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제주 역시 인물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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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20세기 제주인명사전을 출간한 김찬흡 선생이 이번에 다시 ‘제주사인명사전’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모른다. 고희를 맞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향토사 연구에 대한 열정을 오롯이 불살라 30여 년간의 노력 끝에 방대한 제주사의 인물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전다운 사전은 학문연구를 발전시킨다’고 평소에 늘 강조해왔다. 사전은 학문연구의 최종 산물이기 때문에 함부로 만들 수도 없을 뿐더러 함부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사전은 학문연구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적어도 당대까지의 수집 결과와 연구 결과를 반영한 사전은 학문연구에 필수적이다.
이번에 출간된 ‘제주사인명사전’은 그동안 편저자가 수집하고 정리해온 것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것인데, 제주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이나 제주 역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자료이자 사전으로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기에 기대되는 바가 자못 크다.
이 사전의 특징은 우선 지금까지 알려진 역사 자료에서 확인된 제주 역사 관련 인명을 가능한 한 모두 항목으로 등재했다는 것이다. 탐라국 시대의 인물이었던 고후(高厚)와 고청(高淸), 제주 출신으로 고려에서 벼슬을 했던 고유(高維)와 고조기(高兆基) 등은 물론 고려 때 제주에 부임하여 선정을 베풀었던 경세봉(慶世封)과 김지석(金之錫), 탐관오리로 유명했던 육한(陸閑), 난을 일으켰던 사용(士用)과 엄복(嚴卜) 등에 이르기까지,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제주 역사 관련 인물이 전반적으로 항목화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 역사를 다루는 연구자들은 물론 제주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비연구자들에게도 이들 인물에 대한 정보나 단서를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사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둘째는 제주 역사 관련 인물에 관해 비교적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상세하게 서술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물론 알려진 관련 자료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일부 인물은 비교적 자세하게 다뤘고 일부 인물은 자세하게 다루지 못한 점이 있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자료의 한계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자료가 확인되면 이러한 것은 수정되고 보충되리라 본다.
앞으로 이 사전은 다음과 같은 사항들도 고려하면 더 효과적인 사전이 될 것으로 본다.
역사 인물을 다루다 보면 ‘加乙赤’ 또는 ‘乫赤’과 같이 한자차용표기로 표기된 항목을 표제항목으로 내세워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가을적’ 또는 ‘갈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갈치’로 읽어야 한다. 그런데 ‘제주사인명사전’에는 ‘가을적(加乙赤)’으로 항목을 정하고, 서술하는 과정에서 일명 ‘가을치’라 한다고 하였다. 이런 경우 ‘갈치’를 대표항목으로 정하고, 나머지 ‘가을적(加乙赤), 갈적(乫赤), 가을치(加乙赤)’ 등의 항목도 내세워 ‘갈치’ 항목을 찾아가 보라고 하면 더 효과적인 사전이 될 것이다.
한편 고려 인물인 ‘가량잉(加良仍)’과 ‘가야잉(加也仍)’, 그리고 ‘가어내(加於乃)’의 경우, 필자가 보기에는 이들은 동일 인물의 다른 한자차용표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제주사인명사전’에는 서로 다른 인물로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역사적인 고증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제주사인명사전’이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정보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이제 제주 역사나 문화 등과 관련된 이러한 기초사전을 바탕으로 지금보다 나은 제주 역사와 문화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창명 - 제주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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