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Assault & Battery)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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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세화고등학교 교장/시인

폭행을 어떻게 단정할까? 어디에서부터 우리의 언행이 폭행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까? 의사의 진단서(상해진단서)가 증거로써 제시될 때에야 비로소 폭행 사실을 인정하려드는 것이 혹시 우리의 현실은 아닐까.

 

미국의 법률사전(Black Dictionary)은 폭행을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하나는 ‘상대에게 육체적 가해(加害)를 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것(Assault/暴行意圖)’이며, 다른 하나는 ‘실제로 그 의도가 상대의 육신(의복도 포함됨)에 닿는 것(Battery/肉身接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경우이든지 폭행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즉, 폭행의도(Assault)와 육신접촉(Battery)을 구분하지 않고, 그 둘을 뭉뚱그려 폭행(Assault & Battery)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야구 시합 중, 어느 팀 감독이 주심에 대하여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심판 똑바로 못 보겠어!’ 고함치며 삿대질하는 순간, 바로 체포된다. 비록 상대방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하더라도 폭행(Assault)을 저지른 셈이 된다. 현장범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항의를 하려거든, ‘열중 쉬어’ 자세부터 취하라. 상대에게 가해의 의도가 전혀 없음을 자신의 자세로써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이다. 교통경찰이 당신의 차를 세우거든, 천천히 두 손을 뒤통수로 옮겨 놓아라. ‘폭행 의도’가 전혀 없음부터 보여야 할 것이다.

 

또한, 조심할 것은 ‘윗니로 아랫입술을 물지 마라.’ 그것 또한 언어폭행에 해당된다. 영어로 심한 욕을 할 때의 입모양이 바로 그와 같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투구를 할 때, 힘을 내기 위하여 그 입모양을 했다가 오해를 받아 낭패를 당했었다는 뉴스도 있었잖은가.

 

서부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두 총잡이가 결투(決鬪/duel)를 벌이고 있다. 허리에 권총혁대를 차고, 서로 마주 쳐다보고 있다. 누구든지 손을 총으로 움직이는 순간, 그것은 ‘가해의 의도를 보인 것(Assault)’이 되는 것이니, 먼저 폭행을 저지르는 것이 된다. 당연히, 나중에 손을 움직이는 측은 정당방위(Self-defence)에 해당된다.

 

영어교수법(Methodology) 연수 차 영국에 머무르고 있을 때 겪은 일 한 가지. 주말 나들이 마치고 숙소가 있는 마을 버스정류소에 도착했을 때, 마침 모든 마트들이 문을 닫도록 되어 있는 바로 그 시각이었다.

 

일행(15명) 모두가 저녁을 거르면서 장시간 버스에 시달렸었다. 우린 빵이나 우유 정도로 저녁을 때우려고 정류소 옆 마트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버스에서 먼저 내려 앞에 간 일행 몇 명만 입장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되어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살 것인가 이미 작정하고 왔으니, 얼른 들어갔다 오게 해달라고 영어로 구슬려도 막무가내였다. 마치 ‘준법의 나라의 본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이려는 것처럼. 배가 고프니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이번엔 우리말로 일행 중 한 사람이 욕을 퍼부어댔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언어폭행을 해대면서도, 그는 표정에서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인지 다행인지, 그 영국 양반(?)은 한국말을 한 마디도 모르고 있었으니, 욕인지 칭찬인지를 알아채지 못했고, 다만 미소를 받고 있었으니 덩달아 미소를 보내올 밖에. 어찌 보면, 이중언어자(bi-linguist)의 횡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언어폭행을 반어적(反語的) 효과로써 무탈하게 처리한 경우가 되지 않았는가.

 

‘뭐? 내가 무슨 폭행을 했단 말인가. 진단서라도 끊었어?’는 큰일 날 일이다. 바야흐로, 화난 표정에 삿대질은 바로 폭행으로 잡혀가게 되는 글로벌·다문화 시대이다. 폭행에 대한 내 마음 속의 가름 선을 깊이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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