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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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가슴 뭉클한 슬픈 이야기를 보고나 듣게 되면 으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노부부들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엔 눈물이 왈칵 나온다.

최근 태국의 CF 광고 동영상이 인터넷에 오른 적이 있다.

올해 86살의 츄 할아버지 이야기다. 그는 매일 새벽 대나무로 만든 현악기인 소수와 수프를 들고서 20km나 걸어 아내의 무덤을 찾는다.

무덤 앞에 수프를 올려놓고 아내가 좋아하던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생전에 아내와 한 약속이었다.

할아버지는 이 약속을 무려 20년 동안 지켜오고 있다 한다.

▲지난해 84세로 타계한 시조시인 초정(草汀) 김상옥의 사부곡(思婦曲)도 눈물겹다.

그는 일제시대 이후 국내 시단을 대표해 오면서 ‘봉선화’, ‘다보탑’, ‘백자부(白磁賦)’ 등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15년 전 다리를 다쳐 휠체어에 의지하면서 팔순을 넘어서도 시. 서. 화 개인전을 열 정도로 작품 활동이 왕성했다.

그 이면엔 아내(81)의 극진한 보살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다.

그래서인가, 그는 60년을 해로한 아내가 세상을 뜨자 식음을 전폐했다는 전언이다.

50살 난 딸에게는 ‘어머니의 은혜’를 부르도록 하고, 자신은 밤새 대성통곡했다고 한다.

그는 장례식이 끝난 지 이틀 만에 아내를 만나러 이승을 떠났다.

▲“당신(나와 헤어진) 그동안 행복했나요?”

지난달 별세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 이구(李玖)씨(74)의 전 부인 줄리아 멀록 여사(82). 그녀는 그리운 남편을 만나 이렇게 물어 보는 게 마지막 소원이었다고 했다.

황손의 대를 잇지 못한다며 이혼을 종용하는 종친들에 밀려 1982년 헤어진 벽안의 할머니는 장례식 나흘 뒤에야 남편의 묘소를 참배할 수 있었다.

이혼 23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인 재회는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이뤄졌다.

최근까지도 “남편을 너무나 사랑해왔다. 꼭 다시 만나고 싶다”며 의지를 보였던 그녀였다.

이렇듯 떠난 이의 빈 자리는 너무 커 보인다.

더구나 그 자리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던 곳임에야 더 말할 나위없다.

우리 함께 가는 길에 부부의 존재는 세상사 커다란 활력소다.

그럼에도 요즘 젊은 부부들은 너무 쉽게 헤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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