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걸어서 제주 속으로 8(금성-제주)
 김승태
 2009-05-03 09:00:58  |   조회: 7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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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대체로 일년에 장마가 두번 온다. 6-7월 장마 이전의 4월 경, 고사리가 자라날 즈음에 안개가 끼거나 흐리고 비가 조금씩 내리는 짧은 우기(雨期)를 '고사리장마'라 한다. 그런데 요 몇 년 사이에 고사리장마는 거의 내리지 않고 스콜(squall, 열대 지방에서 대류에 의하여 나타나는 세찬 소나기. 강풍, 천둥, 번개 따위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현상이 가끔 나타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4월 20일 제주산간에 호우경보가 발령되면서 웃세오름엔 389.5mm의 폭우가 쏟아졌고, 제주전역에는 강풍을 동반한 100mm 내외의 비가 내리면서 많은 피해를 주었다고 한다. 또한, 한라산 북부 1500m 상공에서 풍속과 풍향이 갑자기 심하게 바뀌는 윈드쉬어(windshear)현상과 마이크로버스트 현상(microburst 하강기류현상)이 함께 나타나 제주기점 196편의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했다고 한다. 우연일까? 아니면 축복일까? 지난 3월 1일부터 4월 25일까지의 10일 동안의 일요일(5구간은 토-일)엔 단 한번도 비가 내린다든지 강풍이 불지 않았다.

그토록 멀게만 여겨졌던 '걸어서 제주 속으로'의 마지막 8구간은 여러 사람들에게 동참의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2회로 나눠 시행하였다. 제1일(4월 19일)은 08:00에 한라체육관주차장에 모여 출발지인 금성천까지 승용차를 이용하였으며, 도착 목표 지점은 도들오름, 제2일(4월 25일)은 16:00에 도들오름 입구에 모여 출발지면서 종착지가 된 제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10일 동안 265.8km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틀 동안에 걸친 '걸어서 제주 속으로 8'의 주거리는 32.6.Km이며, 보조거리 1.5km를 포함하면 모두 34.1km인데 그 여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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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일
금성천/애월, 한림경계(08:57) - 금성리마을 - 곽지해수욕장/석경감수(09:13) - 해양레포츠클럽 - 산책로(곽지해수욕장-한담) - 한담애향동산(09:44) - 애월연대 - 애월항(10:15) - 먼물습지 - 보호탑 - 곡탄유어 - 우주물(10:45) - 다락쉼터 - 남두연대 - 점심(11:35) - 새물 - 구엄'돌'염전 - 구엄옛등대(12:58) - 연자마 - 가문동/가무코지(13:24) - 관전동 - 연대마을 - 연대원담 - 조부연대터(14:32) - 마이못 - 제주수산연구소 - 외도초/외도교(橋) - 내도마을 - 암맥군 - 이호해수욕장/이호동원담(15:40) - 이호동유원지 - 도두항 - 도들오름정상/도원봉수대터(16:31)

제2일
도들오름입구(16:40) - 신사수마을연혁비 - 기건의구질막터/제2사수교(17:00) - 왕돌/할망당/몰래물마을방사탑 - 몰래물쉼터 - 로타리클럽창립100주년탑 - 섯물(17:22) - 어영마을표석/수근연대 - 레포츠공원입구/88서울올림픽기념식수 - 성화마을(17:44) - 월성마을/오라오거리(18:04) - 동성마을 - 시외버스터미널(18:10)

- 주요 역사의 현장
0 곽지해수욕장 : 2008년 국토해양부가 뽑은 가고 싶은 전국 소규모 해수욕장 4곳 가운데 한 곳으로 뽑혔으며, 2009년도엔 제주시에서 2억여 원을 들여 친환경화장실을 조성함
0 석경감수(石鏡甘水) : 일명 과물. 석경은 우물 위치이고, 감수는 좋은 물맛의 의미를 지님. 설촌 이래 식수로 이용했으며 가뭄 때는 이웃마을까지 운반했음. 또한, 이 곳은 여름철에 여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주도내 유일의 노천탕이 있었기에 이를 기리기 위해 입구에 여인상(명장 장공익 작)을 세웠음(2002년 7월)-안내 표석 참조
0 산책로(곽지해수욕장-한담) : 2001년도에 연안정비사업 일환으로 개설(1.2km)되었는데 해안 절경이 수려하고 석양이 장관을 이룸
0 애향동산 : 1998년 5월에 한담동 고향인 사람들의 협찬으로 세운 동산으로서 '고향을 그리는 글'과 연자매, 그리고 등돌(등돌의 유래 포함)이 있음-한편 한담동은 1974년 10월에 제주세관과 자매결연을 맺고 그 기념비를 애향동산 곁에 세워놓았음
0 애월연대 : 애월진에 소속한 연대로 동쪽으로 남두연대(직선거리 4.2km), 서쪽으로 귀덕연대(직선거리 3.2km)와 교신, 상부 8.3m×8.2m, 하부 9.3m×9.4m, 높이 4.8m로 비교적 웅장한 편임-제주도기념물 제23-17호(1996. 07. 18. 지정)
0 애월항 : 1971년 10월에 수산청으로부터 1종항으로, 1995년 12월에는 연안항으로 지정 받음
0 먼물습지 : 밀물 때는 물이 고였다가 썰물 때는 늪이 형성되는 특이한 연못임-1960년대까지 고내리민들의 음용수와 발래터로 이용했음
0 곡탄유어(曲灘遊漁) : 고내8경 중의 하나로 마을 서쪽의 해안선이 구부러져서 자연히 만을 이루었는데 이곳을 고분여(曲灘)라고 부른다. 이곳에는 연해 어류가 풍부하여 예로부터 계절에 따라 물때를 맞추어 강태공들이 몰려들고, 여(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의 끝에서 낚시하는 모습은 볼 만한 경관임
0 우주물 : 澞(언덕사이 물 우) + 洀(파문 주)로 분석되어 언덕 사이로 흘러 나오는데 물에서 파문을 일으킨다는 뜻임-마을 홈페이지 참조
0 남두연대 : 애월진에 소속한 연대로 동쪽으로 조부연대(직선거리 6.9km), 서쪽으로 애월연대(직선거리 4.2km)와 교신, 1977년 보수했는데 상부 6.3m×6.4m, 하부 7.9m×7.6m, 높이 3.9m이다. 해안절벽 위에 있어 주변 경관이 수려함-제주도기념물 제23-7호(1976. 09. 09. 지정)
0 새물 : 증엄리 설촌 때 식수원인 물로서 1930년대 마을주민들이 합심하여 현 방파제 중간 부분의 암석을 제거하고 방파제를 쌓은 후 안쪽으로는 해수가 들어오지 않아 제주 제일의 용천수를 자랑함-2007년 1월에 안내 표석 세움
0 구엄'돌'염전 : 해변가에 넓게 깔려있는 암반(속칭 빌레뜨르)과 바닷물을 이용해 천일염을 생산하던 곳-안내 표석 참조
0 구엄옛등대 : 속칭 도대불. 구엄리에서는 장명등(長明燈)이라 일컬었다고 함
0 연자매 : 예전에 집안 단위나 동네마다 설치한 도정기구로서 우마마 사람의 힘으로 곡식의 알갱이를 털거나 찧음
0 연대원담 : 해안선의 자연 지형과 밀물과 썰물의 차를 이용하여 고기를 잡는 돌그물의 어로시설로 제주 곳곳에 산재했음-연대마을의 원담은 이중으로 형성되는 특이한 구조임
0 조부연대 : 제주성에 소속한 연대로 <망루대>라 불리는 정자로 변모했다가 최근에 철거해버렸음-입구에 제주시에 의해 세운 '조부연대터' 표석이 있음
0 암맥군 : 지표로 향해 올라오던 마그마가 지표에서 굳어진 것을 말하는데 내도동 도리코지(도리+곶+이) 일대에는 이 암맥들을 이용해 자연포구로 활용했다고 함 - 안내문 참조
- 암맥(岩脈, dike) : 두께는 수 cm에서 수십 m, 길이는 수백 m에서 수십 km에 이르기까지 그 크기가 다양하다. 맥암(dike rock)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침식저항상태에 따라 기존암석보다 두드러지고, 골을 형성하기도 한다. 또한 기존암석과 색 · 풍화점도 · 구조가 달라 구별이 쉽다.('두산백과사전'에서 옮김)
0 이호해수욕장 : 제주시에서 서쪽 7km 지점에 위치한 해수욕장으로서 검은색을 띠는 모래와 자갈로 덮여 있고 경사가 완만하며 조수의 차는 심함-백사장 길이는 약 250m, 폭은 120m임
0 이호동유원지 : ㈜제주이호랜드는 이호지구에 해양관광레저타운을 만들기 위해 509억원을 투입, 1단계(2006. 04. - 2009. 03.)로 공유수면 8만7889㎡를 매립하고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7만2000여㎡의 인공 조간대(潮間帶)를 조성했으며 178m의 마리나 안벽시설과 말 모양의 조형등대 2기 등 해양 이용시설과 야간경관 조명도 설치했다. 2단계는 2011년까지 매립지와 이호해수욕장 인근의 육상부 등 모두 25만5천713㎡에 228실 규모의 가족호텔, 230실 규모의 휴양콘도미니엄, 농축수산물센터, 조각공원 등을 갖추고, 또한 외자 유치를 통해 해양생태수족관과 해양박물관, 워터파크호텔도 건립할 예정임
0 도들오름 : 오름의 형태가 바다를 배경으로 도드라진 데서 도들(도돌)오름, 한자로는 도두(道頭·島頭), 도원봉수가 있었음에 도원봉(道圓峰), 도두리(도두동)에 위치하고 있어 도두리악(道頭里岳)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 최근에 제주시에 의해 목재데크 및 타이어메트를 이용한 산책로가 개설됨
0 도원봉수대터 : 제주성에 소속한 봉수로서 도들오름 정상에 위치함, 동쪽으로 사라봉수 서쪽으로 수산봉수와 교신-제주시에 의해 도원봉수대터 표석이 세워져 있음
0 신사수마을연혁비 : 마을 설촌과 관련한 연혁비를 포함해 새마을사업기념비 등이 세워져 있음
0 기건의구질막터 : 제2사수교가 있는 지역으로서 1998년 12월 제주시에 의해 세워진 표석에 '1445년 이 곳을 순시하던 기건(奇虔) 목사가 구질막(救疾幕)을 세워 나환자를 치료한 터'라고 소개하고 있음
0 왕돌/할망당 : 1999년 10월 몰래물향우회에 의해 세운 표석에 '왕이 용상에 앉아있는 형상을 띠고 있어 왕돌'이라 불렸다는 유래와 함께 '풍어를 가져다 주는 선왕신을 모신 할망당'임을 알리고 있음
0 몰래물쉼터 : 1999년 10월에 몰래물향우회에서 세운 표석에는 원래 신성마을 제성마을 명주마을 동성마을은 한 마을이었음을 밝히면서 애향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 쉼터를 조성했다는 기록과 함께 몰래물사적비, 정지용의 '고향' 시비 등을 세워놓았음
0 로타리클럽창립100주년탑 : 2005년 5월에 국제로타리 100주년과 탐라로타리클럽 1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탑임
0 섯물 : 해안에 솟아나는 어영마을 대표적인 용천수로서 예전에 식수 등으로 이용했음
0 어영마을 : 예전에 이 일대 바닷가에서 소금을 만들었음에 연유하여 어염(漁鹽)이 어영으로의 변이 또는 조선시대에 수근연대의 파수병들이 게으름을 피우자 제주목사가 임금의 명령으로 다스렸다고 해서 어영(御營)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음 - 龍曇洞誌(2001) 참조
0 수근연대 : 제주성 소속으로 동쪽으로 별도연대(직선거리 6.5km), 서쪽으로 조부연대(직선거리 6.9km)와 교신하였다. 1978년에 보수하였는데 상부는 7.1m×7.1m이고, 하부는 7.4m×7.6m, 높이는 2.9m임- 제주도기념물 제23-8호(1996. 07. 18. 지정)
0 레포츠공원 : 1992년 제주시에 의해 조성된 공원으로 종합레포츠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1997년 4월에 이 곳에서 해변유채꽃잔치가 열리기도 했음

10일 동안 실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으며, 잊고 지냈던 일들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지역별로 대표적인 음식점에 들러 제주 음식의 맛도 접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우연히 마주친 관광객들을 통해 제주관광의 현주소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또한, 제주민속박물관 진성기 관장이 우려한 '올레걷기대회니 올레코스니 하는 유행을 보면서 우리의 세계적 올레의 본뜻에 상처가 입지 않을까?'란 걱정함도, 그리고 <제주올레> 체험관광의 실상과 허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길가에서 식당에서 관광지에서 만난 대다수의 제주인들은 하나 같이 무뚝뚝했다. 상냥한 인사 한 마디 건내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 관광을 위한 초현대의 편익시설들이 있으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우리 일행을 보자마자 'I love you'를 반복하면서 양손을 치켜들고 하트(heart)를 그려낸 애월리 한담동 해안가에서 만난 할머니의 밝고 고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걸음은 정직하다. 뒤돌아보면 걸은 만큼 보인다.'라고 했던가? 제주에서 태어나 줄곧 제주에서 살고 있지만 제주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비록 짧은 여정이었지만 걸어서 제주 속으로에 빠져들어보니 제주의 모습들이 제대로 보였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여건을 조장해 제주섬 한 바퀴를 또 한번 더 걸을 것이다.

멀리서 가까이서 우리들을 지켜보며 성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모든 분들과 함께 완답의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
그 동안 '걸어서 제주 속으로'에 참가한 모든 분들 고생 많았습니다.
(2009. 04. 25.)
2009-05-03 09:00:58
122.202.22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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