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길 따라 오름 따라 046> 들꽃들의 합창 - 통오름
 김승태
 2009-06-07 21:57:38  |   조회: 6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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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들꽃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틈만 나면 카메라들 들고 전국의 들로 산으로 들꽃을 찾아가는 이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촬영된 영상들을 홈페이지와 카페(블로그)를 통해 들꽃에 얽힌 이야기는 물론 꽃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까지 탑재시켜 누리꾼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다.

작년 이맘때 쯤 부산 사하구 소재 동아공업고(교장 김기수)에 들른 적이 있다. 이 학교는 2003년 9월에 이 곳으로 이설한 후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 일환으로 우리 나라 산야(山野)에 자라는 200여 종의 들꽃과 들풀들을 심어 황량한 교정을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학교로 만들었다. 그 결과 이듬해 전국 초, 중, 고교를 대상으로 한 ‘제5회 아름다운 학교를 찾습니다' 최우수 수상, 2005년 6월에는 부산시로부터 '제6회 부산녹색환경상' 녹색가족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이와 함께 주민들에게는 연중 학교 들꽃동산과 생태연못, 약수터를 개방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아름다운 우리 들꽃전'도 개최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생태계를 이해하게 하고 체험할 수 있는 학습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자그마한 아이디어가 큰 결실을 이룬 셈이다. 제주도내 학교에서 이를 벤치마킹(benchmarking)함도 매우 의미 있을 것이다.

들꽃은 들에 피어 있는 꽃을 말하며 한자어로는 야방(野芳), 야생화, 야화(野花) 등으로 불린다. 통오름을 찾아 초여름의 들꽃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합창을 들어보자. 통오름(桶岳, 성산읍 난산리 1,976번지, 표고 143.1m, 비고 43m)은 중산간도로(1136번)와 번영로(97번)가 만나는 성읍사거리에서 수산리 쪽으로 6.5km(수산리 입구에서는 6.7km임) 지점에 기슭이 닿아있다. 오름의 모양새가 통(桶 : 물건을 담는 통 - 밥통․물통)과 같이 생겼다 하여 통(桶)오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이 오름은 성산읍 수산리와 표선면 성읍리를 잇는 중산간도로에서 신산리로 갈라지는 사거리 길가에 위치한 나지막한 오름으로 길 건너에 있는 독자봉과 형제처럼 다정하게 이웃하고 있으나 모양새나 분위기는 영 딴판이다. 언뜻 보면 그저 그런 평범한 동산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나 민틋한 등성이를 따라 정상에 이르면 이름에 걸맞게 자연이 가져다 준 커다란 통(桶)을 만나게 된다.

먼 옛날 제주 섬이 바닷물에 잠겼을 때 표선면 표선리의 매봉은 꼭대기가 매(鷹;응)의 머리만큼, 성산읍 삼달리의 본지오름은 ‘본지낭 : 노박덩굴의 제주어’의 뿌리만큼, 이 통오름은 통(담배통)만큼 물 위에 남았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오름이다. 굼부리 안에는 농경지와 개인묘지가 조성되어 있고 출입구는 북서쪽으로 나 있다. 동사면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비탈에 고운 잔디가 자라나고 있으며 완만한 기복을 이루면서 크고 낮은 대여섯 개의 봉우리는 굼부리를 에워싸고 있다. 완벽에 가까운 말굽형 굼부리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라 할만하다.

굼부리의 바깥 등성이는 어림잡아도 1.0km는 족히 되는 거리이다. 푹신푹신한 양탄자 같은 잔디를 밟으면서 등성이를 따라 한 바퀴 돌아가는 길은 낭만의 길, 추억의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훤히 트인 사방의 조망도 멋을 불러일으키지만 여기저기 자라나는 들꽃들의 반김은 한편의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오름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고루 지니고 있기에 더욱 정감이 가는 오름이다. 그 모습 훼손되지 말고 언제나 찾는 이들에게 환희를 가져다주는 게 통오름의 책무인 것 같다.
2009-06-07 21: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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