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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현 前 제주수필문학회장/수필가

우리는 오래살기를 염원한다. 사람이 3대 거짓말 중의 하나가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이다.
백수(99세)를 넘긴 원로라 할지라도 내심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인간의 5복 중의 첫째가 수(壽)다.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그것이다. 그러나 강녕(康寧)을 수반하지 않은 ‘수’는 속빈 강정일 뿐이다. 병마의 노예가 되는 장수는 본인은 물론 가족과 사회까지도 불행하기 때문이다. 조물주의 노여움을 산 탓일까, 이 모두를 쟁취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것이 세상사인지도 모른다.

 

장수는 강녕뿐만 아니라 필요한 재물과 교양을 지니고, 졸수(90세)를 넘어 편히 영면을 맞을 때 진정한 건강장수라고 할 것이다.
2010년에 10개년 계획을 세우면서 기대수명을 85살로 잡았었다. 최근 들어 기대수명을 늘려 잡았다. “계획은 변경을 전제로 한다”는 역설적인 주장(?)에 힘입어 과감히 10년을 상향조정 한 것이다. 또한 100세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한편, 김병희 박사의 활발한 작품 활동과 건강하고 중후한 인품, 끊일 줄 모르는 탐구열에 감동받은 바 컸다.

 

선생은 산수(80세)에 자서전과 86세에 회고록을 상재했다. 근년에는 2006년부터 해마다 ‘논설집’을 출간하고 있다. 매일 동아닷컴에 기고하는 칼럼과 네티즌들의 글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부산수산대학을 시작으로 반세기 동안 대학에서 교수와 총장으로 봉직했고, 초대 KIST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는 대구사범 동기동창이다. 경북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단초를 제공한 장본인이다.

 

일본 동경물리학교와 구주제국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대학자이다. 저서로는 고등물리학을 비롯한 중, 고등학생의 수학 1.2.3 과 대학미분방정식 등 많은 교과서와 참고서를 편찬했다. 금년 94세 임에도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매일 한편의 칼럼을 동아누리 시사발언대, 조선닷컴에 올리고 있다. 며칠 전에는 논설집(93 옹 논설집, 92 옹 논설집)을 보내와 배독하고 있다.

 

옥황상재가 등장하는 ‘비몽사몽국 5차원’에서 저자는 재판관이 되어 관용을 베푸는 대목은 회고록의 백미라고 하겠다.
선생은 정부수립을 전후한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만고풍상을 겪은 저명인사중 생존하고 있는 몇 명 안 되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자서전을 읽고 손자가 쓴 독후감의 일부이다.
“할아버지의 연세에, 컴퓨터 환경에서 탈자도 오자도 없이 주석까지 상세하게 붙인 원고를 만들 사람이 이 지구상에 몇 사람이나 있을까? ?독립은 되었어도 비민주적 악정의 희생양이 된 불행한 일생이었지만 그러나 난세의 질곡에서 46번이나 사경을 넘어온 초인적인 분이다. 우리 할아버지는 매우 성실하시고 노력하신 학자이시다. 또 어느 한 순간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셨다고 보는 것이 옳다.”

 

김 박사의 예리한 통찰력과 날카로운 비평은, 국사는 뒷전이고 사리사욕에 눈이 먼 모리배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다.
또한 해학적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문장력은 독자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김 박사가 연제하는 조선닷컴의 칼럼 8월 30일자 ‘카다피 대령 리비아 국외로 달아났나’ 제하의 논설은 대미를 이렇게 장식하고 있다. “묻노라, 카다피야, 너의 갈 길이 어디메뇨? 40년이란 독재정치로 리비아 백성들의 고혈을 빨았으면, 이제 너의 갈 길은 지중해가 아니런가? 방탄차 타지 말고 보트를 타려 무나, 그래야 보트 피풀 이란 역사속의 한 줄의 기록도 남기고, 수중혼이라도 될 것이며, 하다못해 고기들의 밥이라도 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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