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에는 제주인들의 아픈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다. 제주인들은 외지인들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오름에 숨기도 했다.
그래서 봉수대가 있었던 오름을 망(望)오름이라 부르는데 오름은 적의 침입을 미리 파악하는 곳이기도 하다. 몽고인들이 진주할 때도 오름으로 피신했고, 일본인들이 진주할 때도 그러했다.
현대사의 뼈아픈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또한 오름이다. 오름은 4․3의 현장이기도 했다. 그러기에 제주의 오름에는 역사성이 있다. 제주인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곳이 오름인지라, 위기 때마다 이 오름 속에 들어와 몸을 숨기고 생존을 위해 몸을 떨어야만 했다.
어떤 때는 처참하게 이 오름에서 피를 흘려 죽어야 했고, 어떤 때는 다행히 목숨을 보존할 수가 있었다. 일본군은 오름에 진지동굴들을 파 놓고 그들의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제주의 역사는 곧 오름의 역사이고 아픔과 쓰라린 상흔이 묻어있는 곳이 오름이다.
오름은 자연생태계의 보고이다. 사람의 발길이 채 닫지 않은 원시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많은 종류의 동․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그러기에 오름은 학술적 가치가 높다. 지금은 개발에 밀려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호조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오름은 가벼운 마음으로 오를 수 있는 곳이다. 한라산을 등반하는 것과는 달리 시간도 절약되려니와 오름마다 특징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트레킹 코스로는 최적이라 할 만하다.
신선한 공기, 탁 트인 시야, 자연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오름을 오르면 심신이 건강해진다. 건강한 삶을 단련할 수 있는 곳이 오름이기도 하다.
2007년 7월, 유네스코는 한라산 천연보호 구역과 성산일출봉 응회환, 그리고 거믄오름 용암동굴계(거믄오름,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였다.
제주의 경관과 화산지질적 가치가 세계 최고임을 입증한 쾌거, 그 중심에 제주 오름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