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수 ‘유감’
문화지수 ‘유감’
  • 김오순
  • 승인 200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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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제주군은 지난 22일 한국문화정책개발원으로부터 전국 89개 군 가운데 국민문화지수가 가장 높은 군(郡)으로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평가는 제주도민의 문화자긍심을 높여주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인 일임은 부인할 수 없겠으나, 한편 그 평가가 어쩐지 현실적으로 볼 때 합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아마 최근 북제주군에서 일어난 몇몇 사건들 때문일 것이다.
북군 어느 마을에 있는 도지정문화재인 방사탑이 태풍으로 허물어졌다.

그런데 최근 2년간 이 마을에서는 여인들이 갑자기 쓰러져 5~6명 숨졌는데, 근래 들어 또 다시 이 마을 여인들이 뇌경색으로 잇따라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마을에는 이런 저런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고, 마침내 마을의 방사탑이 허물어져 이런 흉사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여인들이 많이 횡액을 당하는 이유는 무너진 방사탑이 상단부가 오목한 여성탑인 ‘음탑(陰塔)’이기 때문이라고들 했다.

마을 사람들은 논의 끝에 읍장에게 이 마을 방사탑을 보수해줄 것을 요청했다.
읍장은 방사탑을 보수하도록 했고, 주민들이 나섰다.

그런데 주민들은 허물어진 방사탑을 보수할 생각만 했지, 문화재를 보수할 때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마을 주민들이 문화재 무단 훼손으로 적발됐다.

그러나 이 마을리장은 마을의 재앙을 막기 위해 순수한 의도에서 보수했다고 항변했다. 또 주민들 모르게 행정당국이 방사탑을 문화재로 지정만 해놓고 관리를 외면하고 허물어져도 나 몰라라 방치하는 당국을 오히려 원망했다.

하여튼 불행중 다행인 것은 이 마을 방사탑이 마을 주민들이 세심한 신경을 썼기에 그나마 남아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다. 북제주군 어느 마을 도기념물 2호로 지정된 고인돌 인근에 당국이 단독주택신축을 허가했다.

주택신축이 허가된 곳은 놀랍게도 북제주군이 발행한 책자에 유물 산포지로 예고된 지역이며, 바로 코 앞에 그 문제의 고인돌이 버티고 있는 곳이다.

당국은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화재보존에 대한 영향평가도 없이 농지전용허가만 받도록 한 후 건축허가를 내주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문화재 인근 500m, 지방의 문화재의 경우 문화재 인근 300m 이내에서 공사를 할 땐 반드시 문화재 영향평가를 받도록 돼있다.

그런데 당국은 이 규정을 무시해 버린 것이다.
북군은 이 사건이 나자 관계공무원이 문화재 보존에 대한 영향 평가제를 몰라서 한 무지한 행위로 받아들이고,담당자를 주의조치하고 일을 매듭지었다.

전국에서 최고의 국민문화지수 평가를 받은 북제주군에서 일어난 이 두 가지 사건을 보면 아직도 우리의 체감문화지수가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주도엔 모두 144건(국가지정 53건, 도지정 91건)이 문화재로 지정돼있다.

대부분 문화재 예산은 문화재 보수정비에 쓰인다. 올해도 155억원이 문화재보수정비 예산으로 책정돼 있다. 행정 당국은 눈에 번듯하게 드러나는 문화유산 보수.정비에만 팍팍 예산 을 쓸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문화자긍심을 지역주민 스스로 갖도록 교육하는 데도 사용해야 한다.

진정한 문화향유는 지역주민 스스로 좋은 문화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는 데 있다는 지역민의 자각과 문화 주인의식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