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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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 곳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

하루에 해가 지는 풍경을 마흔 세 번이나 볼 수 있는 곳이다.

행성의 크기가 너무 작아 집 한 채 정도다. 이곳에서는 양 한 마리를 매어두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힘차게 달아나도 그곳이 그곳이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사는 곳.

이 행성의 이름은 ‘소혹성B612’다.

이 행성을 괴롭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다. 오직 바오밥나무가 해를 끼친다.

바오밥나무가 자랄수록 뿌리로 이 행성에 구멍을 뚫어놓을 수 있다.

그래서 바오밥나무가 크기 전에 양이 먹어치울 수 있으면 하는 게 어린왕자의 바람이다. 하루에 석양을 마흔 세 번이나 볼 수 있는 곳이 이 우주에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주에는 태양이 두 개인 행성도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과학자들은 캐플러 우주망원경을 통해 지구로부터 약 200광년 떨어진 케플러-16 쌍성계 주위를 도는 행성 케플러-16B를 발견했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이 행성은 태양이 두 개 있는 영화 ‘스타워즈’ 속의 ‘타투인’행성과는 달리 차갑고 가스가 많아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은하안의 행성들이 얼마나 다양한지와 우리 태양계가 여러 종류의 항성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과학자들이 수십 년 전부터 제기해 온 가설을 마침내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공상 과학은 다시 한 번 현실이 됐다”고 언급했다.

영화 ‘스타워즈’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루카스 필름의 존 놀은 두 개의 태양과 관련해 “우리는 또다시 과학이 공상과학보다 더 신기하고 기이하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런 행성의 발견은 우리가 계속 더 큰 꿈을 꾸도록 해 준다”고 말했다.

지구촌에서도 작은 나라 대한민국 정치계에도 두 개의 태양이 있는 느낌이다.

캐플러 우주 망원경이 없어도 볼 수 있는 태양이다.

단박에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그들이다.

안 교수 스스로 태양이 아니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태양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 지지율에서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던 박 전 대표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산과 부채를 지니고 있으면서 정치력을 보여주고 있는 박 전 대표와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 한나라당을 응징의 대상으로 여기며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밝힌 바 있는 안 교수.

물론 안 교수의 부상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고 이를 거액에 팔라는 미국 업체의 유혹을 물리치며 국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준 그의 착한 마음씨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안 교수는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내줬고, 다음 대선에도 나오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에겐 서울시장 자리도, 대통령 자리도 그다지 욕심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안 교수의 단점은 권력의지가 없다는 점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한강에 빠지면 사람들이 제일 먼저 구해줘야 하는 정치인(물이 더러워질까봐)이 많은 요즘 안 교수의 이러한 태도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그러나 사람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동물이다. 2012년 대선 때 누가 나오고 누가 들어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협지에는 이러한 말이 자주 나온다.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필요 없다고. 맞는 말이다. 내년 대선은 마치 무협지를 읽는 느낌이 든다.

2012년 우리나라는 행성 케플러-16B처럼 두 개의 태양은 필요치 않은 곳이다.

과연 한 개의 태양은 누구일까.

<박상섭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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