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존재와 언어 속의 ‘아름다움’
빛의 존재와 언어 속의 ‘아름다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변종철/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영국의 전 황태자비, 다이애나가 특별히 좋아했던 향수가 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Christian Dior)의 디오리시모(Diorissimo)라는 매우 청초하고 순전한 은방울꽃 향기이다. 깊은 산속에서 5월에 피는 작고 하얀 은방울꽃은 프랑스에서 ‘행운의 꽃’이라고도 불리지만, Dior에게는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상징물이었다.

 

청순하고 순결한 Diorissimo 향기 속에는 Dior의 고향 프랑스 노르망디의 풍경과 동심이 가득 담겨 있을 것이다. 왕세자비로서 부러울 것 없는 미모, 부귀, 그리고 명예를 다 가졌으나 켄싱턴 궁전(Kensington Palace)을 박차고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그녀만의 고독과 인생의 영욕을 그 향수만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만추에 많은 것을 사유하게 하는 다이애나의 자태, 은방울꽃의 향기와 색깔, Dior가 좋아했던 패키지의 가벼운 핑크색과 회색 색상의 배합도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햇빛에 의한 ‘좋은’ 산물이다.

 

햇빛이 없으면 자연의 다양한 아름다운 색깔, 사랑스러운 색깔을 상상할 수도 감상할 수도 없다. 더구나, 이것이 없으면 우리의 삶 자체가 없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태양의 존재 자체, 대기환경의 중요성을 얼마나 생각하면서 삶을 영위하고 있을까?

 

식물이 섬세한 뿌리로 빨아들인 물에는 칼슘, 황, 철, 아연, 구리, 망간, 규소, 셀레늄, 크롬, 코발트같은 유기성 미네랄 등이 함유되어 있다. 식물세포는 햇빛을 받으면 자신이 이미 갖고 있던 물질에서 탄수화물, 지방산, 단백질, 비타민, 유기성 미네랄 같은 유기물 등을 합성한다.

 

우리는 만물의 에너지인 태양을 우리 몸의 에너지로 직접 쓸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은 식물성 먹거리들, 즉 토마토, 자두, 딸기, 포도 등 수많은 과일과 야채 덕분에 간접적으로 태양이 주는 최고의 선물,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다.

 

식물들은 광합성 과정을 통해 태양 에너지를 세포 속에 저장하고 영양소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또한 식물들이 존재하지 않으면 사람을 비롯한 동물들이 존재할 수가 없다.

 

태초부터 인간은 생명을 베푸는 태양빛에 의존해왔다. 그래서 빛을 발하는 모든 것들은 아름다우며 동시에 좋은 것이다. ‘아름다운’ 이라는 단어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대부분 ‘빛’과 ‘광채’라는 단어와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면 독일어 ‘schon(아름다운)’은 ‘빛나고 있는’, ‘순수한’이라는 어원을 갖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부 자체가 ‘아름다운’ 적도 있었다. 화가 다비드는 집회에서 혁명적인 열정으로 ‘아름다운 정부에서는 여자들이 고통없이 분만한다’고 부르짖었다. 아름다움의 근저에는 햇빛이 있고 이 햇빛은 삶에서 희로애락의 뿌리일 것이다.

 

‘아름답다’와 ‘좋다’라는 단어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느님이 보기에 좋았다’는 이 표현은 창세기에 나오는 말이다. 마틴 루터가 그 문장을 ‘하느님이 보기에 아름다웠다’로 번역했더라도 틀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히브리어에서 ‘아름다운’과 ‘좋은’은 같은 단어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의 여러 언어에서도 하나의 단어가 문장에 따라 ‘선(善)’으로도 ‘미(美)’로도 기술된다.

 

우리는 햇빛 덕택에 이 가을에 아름다운 자연의 분위기, 녹색과 홍색과 적색 등의 좋은 자연의 옷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또한 태양 에너지 덕분에 영양분이 풍부한 오색의 과일과 야채를 음미할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