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길 따라 오름 따라 043> 오름의 1번지 - 거미오름
 김승태
 2009-05-17 13:05:54  |   조회: 6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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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이다. 5월이 되면 신록이 우거지고 다양한 모습의 꽃들이 피어나 온 세상은 싱그러워진다. 그러기에 5월을 화려한 자태의‘여왕’에다 비유하고 있는 것 같다.

“…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警異)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 하지 아니한가?….” (이양하의 ‘신록예찬’에서)

5월은, 1일의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이틀에 한 번씩 행사 및 기념일이 이어진다. 이 좋은 계절에 가족끼리 연인끼리 오름의 1번지 ‘거미오름’을 오르내리며 5월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향기로운 바람은 나날이 새로워지는 이 오름 저 오름을 넘어서 나의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을 것이다.

거미오름(동거믄오름 거믄오름 東居門岳 東居門伊岳 蛛岳, 구좌읍 종달리 산70번지, 표고 340m, 비고 115m)은 구좌읍 송당리와 성산읍 수산리를 잇는 금백조로의 백약이 입구와 월랑지 입구, 중산간도로(1136번)변 광산 김씨 묘역 안내 표지석(1136번 도로와 1112번 도로가 만나는 송당사거리에서 수산리 쪽 4.5km 지점)과 구좌읍공설묘지 입구에서 각각 기슭에 이를 수 있다.

피라미드, 돔, 깔때기 등 너무나 다양한 형상을 하고 있는 이 오름은 사면이 둥그렇고 층으로 언덕이 지고 있어 마치 거미집과 같다고 하여 거미오름, 고조선 시대부터 쓰여 온 신(神)이란 뜻의 검(감, 곰, 굼)에서의 유래, 조천읍 선흘리에도 거믄오름이 있음에 따라 이를 구분하기 위하여 동거믄오름, 한자로 동거문악(東居門岳), 동거문이악(東居門伊岳), 주악(蛛:거미, 岳)이라 하고 있다.

이 오름의 정상은 꼭대기에 가서야 확인되어지는 신비로움이 있다. 기슭에서는 야트막한 봉우리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거대한 피라미드가 마음껏 그 위용을 뽐낸다. 큰 굼부리는 어림으로도 그 깊이가 70~80m는 족히 되며 4개의 봉우리와 연이어지는 3개의 굼부리는 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어 비경(秘境)을 연출한다. 기슭에는 새끼오름이 널려 있고 여기저기에 수많은 묘들이 자리하고 있다.

주변의 높은오름, 문석이, 백약이, 좌보미 등이 이 오름을 포근히 감싸고 있어서 그런지 이 오름은 명당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랜 세월을 이 오름과 벗하며 굼부리를 지키고 있는 이름 모를 나무들, 풍상에 시달리면서도 굳건히 제자리에서 무언의 교훈을 주는 바위들, 이들이 있기에 거미오름은 더욱 멋이 있는 것이다. 그 모습만을 논한다면 제주의 오름들 중에서 제일은 거미오름인 것 같다.
2009-05-17 13: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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