동굴이 발달된 기정(해안가 절벽을 뜻하는 제주어), 저승문(저승으로 간다는 구멍) 등은 최고의 절경으로 꼽힘
0 행기소 : 행기(놋그릇의 제주어) + 소(沼)로 분석되어 밥그릇과 같은 오목한 곳에서 쉼없이 솟아나는 물
0 대포연대 : 대정현에 소속된 연대로서 동쪽으로는 마희천연대, 서쪽으로는 별로천연대와 교신. 2000년 2월에 복원됨(제주도지정문화재 기념물 제23-12호)
0 대포주상절리 : 주상절리(柱狀節理, columnar jointing)란 주로 현무암질 용암류에 나타나는 기둥모양의 수직절리로서 다각형(보통은 4∼6각형)이며, 두꺼운 용암(약 섭씨 1100도)이 화구로부터 흘러나와 급격히 식으면서 발생하는 수축작용의 결과로서 형성된다. 높이 30~40m, 폭 약 1km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규모면에서 최대임 - 천연기념물 제443호(2005. 1. 6. 지정)
0 갯깍주상절리 : 최대 높이 40m, 폭 약 1km에 달하는 등 중문대포주상절리대와 더불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약 25m의 해식동굴은 절벽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트여 있으며, '다람쥐굴'이라 불리는 또 다른 해식동굴은 적갈색 무문토기편들이 출토된 해식동굴유적임. 그리고 조른모살해수욕장의 병풍바위 주상절리대는 높이 약 40m, 폭 약 200m에 이르는 만물상의 천혜의 절경임
0 해병대길 : 해녀들의 바다 출입을 위해 해병대들의 도움을 받아 만든 길
0 반딧불이보호지역 : 2002년 6월에 한국반딧불이 연구회에서 보호 지역으로 지정함
0 논짓물 : 해변 가까이 있는 논에서 나는 물, 또는 바다와 너무 가까이에서 솟아나 바로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에 식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가 없이 그냥 버리는 물
0 난드르 : 난(떨어져 있는) + 드르(들판)으로 분석되어, 바닷가까지 멀리 뻗어나간 큰 들판이라는 데서 연유한 이름. 1946년에 한자 표기에 의해 대평리(大坪里)라 함

그곳에서는 인위로 조성된 제주 관광의 현주소를, 아직도 옛날의 신비를 간직한 천혜의 절경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갈등의 현장도, 개발만을 위한 무모함의 실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값진 가르침을 주고 있는 곳이기에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그 모습 그대로를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한다.
(2009. 03. 29.)
2009-04-11 21: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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