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소나무와 동명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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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바다 한국하멜기념사업회장/고대해양탐험가

소나무는 옛부터 마을을 수호하는 신목으로 여겨 왔다. 또한 솔가지는 부정(不正)을 물리치고 祭儀공간을 정화하는 뜻에서 신당 주위에 새끼줄로 꿰어 걸어 두고 밖에서 들어오는 잡귀을 막아 주는 형식으로 신성화했다. 또한 아이들 출산 때와 장을 담글 때 숯과 고추를 띄워 놓고 고유의 장맛을 보존하는데 사용할 정도로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십장생 병풍속에서도 소나무가 그려져 장수(長壽)를 나타냈으며, 눈비바람속에 인간의 숱한 역경을 헤치고 살아 가는 모습에서도 늘푸른 소나무는 우리 곁에서 강인한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표현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등장하는 소나무도 이러한 울림을 주고 있다. 애국가에 등장하는 남산의 소나무는 또 어떠한가. 속리산 법주사로 들어 서는 길 한가운데 정이품 소나무에 읽힌 이야기도 우리 문화 정서와 역사속에 친숙해진 지 오래다. 제주에도 천연기념물 제160호로 지정된 수령 500~600년 으로 추정하는 산천단 곰솔 나무와 애월 수산리 저수지에 자리 잡고 있는 천년기념물 441호 400년 수령으로 추정하는 곰솔나무가 있다.

 

필자가 2002년 11월 제2차 제주도민 북한 방문단 일원으로 평양을 갔을 때 일이다. 개성을 방문해 돌아 오는 길에 평양 근교에 있는 동명왕릉을 찾았다. 왕릉은 평양 역포 구역 용산리에 푸른 소나무 숲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북측 정영희 안내원은 고구려가 427년에 수도를 평양으로 천도하면서 왕릉도 이곳에 옮겼다고 말한다.

 

이 동명왕릉 주변에는 수령 200~300년 넘는 소나무들로 우거져 있었다. 필자가 놀라운 것은 이 왕릉 주변에 심어져 있는 소나무들을 제주에서 가져다 심었다는 것이다. 그 전래 내용인 즉 어느날 왕릉이 불 탔는데 평양 감사에게 그 책임을 물어서 제주도 소나무를 옮겨다 심으라고 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연을 담고 있는 제주 소나무가 장구한 세월을 두고 고구려 건국 시조의 왕릉을 지키고 있다는데 뉘라서 감탄치 않으리오. 제주 소나무와 동명왕릉과 만남은 과객의 심장에 높은 격랑을 일게했다. 그 당시 어떤 뱃길로 이곳 까지 제주 소나무를 옮겨다 심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평양 가까운 곳에서도 여러 종류의 이름난 소나무들이 많을 터인데 하필이면 그 먼 험난한 바닷길을 가르며 제주 소나무를 선택한 조선왕조의 선택과 그 배경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비록 구전으로 내려오고 있지만 그 사연은 필히 어디엔가 숨어 있을거라는 생각에 타임 캡슐을 열어 보는 듯 했다. 그후 평양에서 돌아와서도 제주 소나무에 대한 수수께끼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동명왕릉에서 제주 소나무가 스토리텔링 돼 전해 오는 것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동명 왕릉에 대해서는 남북학자들 사이에 여러 주장들이 있지만 고구려 역사에 대한 북측의 연구는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번 기회에 남북이 제주 소나무와 동명왕릉 소나무의 DNA 조사를 벌여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 본다. 한국과 일본에 널리 분포된 왕벗꽃 나무의 원산지가 한라산으로 밝혀져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켜 듯이 제주 소나무의 DNA 연구 조사도 이런 기회에 벌이는것도 흥미 있는 일이라 본다.

 

동명왕은 활쏘기에 능해 부여 말로 활쏘기의 명수라는 뜻으로 ‘주몽’이라고 이름을 붙었다고 한다. 성(姓)이 고(高)씨로 고주몽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에 여러 고씨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제주 고씨라는 사실이다. 고구려 건국 시조 동명왕은 그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아침의 나라’ 고조선의 후예에서 찾게 되는 왕호를 말한다.

 

제주와 동명왕릉 소나무 사연. 언제까지 미궁으로 몰고 갈지 모르겠다. 1994년 북한은 동명왕릉 복원사업을 벌여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시켰다.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 위용과 혼백들이 제주 소나무의 솔향기에서 묻어나는 것은 웬 일일까.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는 날 제주 곰솔나무의 위용과 자태가 새롭게 탄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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