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사람, 그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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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주올레와 ‘우정의 길’ 협약을 맺은 스위스의 ‘체르마트’라는 작은 마을을 아십니까? 우연찮게 관광여행 전문지에서 처음 접한 체르마트는 말 그대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체르마트는 미국 영화사 파라마운트 심볼로도 유명한 알프스의 명봉 ‘마테호른’ 설경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생태관광지로, 하이킹과 스키를 즐길 수 있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알프스 관광의 왕도’라고 합니다.

잡지에서는 체르마트를 ‘상상을 현실로 만든 스위스 대표 청정마을’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앞세운 관광지라는 점에서 ‘제주와 닮았구나’는 생각과 함께 ‘상상을 현실로 만든 게 뭐지?’ 하는 의문에 내용을 찬찬히 읽다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제주도가 꿈꾸고 있는 ‘탄소제로도시’를 체르마트는 이미 구현하고 있었습니다.

마테호른과 융프라우 등 알프스의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전기 산악기차와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지만 수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목조와 태양열을 이용한 친환경 건축물과 함께 교통수단도 전기자동차가 유일한 곳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1970년대부터 마차와 함께 전기자동차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대목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상당한 불편을 감수하면서 청정마을을 일궈낸 지역 주민들의 숨은 노력과 예지력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주로서도 미래에 체르마트처럼 변화되기를 상상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 여건상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노파심이 앞섭니다.

고향 제주에 올레길을 만들어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꾼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체르마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제주도의 작은 섬 하나라도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소망을 품었다고 합니다.

서 이사장이 도내 최고의 섬 관광지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관광객 급증에 따른 각종 차량 운행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도’를 보면서 안타까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서 이사장이 소망한대로 만일 우도가 ‘제주의 체르마트’로 변화의 길을 걷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요? 물론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심사숙고한 결정이 우선돼야 하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도가 후세에도 지속 발전가능한 생태관광지로 남으려면 체르마트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단기적인 이익에만 급급해 우도의 최대 경쟁력인 ‘청정 자연환경’을 훼손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환경을 지키기 위한 지역주민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을 체르마트는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기획 취재차 중국 상하이를 찾아 빌딩 숲을 이루고 있는 푸둥 신구를 다시 둘러보게 됐습니다. 푸둥의 랜드마크인 동방명주를 비롯해 경쟁적으로 우뚝 서 있는 초고층 빌딩들은 여전히 화려하고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려함 속에서도 특별한 감흥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새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화려함은 언제나 그 모습을 유지하지만 자연과 조화되지 않는다면 결국 사람과도 교감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치를 깨닫게 됐습니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이들을 이어주는 교감을 갖게 하는 관광지가 있다면 분명 생명력과 자생력을 갖춘 세계적인 명소가 되지 않을까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도전하는 제주에 이런 곳이 만들어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김태형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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