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가 직접 민주주의를 불러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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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수 미국 일란(Elon)대 언론학 교수

미국에선 지금 기존의 경제질서에 저항하는 운동이 뉴욕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는 구호 (Occupy Wall Street) 아래 3주째 접어든 젊은이들의 데모는 잠깐 모였다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백 명은 아예 인근 공원에 노숙을 하며 데모를 하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전달된 정보에 따라 데모에 참석하 그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에는 많은 금융기관이 있어서 이 거리 이름은 미국 금융, 나아가 전세계 금융제도를 상징한다. 파워에 반대하는 데모가 지난 9월 17일 뉴욕에서 시작돼 10월 2일 일요일에는 700명의 참가자가 도로 점거라는 이유로 체포됐다. 지금 데모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주로 80년대 또는 90년대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다. 이들은 물질적으로 큰 경제적 어려움이 없이 지내 왔고 또한 인터넷을 통한 정보 소통에 익숙한 세대다. 이 세대들은 지금 좌절을 경험하면서 낙담하지 않고 그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불만의 소리는 친구들 사이의 대화에서나 술집에서 하는 토론 속의 불평으로 끝났겠지만, 이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 덕분에 불만이나 다양한 의견들이 인터넷에서 수렴되어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그 이전 세대들도 현실에 불만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다. 경기 침체로 실직한 사람들이 은행으로부터 집을 몰수 당한 경우도 많이 있다. 금융기관의 방만한 주택자금 대출로 시작된 경제 위기는 정부의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금으로 진정되었지만 정부지원이 주택상환금 감소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다.

 

상업분야에서는 이미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가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예전에는 구매를 할 때, 가족, 친지, 친구 등 몇몇 지인의 사용 경험이나, 기업 또는 상인들이 보내는 광고에 의존 할 수 밖에 없었던 소비자가,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정보 창구 덕분으로 더 많은 판매처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결과 서적분야 판매에서 보더스(Borders)라는 서점은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을 해버렸고 반스엔노블스(Banes & Novels)라는 서점은 살아 남았지만 눅이라는 이북리더(e-book reader)를 만들 만큼 인터넷 시장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대신 아마존(Amazon.com) 같은 온라인 기업이 생겨나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면서 최근에는 월마트(Wal-Mart)같은 거대 기업과 경쟁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시민운동은 지난 봄 아랍국가에서 억압적 정부를 무너뜨리는 데 절대적인 일조를 했다. 미국의 경우도 특정 정당이 좋아서 지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두 당을 비교했을 때 덜 나쁘다고 느껴지는 당(the lesser of two evils)을 골라 지지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어떤 이는 이 데모가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의 경우도 안철수 붐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다. 기존의 정당정치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소셜미다어를 통해서 폭발적으로 단합하는 시대에, 만약 정당들이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정치에 반영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아 사라졌듯이 정당들도 기반을 잃고 무너질 것이다.

 

이러한 풀뿌리로부터의 운동이 어디로 귀착할 것인가는 데모대와 정치인들에 달려있다. 운동권이 기존의 정치판에 불만을 토로하고, 기존 정치조직이 이를 반영하면 여론의 원활한 반영이라는 결과로 귀착할 것이다.

 

운동권이 기존의 정치조직에 기대를 걸지 않거나, 또는 기존정치인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경우는 제3의 신세력이 대두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정치자금 문제로 미국이나 한국에서 정치인의 이미지가 경제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인식된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한 비용절감을 한 아마존 같은 기업처럼 인터넷 정치조직이 저비용으로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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