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공격성과 호르몬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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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스파이들이 아돌프 히틀러의 전쟁 의지를 꺾기 위해 그에게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을 몰래 투여하는 작전을 검토했었다’고 지난 8월 14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2차 세계대전 때도 호르몬을 이용하여 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을 돌이켜보면 호르몬의 위대한 힘을 실감할 수 있다. 오늘날 호르몬의 연구는 단순한 신체의 영역을 넘어 정신과 두뇌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호르몬의 구조와 작용을 아는 것은 곧 우리의 정신과 신체를 움직이고 있는 법칙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법칙을 올바르고 유효하게 활용하는 것이 진정한 건강을 얻는 최선의 지름길이다.

 

토니 지글러(Ziegler)교수 연구진(미국 위스콘신대 국립영장류연구센터)은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마모셋(marmoset) 원숭이를 상대로 아빠 원숭이가 아기 원숭이 냄새를 맡으면 몸에서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호르몬이 급감한다”는 실험결과를 보고했다.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은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서 수컷의 2차 성징(性徵)을 관장한다. 이것은 근육의 양과 강도, 뼈 질량 등을 증가시켜 어른다운 몸을 갖게 하고, 짝짓기를 유도하는데 관여한다. 남성 특유의 공격성도 이 호르몬 때문인 것이다.

 

프레리 들쥐(prairie vole)의 수컷은 부성애가 각별하지만, 초원 들쥐(meadow vole)의 수컷은 바람둥이다. 두 들쥐의 차이는 바소프레신(vasopressin) 호르몬에 있었다. 이에 대해 에모리대의 래리 영(Young) 교수 연구진은 “들쥐의 뇌에서 분비되는 바소프레신 호르몬 유전자를 변화시키면 바람둥이 남편을 순둥이로 바꿀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전투적인 히틀러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비서로 소극적으로 살고 있던 그의 누이동생인 파울라처럼 만들기 위해 여성 호르몬 투여법을 계획한 것을 보면 호르몬의 중요성이 새삼 새로워진다. 또한 현재는 동물을 상대로 저돌파을 순정파로 변형시키기 위해 호르몬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하는 현실이다.

 

일상생활에서 햇빛을 쬐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호르몬과 관계가 있다. 이것은 햇빛을 쬐면 뇌에서 세로토닌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밤이 긴 겨울보다 낮이 긴 여름에 더 많은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그래서 지난 여름처럼 흐린 날이 지속될 때는 우울증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우중충한 겨울 막바지에는 몸에 비축해둔 세로토닌이 바닥나 활력을 잃으며 햇볕이 그리워진다. 이는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원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봄날 은은한 햇빛이 감도는 숲 속을 산책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햇빛효과’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겨울철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괴로워 하며 단 음식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 햇빛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분으로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키려는 것이다. 겨울철 우울증 치료를 위해 인공적인 빛을 쬐는 것도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우울증 환자에게 2주 이상 매일 30분씩 최소 2500럭스의 밝은 인공조명을 쬐게 한 결과 환자의 기분이 확실히 좋아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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