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번 찾아오는 운동회 날, 분말과 당원을 타면 오늘날의 과일주스가 됐다. 장독대 위에 내려 쌓인 눈을 떠서 당원을 으깨어 놓으면 팥빙수가 따로 없었다. 제주에서는 고구마 빼데기죽에도 종종 당원이 쓰였다.
어릴 때 흔히 먹던 당원이 사카린이란 것을 알 때쯤은 이미 어른이 된 후였다.
▲설탕 대신에 식료품의 단맛을 내는 데 주 원료로 쓰였던 사카린은 1966년 모 기업의 창업주가 밀수해 판매하려다 적발된 사건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른바 ‘사카린 밀수 사건’. 밀수를 할 만큼 사카린 판매는 이익이 많이 남는 장사였던 모양이다.
사카린은 인공감미료의 하나로 설탕에 비해 500배나 더 달지만, 칼로리는 거의 없다. 이름도 라틴어의 설탕을 의미하는 ‘ Saccharum’에서 따왔다. 우리의 식품첨가물공전에서는 ‘사카린나트륨’으로 표기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유해물질이라는 논란 속에 소량의 사카린이 어육가공품과 절임식품 등에 사용되고 있다.
▲내년 초부터 사카린이 추잉껌과 소주 등 일부식품에서 사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일 소스류, 탁주, 소주, 추잉껌, 잼류, 양조간장, 토마토케첩, 조제커피 등 8개 식품에 대해 사카린 사용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을 행정예고했다. 하지만 어린이 기호식품을 만드는 업체에서는 소비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사카린 사용 확대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들린다.
어쨌든 과거 발암물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사카린이 다시 돌아왔다. 단 기준치 이내로만 섭취할 경우 유해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평가에 의해서다.
소주에는 쓴맛을 덜기 위해 단맛을 내는 감미료를 첨가한다. 지금까지 소주에는 천연 감미료인 스테비오사이드가 첨가됐다. 설탕의 200배나 된다. 이제 이보다 더 센 사카린 소주가 나온다. 그러고 보니 당원의 추억과 함께 사카린을 첨가한 소주맛은 어떠할지 궁금하다.
김홍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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