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예측은 그래도 여론조사’
‘선거 예측은 그래도 여론조사’
  • 고경업 기자
  • 승인 201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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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동양에서는 민심(民心)을 천심(天心)으로 여겨 위정자들로 하여금 백성의 뜻을 올바로 헤아리도록 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암행어사를 보내거나 왕이 직접 평복을 갈아 입고 저잣거리를 돌면서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인구의 팽창과 더불어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요즈음 같은 시대에 민심을 정확히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온 게 여론조사다. 여론조사는 일반 국민이나 특정집단의 의견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만 되면 우리는 여론조사에 매달린다. 어느 후보가 앞서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어느 후보가 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방법이 이것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당초 여론조사는 상품판매를 위한 시장조사에서 비롯돼 1930년대에 정치문제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통계학자인 조지 갤럽이 당면한 정치·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전국적인 의견조사를 실시했던 게 효시다. 갤럽은 1936년 미대통령 선거에서 루스벨트가 랜던을 누르고 승리할 것을 예측해 개가를 올렸다. 갤럽은 연령과 계층을 대표하는 표본인구 개념을 도입해 불과 5000명만을 조사하고도 정확히 맞췄다.

이후 여론조사는 현대 민주주의의 주요한 수단으로 간주돼 왔다. 굵직굵직한 국내·외적 사건에 대한 영향력뿐만 아니라, 권력을 위임받은 위정자들의 정책결정에 다중의 뜻을 반영하는 자료가 돼왔다.

선거에 있어 여론조사는 후보와 유권자 쌍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후보들이 난립할 때 경쟁력 있는 소수의 후보들을 압축해주는 여과기능도 수행한다. 예컨대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에게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와 가능성이 없는 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의 부정확성이나 맹신의 오류, 조작 가능성 등으로 여론조사 회의론이 대두되기도 한다. 잘나가던 갤럽도 1948년 선거에서 듀이 뉴욕주지사가 트루먼 대통령을 이길 것이라고 잘못 전망해 큰 망신을 사기도 했다.

최근 우리사회에 여론조사 예측이 곳곳에서 어긋나면서 신뢰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서울 등 여러 지역에서 최종 선거 결과와 최대 20%포인트 가량이나 차이를 보였고, 지난 4·27 재·보선 때도 강원지사 선거 등에서 선거 결과와 15%포인트 안팎의 차이가 나 뭇매를 맞았다. 여론조사가 오류를 범하는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 1위를 차지한 후보에게 지지가 몰리는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나 약자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언더도그 효과(underdog effect)’가 원인일 수도 있다. 또 본인의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투표장에 나가서야 속내를 드러내는 ‘숨은 표(票)’가 문제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통신환경의 변화를 꼽기도 한다. 우리사회는 현재 휴대전화 가입자가 5000만명이나 되는 ‘1인 다(多)폰 시대’로 변했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유선전화 가입자 명단으로 조사 대상을 추출하고 있다. 이러니 정확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본지는 창간 66주년을 맞아 새로운 전화조사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무선전화 병행조사(MMS·mixed mode survey)로 ‘도민 의식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본지 여론조사에서는 집 밖에서 주로 생활하는 젊은 층 등을 조사대상에 포함시켜 표본의 대표성을 높였다.

바야흐로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발표될 것이고 그때마다 후보들은 일희일비(一喜一悲)할 것이다. 그런 만큼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조사방법이 중요해지고 있다.<고경업 편집부국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