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고은, 세계 7대경관 선정 축하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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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제주를 간다' 본지 독점 게재..."세계의 명예인 제주로 무등탔느니라"
여기 오늘의 탐라 무가(巫歌) 울리노라

신새벽 백록에 고하노니
산방에 고하노니
지귀 차귀에 고하노니
가파 마라에 고하노니
성산 일출의 해돋이에 이윽고 고하노니
김녕
용천 꿈꾸는 동굴에 고하노니
영실 오백나한에 고하노니
사라
별도에 고하노니
저 4·3 영령의 거처에 고하노니
네 바다 흑조(黑潮)의 물결에 삼가 고하노니

고개 숙여라
고개 숙였거든
번쩍 고개 들어라

언제나
제주가 제주가 아니었던가
그 언제나
탐라가 탐라가 아니었던가
제주가 제주이기 전
그 부모도 무엇도 없던
태초 광겁(曠劫) 그 언제 이래

그로부터 단 한번도
지워지지 않고
제주는 오롯이 제주 아니었던가
저 천벌의 지하 마그마 치솟아
시뻘건
시꺼먼 불구덩이 용암 덩어리로
들끓어올라
소용돌이쳐
뿜어내고
쏟아내고
흩뿌려 다 태워내니
그 잿더미 속 기적 아닐손가
마침내 하나의 전체인
전체의 하나인
한라의 모습으로 올라
하늘의 푸른 가람에 이마 적시니
그 기슭에
어멍 같은
고모 같은
이모 같은
맞누나 같은
할망
할망의 막내손녀 같은
산지사방에 오름들 앉히니

보라

설문대 할망 가래 뻗어
저녁 수평선 아득함이여
아침 수평선 춤추는 마당이여

이렇게 제주는
어제였고
오늘이었느니라
오늘의 제주였느니라

보라 들으라 만나라
이 누리 가장 아름다운 곳
아늑자늑한 곳 나래쳐 의연한 곳
세 을나의 나라이더니
몇 억만 파도소리 두르고
아리따운 얼굴의 나라이더니

그 언제인가
바람 이랑 돌 이랑 일구어
동백꽃 피면
보리 푸르러
수선화 지면
익은 가난으로도
마음 풋풋한 나라이더니

오랜 유린 견디었으니라
오랜 신고 삼켰느니라
깊어 구멍 이루고
뜨거워 불을 품었느니라
모질고 모진 핏줄
기어이 잇고 이었느니라

저 10만의 주검
먹가슴에 묻고
저 몇 10만의 능욕과 통곡
손으로 움켜쥐고
발고 딛고
한 가닥 막힌 숨 내쉬었느니라

이로부터 떨치고 서서
한라를 나로 삼소
바다를
노래를 너로 삼고
이어 이어 잠들고 깨어나서

어느 뭍
어느 나라 벗들 부르고
손님들 청하여
저기 보라
저기 보라
문섬 범섬이 되라
문주란이 되어 피어나거든

어찌 아름다움에
아픔이 없을손가
슬픔이 없을손가
끝내 그것들이 기쁨이 되어
어찌 제주는 제주의 아름다움이 아닐손가

그 누가 제주의 천연 예찬에 인색할손가
그 누가 탐라 문화 옹호에 등 돌릴손가
저 박수 사태 들어라
저 갈채 범람 뛰어들어라
마침내 제주는 세계의 제주로 공인되었느니라
제주가 세계의 명예인 제주로
둥기둥기 무등탔느니라
이로부터 제주는 또 하나의 제주가 되었느니라

당당할손 껑충껑충 놀라라
자랑할손 덩실덩실 기뻐하라
이로부터 제주는
그 고난의 의지로
저 희생의 바닥 치고 일어나
오늘의 제주에 이르렀느니라

허나 제주는 자신의 평화가
동방의 평화와 함께 있는 곳
제주는 세계의 형제자매가 모여드는 곳
또 하나의 자아와
또 하나의 세계를 낳는 곳
그 어떤 제국도 야망도 넘나들지 못하는 곳
또 하나의 세계를
세계가 선택하는 곳
아니
제주가 무엇보다
나의 제주를 팔지 않고
나의 제주를 잃지 않고
제주가 제주 자신의 말을 밤낮 없이 지켜내는 곳

제주는 아 제주! 아닐손가
아 제주여! 아 제주여!
오늘의 잔치로 오늘 이후의 제주 운명으로 나아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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