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시선으로 도민 삶.언론 역할 분석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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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시민기자 방담 '시민저널리즘, 판을 펼치다'
▲ 제주일보 시민기자 방담 참여자. 장정훈, 이정우, 천주연, 김태수, 한양순, 이재익 시민기자.<고기철 기자>

제주일보 시민기자들이 사회를 읽는 시야는 넓고 시선은 날카로웠다.

 

제주일보가 창간 66주년을 맞아 지난 26일 편집국장실에서 ‘시민저널리즘, 판을 펼치다’란 주제로 마련한 방담(放談)에 참석한 시민기자들은 제주현안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언론보도를 예리하게 조명했다.

 

참가자는 이정우(62·한국4-H본부 전문 지도자), 김태수(56·장전초등학교 교장), 한양순(53·사회복지사), 이재익(51·제주시 일도2동 통장), 장정훈(45·대국해저관광 총지배인), 천주연(19·제주대학교 학생)씨다.

 

이들은 현창국 편집국장의 사회아래 도민의 삶과 언론의 역할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했다. 제주사회 구석구석까지 관심 갖고 예의주시하는 이들답게 현안과 이슈가 등장할 땐 담론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약 2시간에 걸친 자유분방한 대화 속에는 제주언론의 심장 제주일보를 향한 신뢰와 애정이 관통했고, 따끔한 채찍과 따뜻한 격려도 보태졌다. 【편집자주】


현창국=시민기자제도는 저널리즘에 무척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기자 중심 보도행태의 편협성을 걷어내고 다양성을 넓히고 있다. 시민기자로서 감회는.

 

김태수=당장 기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간 관망을 벗어나 기사의 객관성과 파급력을 살피곤 한다. 기사 작성은 소홀한 게 사실이다. 학교에 모 지방일간지 학생기자들이 있는데 열흘 전께 원고 의뢰가 들어와 꾸준히 기사 쓰는 모습을 본다.

 

현창국=일종의 미션 부여가 시민기자 활성화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이재익=미션 부여란 소극적 강제가 시민기자제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창국=학교 얘기가 나왔는데 교육으로 들어가 보자. 제주 교육환경 어떤가.
장정훈=제주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매우 높다. 중학생 자녀를 꼭 인문계고(일반고)에 보내려고 서울로 전학시키는 사례도 있다. 지역사회다 보니 자녀가 인문계에 진학 못하면 부모에게도 타격이 크다.
김태수=인문계고 정원이 적어 문제다. 인문계고 진학은 대학과 직결된다. 그러다보니 학원 전 과목 수강이 낯설지 않고, 결국 제주 사교육비는 전국 상위권이다.

 

현창국=어쩌면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건 아닐까. 자신들의 얼굴을 봐서라도 실업계고에 절대 가선 안 된다면 옳은 자세가 아니지 않은가.
장정훈=지역이 협소한 탓에 누구 자식은 어디 갔더라, 하고 금방 소문나는 부담이 작용한다. 부모는 밥을 굶어도 자식 공부는 꼭 챙긴다는 정서와도 무관치 않다.
이정우=1등 지상주의와 성적 중심 교육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인성교육은 사라진 채 성적교육에만 매몰돼 있다. 제주 인구가 제주시에 집중되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부모들의 책임이 크다.
한양순=체험활동·인성교육이 강화추세다. 제주학생 성적도 우수하다. 이만하면 교육여건은 괜찮다. 자녀에게 미래지향적 좌표를 제시하는 부모역할이 절실하다.
천주연=체면의식이 문제다. 부모세대에게서 “친구가 인문계냐 실업계냐” 식의 질문을 듣기 어렵지 않다. 이분법적 고교 인식은 개선돼야 한다.

 

▲ 지난 26일 제주일보 편집국장실에서 시민기자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방담을 나누고 있다.<고기철 기자>

현창국=국제학교가 잇따라 문을 열고,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떤가.
이정우=요즘 중국에서 하루 1400명 들어오고 있다. 영어를 기본으로 도민 모두가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길 바란다. 올레길이나 관광지에서 외국인 만났을 때 몸짓으로라도 의사소통 할 수 있어야 한다. 제주가 관광도시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태수=국제학교 설립은 방향이 잘못됐다. 제주도가 부지를 내놓고 나머지는 정부가 다 할 것처럼 하더니 태도를 싹 바꿨다. 국제자유도시나 회의도시 등도 그랬듯이, 제주는 실험장소로 이용됐다가 정치적으로 토사구팽 당한 꼴이 아닌가.

 

현창국=화제를 바꿔 제주는 어느 정도 열린사회인가. 개방성에 점수를 매긴다면.
천주연=언필칭 제주가 폐쇄적이란 데 공감한다. 어른들은 “스스로 열려있다” “받아들일 수 있다” 라고 말하지만, 폐쇄나 개방은 상대적 개념 아니냐. 다른 지역보다 개방성이 미흡한 게 사실이다. 우리 세대도 어른들을 보고 배운 탓에 말하자면 서울 애들보다 폐쇄적인 것 같다.
이재익=지역특성에 따른 보수성과 폐쇄성은 분명 있다. 하지만 개방성이 모자라다고 보진 않는다. 개방과 폐쇄가 균형 잡힌 상태라고 할까. 국제도시와 국제학교 등도 옳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개방이다.
이정우=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나서 개방사회로 진입 속도는 매우 빠르다.
한양순=보수와 폐쇄는 엄밀히 다르다. 다른 분들 말처럼 상당부분 개방단계에 진입했다. 다만 개방으로 도민이 뭘 얻고 뭘 잃을지 곰곰 돌아볼 때다.

 

현창국=다문화가정은 제주사회에 안착했다고 보나. 편견은 사라지고 있나.
이정우=결혼이주여성하면 농촌총각의 배우자란 인식이 아직 남아있지만 나아지고 있다. 다문화가정 행사가 많은 것도 증거다. 모국어 교육 등 이주여성의 강점을 사회에 환원하고 도민은 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융합사회가 곧 도래할 것이다.
한양순=다문화가정 관련 행사 상당수가 일회성에 그치는 점은 아쉽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란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 아직도 “자식이 국제결혼 하겠다면 흔쾌히 받아들이겠냐”란 물음에 망설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언론 역할도 막중하다.
(※제주사회 개방의 성격 등을 대화하는 과정에서 해군기지가 등장했다)
장정훈=해군기지를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도민과 다르다. 우주센터 등 국책사업을 거부해 손해 본 경험을 되풀이한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영토수호와 국제정세와도 연계한다. 도민정서와는 딴판이다. 제주도와 정부 책임이 크다. 5년간 관망으로 일관해, 결과적으로 도민 전체가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으로 외부에 비춰지게 됐고 제주의 대외 이미지만 추락했다.
김태수=해군기지를 향한 외부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 특히 일각에서 해군기지를 왜곡하고 ‘주는 떡도 찾아먹지 못한다’는 식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 해군기지는 절차상으로 오류가 많다. 팽팽한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는 길은 주민투표라고 본다.(※대화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재익=절차상 미흡함은 있되 원점 재검토를 논하는 건 무리다. 해군기지를 어떻게 발전적으로 수용하고 슬기롭게 활용할지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창국=해군기지는 갈등 덩어리다. 너무나도 얽히고설켜 정리가 쉽지 않다. 최근 제주일보는 해군기지 갈등을 조명, 해소를 꾀하는 기획시리즈를 보도했다.
김태수=첨예한 찬반을 고려할 때 주민투표와 결과 승복이 합리적 해결책 같다.
현창국=도민의 일상문제를 들여다보자. 기초 질서의식은 어느 수준인 것 같나.
이재익=공중화장실이나 도로 등에서 경험상 시민의식, 특히 배려심이 부족하다. 평화로의 추월-주행차로조차 안 지켜진다. 객관적으로 후한 점수 받기 어렵다.
이정우=제주공항에서 택시 승차 봉사활동을 벌이다보면 손님이 담배 피고 오다 꽁초를 바닥에 냅다 던지고 발로 비벼 버린다. 후진적 꼴불견이 비일비재하다.
김태수=청소년 말씨를 짚고 싶다. 핵가족화 등으로 인해 밥상머리교육이 실종된 지 오래다. 부모들은 자식 비위 맞추고 눈치 보기 바쁘다. 아이들 말씨가 아연실색 자체다. 어른에 대한 경어와 존경은 공동체 작동의 기본요소다. 부모들은 자녀의 언어교육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현창국=(대학생인 천주연씨를 향해)실례지만, 어른과 대화할 때 말투가 어떤가.
천주연=사실 부모세대와 비교할 때 존댓말을 잘 못 쓴다.(※전체 “하하하”)

 

참석자들은 제주일보에 조언도 잊지 않았다. “현대인 삶의 트렌드인 참살이(웰빙)를 반영해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기획물이 연재되면 좋겠다” “핫이슈 토론코너를 신설해 독자권리 충족을 강화하면 호응이 클 것이다” 등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기사들이 자주 다뤄져 만족했다” “도민 마음을 밝고 따뜻하게 보듬는 신문으로 더욱 빛을 발하라”는 응원도 쏟아졌다. 이들은 시민기자로서 맹활약을 펼칠 것도 다짐했다.

정리=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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