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거나 뛰지 않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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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제주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동네 형들을 따라 삼양해수욕장까지 달리기를 해서 헤엄치러 갔던 기억이 난다. 무더운 여름 햇살을 받으며 달려갔던 기억이나 돌아오다 화북다리 아래에서 다시 멱을 감았던 기억이 새롭다.

 

제주 청소년들이 체격은 좋아졌지만 체력이 나빠졌다는 우려의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키와 몸무게 등 체격조건은 갈수록 나아지고 있지만 체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 교육청의 2010학년도 학생 건강검사결과에 따르면 표본집단의 혈압, 비만도 등이 전국 평균에 미달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비만현황을 보면 전국평균이 14.3%이나 제주는 14.7%로 비만학생들이 많아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지방간 등이 우려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학생들의 생활모습과 식생활을 들여다보면 금방 드러난다.

 

아침마다 학교 교문 주위는 교통체증을 앓는다. 초등학교의 경우 자가용으로 데려다 주거나 학원차가 집으로 찾아가 학교까지 데려다 주는 경우도 있고, 방과후학교가 끝나면 학원차가 대기했다가 실어가고, 학원이 끝나면 가정으로 배달을 한다. 집으로 돌아간 학생들은 TV를 시청하거나 컴퓨터 게임으로 시간을 보낸다. 중·고등학생들도 별로 다르지 않다.

 

학생들이 몸을 살찌우는 식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음식이 탄산음료와 라면, 아이스크림, 초콜릿, 피자와 햄버거, 치킨, 삼겹살 등 고열량 식품이 있다. 점심시간이면 채소는 마다하고 고기반찬을 받기 위해 몇 번씩이나 배식대를 찾아가는 비만아들이 많다.

 

어린이날이나 특별한 날에 학부모에 의해 학교로 음식이 배달될 때가 있다. 그런데 배달되는 음식들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피자, 콜라 같은 청량음료이다. 생일파티나 외식에서도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비만을 높여주는 음식을 먹으며 스스로 뚱뚱보로 만들어 가고 있다. 현미나 채소 중심의 한식은 비만을 없애는데 매우 중요한 식품이라고 하는데 외면받고 있으니 난감하다. 또한 아침밥을 굶고 점심이나 저녁에 폭식하는 학생도 증가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아침밥을 거르는 것은 뇌에 탄소화물을 공급하지 않는 일이어서 공부에도 지장을 준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가을 운동회 프로그램엔 모든 학교에 꾸미기체조가 있었고, 3, 4층의 탑을 만들만큼 학생들의 체력은 매우 우수했다. 요즘처럼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도 먹지 못하고, 거친 음식을 먹거나 굶기도 했지만 늘 운동장이나 골목길에서 놀고, 산과 들로 다니며 채집활동을 하고, 부모를 도와 밭일을 하거나 땔감 등을 나르는 일을 했기 때문에 비만한 학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학생들을 걷거나 뛰게 만들어야 한다. 체육시간에 운동을 한 것만으로는 비만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없다. 등하교 길부터 걷게 해야 한다.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려는 아이들 있는 한 비만은 친구가 될 수밖에 없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자녀를 데리고 오름을 찾거나 제주올레를 걷게 해서 걷는 즐거움을 알게 해야 한다.

 

비만예방은 학교에서 책임질 수 없다. 가정에서 부모들이 협조해주지 않는다면 학교교육이나 체육시간만으로 학생들을 비만에서 해방시키기는 요원한 일이다. 한국 청소년들이 키의 성장이 멈추고 있는데 그 이유가 유전적인 요소도 있지만 비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스포츠 클럽을 활성화하여 청소년의 운동시간을 늘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가정이 거들어 주지 않는다면 성인병은 물론 키의 성장에도 지장을 준다는 비만을 줄이지 못할 것이다. 분별력 없이 무조건 잘 먹이려는 어른들과 움직임을 싫어하는 학생들의 각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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