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제주대병원,제주문학관으로 제격
옛 제주대병원,제주문학관으로 제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강용준 제주문인협회장/희곡작가

지난 여름 마라도에서 행복한 한 달을 지냈다.

 

마라도 기원정사에 5개의 집필실을 꾸미고 전국에서 입주 작가를 공모하여 숙식을 무료 제공하는 ‘마라도 창작스튜디오’가 생겼기 때문이다.

 

작가들에게 글 쓰는 시간처럼 행복한 시간이 따로 없다.

 

집을 떠나 세사와 절연하고 오로지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어서 집필의 효율성도 극대화 된다. 필자도 한 달 동안 장막희곡 세 편을 얻었다.

 

섬을 떠나 또 다른 섬에 나를 가두니 짓누르던 가정, 직장, 사회적인 잡다한 사념들이 사라지고 문학적 상상력이 자유롭게 날개를 편 결과다. 소재가 제주적인 것이어서 제주에 집필실이 마련되었기에 더욱 능률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입주 작가를 위한 집필실은 서울을 비롯한 원주, 담양, 장흥 등 전국 여러 곳에서 상설화하여 운영되고 있다.

 

주로 소설가나 희곡작가, 시나리오 작가처럼 오랜 시간 책상을 지켜 앉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사업이긴 하지만 출판을 앞둔 시인이나 수필가들도 가끔 이용한다.

 

제주에서 처음 시행한 ‘마라도창작스튜디오’ 사업은 금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개설되어 있는데 지금도 많은 전국의 문인들이 입주하여 창작의 열기를 불태우고 있다.

 

물론 이들이 쓰는 작품들이 직접적으로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마라도에서 창작된 작품이 각광을 받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간접적 효과를 거두게 된다.

 

제주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섬이 주는 영적인 교감이 자유롭게 발흥하는 곳이다.

 

육지와는 다른 독특한 선인들의 문화와 도처에 깔려 있는 스토리텔링의 소재·삽상한 공기와 신선한 먹거리·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겐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중앙의 저명한 많은 작가들이 제주도에 와 장기간 기숙하면서 작품을 쓰고 있다.

 

문학관은 창작의 산실 기능을 담당해야 하므로 그 안에 집필실은 당연히 마련되어야 하고, 그래서 전국문인들과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진다면 제주문학의 외연을 확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제주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지도 2년째가 되었고 가시적인 성과로 제주문학관 거점센터로 ‘제주문학의 집’이 생겼고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도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주문학의 발전은 문학작품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창작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마련하고 세계적인 문호들이 자주 왕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에서도 얻을 수 있다.

 

근래에 구도심 중심가였던 동네가 제주대학병원이 이주하면서 황폐화 되다시피 했다.

 

제주대학병원 건물의 용도 재창출을 위해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왔지만 동네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자구책으로 옛 제주대병원 일대를 예술의 거리로 만든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주 좋은 발상이다. 실상 주변의 관덕정이나 칠성로 등과 문화벨트로 연결시킨다면 옛 제주대 병원 자리는 제주문학관 건립지로 최적지이다.

 

제주문학관은 단순한 박물관이나 도서관이 아니라 외국의 문학관처럼 프로그램 활용 여부에 따라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가령 문학관내의 공연장에서 제주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을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뮤지컬이나 대형 퍼포먼스로 만들어 상설공연을 한다든지, 문학체험공간을 만들어 가족단위 또는 단체 관광객들을 유인한다면 지역상권도 살리고 구도심재생 프로젝트로도 알맞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부가가치가 있는 사업인데 아직 타당성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