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제주 - 제주문화, 너무 배고프다
업그레이드 제주 - 제주문화, 너무 배고프다
  • 양진웅
  • 승인 2002.11.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서울에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영화인회의, 체육시민연대 등 전국 문화예술 관련 17개 단체가 참여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우리는 문화 대통령을 원한다’라는 주제 아래 문화정책 16대 핵심공약과 107대 주요 과제를 선정.발표한 것이 그것이다.

“경제에 종속된 문화정책에서 경제정책에 개입하는 문화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이들 단체의 주장은 그간 경제 논리에서 진행되던 문화예술 진흥이 여기에서 벗어나 문화정책의 정립과 문화주권을 되찾는다는 차원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문화 예산 3% 증액 △문화부 총리제 △문화예술계 종사자 기본 생존권 보장 등을 뼈대로 한 이 제언은 우리의 문화 현실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 문화 인프라의 재구축 차원에서 제주문화의 지표를 찾는 총체적 환경평가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민의 문화체감지수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해안선’(김기덕 감독)이 예매 시작 2분4초 만에 매진되고 폐막작 ‘돌스’(키타노 타케시 감독)가 5분6초 만에 매진됐다는 소식은 우리를 부럽게 한다.

비록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이지만 제주지역에서 몇 차례 열렸던 영화제가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을 감안하면 두 지역의 문화 현실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0년 ㈔제주민예총에서 도민 6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조사기관 R&D)한 ‘제주도문화환경진단조사’ 결과를 보면 도민의 65.3%가 문화예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절반이 훨씬 넘는 65.4%가 문화예술 교육에 대한 참여를 희망하고 있어 문화 향수 및 창작과 재교육에 대한 열망이 매우 높음을 반영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문화관련 정책 중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것’에 대해 38.7%가 문화예술공간시설 확충, 18.3%가 문화예술 교육의 확대와 문화예술인.단체에 대한 지원이라고 각각 응답했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한국예총 제주도지회가 제주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발표한 ‘제주지역 문화예술 향수실태’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4%가 ‘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고 싶다’고 답해 도민들의 문화 참여 욕구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도민의 문화 창작 및 참여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문화복지 서비스 구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박경훈 제주민예총 부지회장은 “도민들이 문화의 시대에 살면서도 문화적인 결핍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대중과 괴리된 고급예술과 정책적 배려가 없는 자치단체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문화예술정책의 수립과정에서 문화주체로서의 수용자(도민)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 문화예술 예산의 변동상황
현행 최근 3년간 제주도 문화예술 예산의 변동 추이를 보면 관광문화 전체 예산의 증액 비율에 비해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2년도 총예산 6950억원 중 관광문화 관련 예산이 12%, 그 가운데 문화예술관련 예산은 22.5%로 총예산의 2.7%에 그치고 있다.

이 역시 순수문화예술과 문화재 예산으로 나눠보면 순수문화예술 예산은 전체 예산의 1.46%, 관광문화 예산의 12.15%에 그치고 문화재 예산은 전체 예산의 1.25%, 관광문화 예산의 10.42%에 머물고 있다.

고작 총예산 대비 1.46%, 관광문화 예산 대비 12.1%대의 순수문화예술 예산으로 문화복지와 문화예술 발전을 꾀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 문화예술계는 “문화관련 부서의 명칭이 ‘관광문화국’인 것은 바로 21세기 문화입국을 논하는 시대에 ‘문화’에 대한 도정의 인식 정도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관광에 종속되거나 부차적인 업무 개념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화 지표’를 바탕으로 문화복지망 구축해야
문화정책의 중심에 문화를 창조하고 향유할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서 ‘문화복지’를 꼽고 있다.

따라서 문화정책의 중심에 문화복지를 놓고 이를 실현시키는 정책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단추는 단연 ‘문화복지망’ 구축이다.
이는 또한 도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토양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재 추진 중인 국제자유도시에는 ‘문화’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제주도의 지역개발과정에서 빠져 있는 문화정책을 새롭게 복원하고 새 틀을 다지는 것 또한 매우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제주 문화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고 ‘제주문화지표’를 찾기 위한 총체적 ‘문화환경평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도내 가용된 문화인력을 바탕으로 문화복지시스템을 운영, 이를 통해 예술 창작의 활성화를 꾀하고 고급문화상품과 전통문화의 보존.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제주 문화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