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責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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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경기 종목은 마라톤이다.
마라톤이 모든 경기의 으뜸이며 최고의 영광스런 종목이 된 것은 책임을 다하는 숭고한 뜻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게다.

기원전 490년 제2차 페르시아 전쟁 때 아테네 북동쪽에 있는 마라톤 광야에서 그리스군과 페르시아군이 격돌했다.

여기서 그리스군이 침략해온 페르시아군을 무찔렀으며 한 병사가 그 승전 소식을 알리기 위해 40여 ㎞를 달려 “우리는 이겼노라”고 아테네 시민들에게 알리고 그 자리에 쓰러져 숨졌다 한다.

마지막까지 승전의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 죽음으로써 책임을 다한 이 병사의 고사는 후대에 전해져 1896년 근대올림픽 제1회 아테네 대회 때부터 마라톤이 육상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각자 주어지거나 선택한 위치에서 맡은만큼씩의 책임을 다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불행하게도 요즘 세상은 책임의식이 실종된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정치판의 부정부패 비리가 터지면 서로 책임을 떠맡기려 할 뿐 정작 책임을 지려 나서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국민의 정부 내내 국민들을 우울하게 만든 각종 게이트 사건들도 정작 책임 져야 할 실체들은 나타나지 않고 피라미들만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유야무야 돼버리기 일쑤였다.

정치판뿐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를 바 없을 듯 싶다.
남이 잘못을 저지르면 신랄하게 비판하고 책임을 추궁하지만 자기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하다.

아니 자기의 잘못을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정당하다 생각하기 태반이고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책임을 서로서로 조금씩 나눠 가지면 순조롭게 풀려 나갈 일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바람에 일을 그릇쳐버리는 모습들을 주변에서 왕왕 찾아볼 수 있다.

엊그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동반 사퇴했다.
그들은 “검찰 청사에서 가혹행위가 벌어지고 고귀한 생명이 희생당한 데 대해 말할 수 없는 비통함과 자책감을 느낀다”며 최고 책임자인 자신들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장관과 검찰총장의 사퇴는 사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허나 무책임의식이 만연한 요즘에 보여준 그들의 결단은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클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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