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서 팽개친 ‘시민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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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봉 공원을 끼고 있는 제주항 동방파제 바다 밑이 각종 폐기물 투성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바다가 오염되어 소라.전복.물고기 등 어폐류마저 떠나버리는 모양이다.

제주항 동방파제는 제주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코스이자 인기 있는 낚시터다. 그리고 가정의 안녕과 소원 성취를 비는 치성의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문제의 폐기물들은 바로 이곳을 드나드는 시민들 중 양심을 버린 일부 인사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들이다.

산지어촌계 해녀들은 바다 밑 투기물들로 인해 해산물 채취작업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낚시꾼들이 버린 음료수병.술병.미끼류가 쌓이고, 심지어 고사나 굿거리에 쓰고 버린 돼지머리들까지 있다니 바다 속 사정이 어떠한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바다가 쓰레기 투기장으로 변한 데다 어패류들이 줄어들고 있다면 해녀들의 호소에 납득이 간다.

더구나 희한한 일은 바다 속의 돼지머리들이다. 방파제에서 고사를 지내거나 굿을 할 때 썼던 것들을 그대로 바다에 내던진 것이다.

이 돼지머리들로 해서 작업 중인 해녀들은 기겁을 하고 있다. “마치 죽어있는 사람이 두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는 것 같아 온몸이 굳어버리는 공포감에 휩싸인다”는 어느 해녀의 얘기야말로 방파제 부근 바다의 실상을 그대로 전해 주고 있다.

바다고기들이 떠나고 있음을 뜻한다. 그렇지 않다면 고기밥으로도 부족할 터인데 눈뜬 채 남아 있으면서 해녀들을 놀라게 할 리가 없다.

이들 돼지머리가 치성을 위한 용왕 몫인지, 해신(海神) 몫인지는 모르나 그것은 정성도 치성도 아니다. 오히려 여타 폐기물들과 뒤섞여 바다를 오염시킴으로써 용왕을 내쫓고 해신을 욕되게 하는 부정(不淨)의 산물이다.

차라리 고사용 제물(祭物)을 결식 가정에 주었더라면 치성의 효과가 몇 배 더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작업 중인 해녀들까지 질겁을 하고 있다니 만약 바다 속에서 인명사고라도 나면 어쩔 것인가.

동방파제가 진정 낚시터이고, 산책코스며, 치성의 장소라면 그곳의 바다 환경을 보호해야 할 시람은 다름 아닌 낚시인들이요, 산책인들이요, 치성을 드리는 가정의 구성원들이다. 제주시민의 양심을 이렇듯 방파제에서 아무렇게나 계속 내팽개친다면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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